스펑키를 결국 만났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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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3월17일 07:00
'스펑키'라는 이름으로 암호화폐 유튜버 활동을 해온 황규훈씨는 1월초 괴한들의 공격을 당한 뒤에도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2월21일치 방송을 캡처했다. 출처=유튜브 캡처
'스펑키'라는 이름으로 암호화폐 유튜버 활동을 해온 황규훈씨는 1월초 괴한들의 공격을 당한 뒤에도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2월21일치 방송을 캡처했다. 출처=유튜브 캡처

암호화폐 커뮤니티 '비트고수'와 유튜브 채널 '스펑키의 비트코인 방송'을 운영하는 ‘스펑키’ 황규훈씨가 지난 1월 초 피습을 당했다. 괴한 2명이 황씨의 자택 엘리베이터에 숨어있다 황씨를 폭행하고 도주한 사건이었다.

 비트고수와의 연락을 시작으로 황씨를 알만한 주변인들 탐색과 취재를 시작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황씨가 운영한 회원제 프로그램 '코인러너스' 회원 중 손실을 본 투자자가 벌인 일이라고 했다. 이후 취재를 진행하면서 그가 추천했던 ICO 프로젝트 가운데 67%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를 썼다. 그가 만든 비트고수의 홍보성 문건을 보니, 돈을 받고 유튜브 및 방송프로그램에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 있더라는 기사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황씨 본인과의 접촉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2월 하순 황씨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그는 전화로 울먹이며 "폭행을 당해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나를 왜 그렇게 가만두지 않는 거냐"고 했다. 한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1주일 뒤 서울 시내에서 그를 만났다.

 모자를 푹 눌러쓴 황씨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폭행을 당해 생긴 얼굴과 머리의 상처는 여전했다. 목소리엔 생기가 없었다. 상당히 지친 듯했다.

 황씨는 폭행 사건에 관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는 "그 사건은 암호화폐 투자 손실 때문이 아니다. 코인러너스 회원 수는 약 900여명으로 투자 손실로 인해 불만을 품고 나간 회원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원인은 따로 있지만, 담당 경찰이 용의자가 아직 잡히지 않아 외부에 노출해선 안된다고 경고해 말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용의자들이 비트코인 정보가 들어있는 USB를 같이 뺏으려 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사건 이후 황씨는 신변 보호를 위해 외출 시 항상 경호원을 대동한다고 했다. 왼팔에는 담당 경찰이 제공해줬다는 위치 추적기도 달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 사건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의 얼굴은 때때로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상대가 어떤 인물이건, 고통받고 있다는 사람을 취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듣는 것도 묻는 것도 늘 망설여진다. 그러나 기자라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트고수와 유튜브 방송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황씨는 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비트고수 문을 닫으면서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때 20여명에 달했던 비트고수 임직원은 현재 사업 정리 작업을 위한 3명만 남아있다. 점점 암울해지는 업계 불황과 불미스런 사건으로 더는 비트고수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지만,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스펑키 채널 구독자와 코인러너스 회원을 생각하면 접을 수 없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한 방송은 틈틈이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유튜브채널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전통IT 시장에서는 투자금 1억원 모으는 게 정말 힘들다. 근데 여기서는 100억원 투자도 우습더라. 그럼에도 언젠가 부터 이 정도 금액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고, 블록체인은 4차산업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지않나. 그러나 오판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거품이었다. 암호화폐 투자 정보를 공유하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꾸준히 수익을 봤을 거다. 하지만 판단을 제대로 못 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황씨는 나를 만나 그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어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나를 지켜봐 준 팀원과 회원을 저버릴 수 없다. 책임감 혹은 오지랖 때문일 수도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자리를 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했고, 가장 잘 나가던 암호화폐 인플루언서가 경호원과 함께 걸어가며 힘없이 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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