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의 '갑툭튀' 김치프리미엄 20%, 누가 가져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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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19일 13:00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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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날짜도 '13일의 금요일'이었다. 지난 3월 13일은 대부분의 암호화폐 보유자들에게는 악몽같은 하루였다. 비트코인은 이날 1년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최근 3년 중 최저점 수준의 가격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한국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의 사정은 좀 달랐다. 어쩌면 다른 국가의 투자자들보다 사정이 좀 나았다고 해야할 수도 있다. 폭락장에서 한때 20%에 육박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탓에, 의도치 않은 가격 완충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코인데스크 BPI 기준 비트코인 최저가격은 3867.09달러(한화 약 467만 9179원). 거래량이 높은 글로벌 규모의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최저가격(3782.13달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549만 4000원)과 업비트(548만 9000원)를 비롯한 국내 거래소들은 유독 해외 거래소들보다 80만원 정도 높은 시세를 유지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2017년 전세계에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생긴 신조어다. 당시 국내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가격 폭등으로 매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게는 40% 이상 높게 유지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거래소 가격에서 해외 거래소의 암호화폐 가격을 뺀 값을, 한국에 생성된 웃돈이란 의미에서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40%에 육박하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후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펴면서 급격히 줄었다. 완연한 하락장으로 접어든 2018년 5월 이후부터는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더 낮은 '역 김치 프리미엄'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투심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13일 폭락장에서 나타난 김치 프리미엄은 다소 이색적이다. 지속적인 오름세가 형성된 상승장이라면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하루에 가격이 30% 넘게 폭락하는 하락장에서 해당 자산에 대해 가격의 20%가 넘는 매수 수요가 붙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에 계정을 만드는 이유 

국내 암호화폐 투자 경력이 수년 이상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이런 현상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2015년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해온 차승훈씨는 "한국 투자자들은 가격이 하락하면 손절매를 잘 안하고 그냥 다시 상승할때까지 버티는 경향이 강하다. 암호화폐의 극심한 변동성을 이미 경험한 만큼 낙폭이 커도 다시 회복이 되리라는 생각에 매도하지 않아 가격 방어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업 트레이더 ㄱ씨는 "김치 프리미엄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라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독특한 투자 심리, 시장의 유동성을 좌우하는 '고래' 투자자의 움직임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가 투자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는 대응의 영역"이라면서 "김치 프리미엄 같은 현상이 생겼을 때는 그걸로 돈을 버는 방법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개한 김치 프리미엄 '이용법'은 이렇다. 우선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계정을 만든다. 김치 프리미엄이 없을 때 투자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여러 곳에 분산해 놓는다. 그러다 국내에 김치 프리미엄이 대량 발생하면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싸게 사서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보내 원화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다소 이론적인 얘기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거래소별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ㄱ씨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가 공개한 빗썸의 최근 7개월치 비트코인 인플로우 데이터를 보면 지난 17일 빗썸 거래소 지갑으로 약 2만4601.8개의 비트코인이 이체됐다. 평소 데이터와 비교해 봤을때 이례적인 자금 흐름이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가 분석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최근 7개월치 비트코인 인플로우 차트. 올해 3월 17일에 2만 4601.8개의 비트코인이 빗썸 지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가 분석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최근 7개월치 비트코인 인플로우 차트. 올해 3월 17일에 2만 4601.8개의 비트코인이 빗썸 지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장병국 크립토퀀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빗썸의 경우 13일 폭락 이후부터 3월 17일 이전까지는 4% 이상의 김치 프리미엄이 꾸준히 유지됐다"면서 "17일에 빗썸으로 비트코인이 대량 이체된 이후 김치 프리미엄이 거의 0%대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빗썸은 거래소 정책상 외국인 계정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외국인이 비트코인을 사다가 빗썸에서 팔 수는 없다. 결국 ㄱ씨 말대로 해외 거래소에 자금을 분산시켜놨던 한국인들이 국외에서 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해서 국내 거래소로 전송한 후, 김치 프리미엄 만큼 수익을 봤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17일 이후 국내 거래소의 김치 프리미엄은 적게는 0%에서 많게는 2%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장애물

다시 말해 김치프리미엄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별개로 생겨난 국내 현상으로, 한국 내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수급 상황에 좌우되고 있다.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 암호화폐 원래의 취지대로 국내를 벗어나 거래될 때엔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상인 셈이다.

다만, 암호화폐 투자 경력이 길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인 임은선씨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1월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해서 많이 싸진 걸 보고 샀는데 가격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당황했다. 너무 불안해서 약간 손해를 보고 금방 팔았다"고 털어놨다.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사기전에 비트코인 가격 움직이는 걸 몇주 지켜봤어요. 국내 거래소 가격이 대부분 규모가 큰 글로벌 거래소 가격 흐름에 맞춰서 움직이더라고요. 근데 지난주 폭락 이후부터는 김치 프리미엄이 5%씩 생기니까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어떨때는 해외 거래소 가격은 오르내리는데 국내 거래소는 거의 변동이 없기도 하고, 해외 거래소는 변동이 없는데 가격이 갑자기 1% 뚝 떨어지기도 하고요." -개인투자자 임은선씨

"간이 작아서 비트코인만 투자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 황아무개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암호화폐 투자하는 사람들은 담력이 대단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심각한 시기인데 5%, 10%씩 비싼 가격에 과감하게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한달 전에 비해 40% 이상 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결국 매수 버튼은 못 눌렀다"고 말했다. 임씨와 황씨는 "아무래도 암호화폐 투자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은 2018년 발간한 '암호자산 시장에서 국내외 가격차 발생 배경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이 자료는 "국내 유통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괴리되어 있는 경우 가격 변동이 확대되거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공급자 또는 참가자에 의한 가격 조작이 용이해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김치 프리미엄 자체가 일종의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원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의 위험 요소는 곧 원화기반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험요소기도 하다. 

지난 5일 한국 국회가 본회의에서 특정금융정보법을 통과시키자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특금법 개정안 통과 소식을 전하며 자사의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인 BKRW를 소개했다. 그는 "(BKRW가 출시되면) 이제 김치 프리미엄을 현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국내 투자자들은 과연 김치 프리미엄이 없는 환경에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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