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달러코인. 출처=셔터스톡
US달러코인. 출처=셔터스톡

메이커다오(MakerDAO)가 탈중앙 금융(DeFi) 플랫폼에 US달러코인(USDC)을 새로 추가했다. 달러에 가치를 고정한 메이커다오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다이(DAI)의 가격이 고정된 가치 이상으로 계속해서 올랐기 때문이다.

메이커다오에서 진행한 거버넌스 투표에 따라 한국 시각 17일 11시 56분부터 코인베이스(Coinbase)와 서클(Circle)이 지원하는 USDC를 메이커다오 플랫폼에서 담보로 맡길 수 있게 되었다.

메이커다오는 우선 USDC의 담보 상한을 2천만 개로 설정했으며 이자율은 최대 20%다. 사용자들은 USDC를 담보로 맡기고 DAI를 대출할 수 있다.

데이터 사이트인 다이 스탯(DAI Stats)에 따르면 투표가 통과한 뒤 곧바로 USDC 100만 개 정도가 담보로 예치됐고, 그에 따른 다이 대출이 이뤄졌다.

메이커다오가 USDC를 추가한 것은 DAI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에 추가적인 공급이 없었던 DAI는 지난주에 가격이 크게 올라 최대 규모의 탈중앙 금융 플랫폼이 휘청였다.

이더(ETH) 가격이 24시간 만에 30%나 폭락한 지난 12일에는 네트워크가 대혼란에 빠졌고, DAI 가격도 예외가 아니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더 가격이 또 한 번 폭락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시스템에는 이더 약 180만개(현재 시가 기준으로 2억 1천만 달러어치)가 있다.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거버넌스에 관한 토론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향후 며칠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지금이 바로 용기를 내서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 크리스 파도바노, 메이커다오 재단 전 법률 자문

 

철학적 함의

DAI 가격은 지난 12일 이후 계속해서 스테이블코인의 기준인 개당 1달러를 웃돌았다. 이더가 폭락한 이후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스테이블코인 DAI로 자산을 대체하려 했다. 자연히 DAI 가격은 오르고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다.

메이커 재단은 3월 12일 이후로 DAI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토큰 메이커(MKR) 보유자들은 DAI 공급을 늘리고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고, 네트워크 곳곳의 몇가지 규정을 고쳤다. ‘안정성 수수료’로 불리기도 하는 이자율도 4%에서 0%로 내렸다.

이 방법이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하자 중앙에서 달러 예치금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발행, 관리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가 등장했다. 거버넌스 회의와 메이커 재단 포럼은 담보 자산 추가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가장 큰 우려는 USDC 발행의 최종 권한을 지닌 코인베이스와 서클이었다. 메이커를 다른 탈중앙 금융 유동성 풀에 연결하는 등 대안을 제안한 이들은 서클이 재량에 따라 주소를 검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탈중앙 금융 네트워크는 다른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완전히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 DAI를 생성하려는 의도로 탄생했다. 이를 고려하면 전례없이 USDC를 추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뜻이다.

재단과 투표를 진행한 MKR 보유자들은 DAI 가격이 여전히 1달러 이상이라는 사실도 우려하고 있다.

 

Do or DAI

DAI는 메이커다오의 대표적인 지표다. DAI 가격이 개당 1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기반이 되는 토큰 경제가 의도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특히 이더의 가격이 폭락한 뒤 메이커 커뮤니티 회원들은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이더 가격이 또 한 번 폭락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는 것과 일반 시장에서 DAI의 유동성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먼저 이더의 가격 폭락으로 인해 메이커 시스템 내에서 570만 달러의 부채가 생겨났다. 이 부채는 사용자들이 DAI를 생성하기 위해 스마트계약에 추가하는 담보화 부채 경매 내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 스마트계약을 부채담보부포지션(CDP, collateralized debt position)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이더 가격이 몇몇 CDP의 담보 수준 이하로 떨어지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담보로 맡아둔 이더가 자동으로 현금화했다. 메이커다오에 담보로 맡긴 이더는 ‘키퍼’라고 부르는 자동화된 봇이 공개 시장에서 팔아 현금화한다. 그러나 이 공개 시장은 이름과는 달리 모든 이에게 열려있지는 않다.

시스템 내의 버그로 인해 11일과 12일 오전 거래 경매에서 낙찰된 담보(특히 이더)를 사실상 0원에 사들인 키퍼도 있다. 네트워크는 부채를 상쇄하기 위해 MKR 토큰의 발행과 판매를 선언했다.

그러나 메이커다오는 이번 버그로 이더를 잘못 거래해 입은 손실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더 판매에 13%의 높은 수수료가 책정된 것은 많은 투자자가 예상했던 일이다.

메이커의 부채담보부포지션을 보유한 피트 존슨은 이더 2700개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가로 약 4억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존슨은 자기처럼 이더를 잃어버린 CDP 금고 4천여개 보유자들과 함께 메이커 재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개의 금고를 1명이 보유하는 경우도 있어서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이 4천명에 이르지는 않는다.)

이것이 성공할까? 법정에서 누가 이기고 질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의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더 가격이 또다시 하락하면 시스템 내에 부채 부담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탈중앙 금융 찬성론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현금화 사태와 DAI 가격 불안정으로 인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고 결정된 사항을 온체인에 적용해야 한다.” – 사이러스, 메이커다오 커뮤니티 회원

실제로 메이커 팀은 발 빠르게 내부의 적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거버넌스 타임아웃 규칙을 변경하고 즉시 USDC를 담보로 추가했다. 테더(Tether, USDT)에 관한 토의에서 “담보와 관련한 모든 위험과 문제를 규명할 종합적인 평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던 것이 6개월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탈중앙 금융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더리움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사실 피하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그래도 여기에 대비하는 이들도 있다. 100명이 넘는 탈중앙 금융 찬성론자들은 다가오는 MKR 토큰 판매에서 “최후의 구매자”가 되기로 약속했다.

 

유동성을 탐색하는 USDC DAI

메사리(Messari)의 연구원 잭 퍼디는 DAI는 아직도 메이커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메이커 커뮤니티는 USDC에 희망을 걸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USDC가 추가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USDC로 DAI를 구매할 수 있는 거래소가 이미 여럿 있다. 또한,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 개념은 작년 9월에 USDT와 함께 등장했다.

당시 메이커다오 창립자이자 CEO인 루네 크리스텐센은 메이커 생태계에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하면 투자자를 위한 유동성이 생겨나고 DAI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거래에서 투자자들은 다양한 가격에 구매와 판매 옵션을 제시한다. 이들은 시장에 꼭 필요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차익 거래를 통해 약간의 이득을 취한다. 이렇게 거래가 진행되면 동시에 가격이 형성된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DAI와 기타 스테이블코인들은 시장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스테이블코인인 USDT보다 늘 가격이 불안정했다.

테더는 거래량이 수십억 건에 달하지만,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테더는 거래량이 수십억 건에 달하지만,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USDC는 3월 초에 거래량 10억 달러를 초과한 후 고정된 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유지됐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USDC는 3월 초에 거래량 10억 달러를 초과한 후 고정된 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유지됐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DAI의 가치 고정은 거래량이 수천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무너졌다. 지지자들은 USDC를 통해 가치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DAI의 가치 고정은 거래량이 수천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무너졌다. 지지자들은 USDC를 통해 가치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출처= 코인데스크 리서치 (데이터=노믹스(Nomics))

“결과적으로 담보로 등장한 스테이블코인보다 DAI의 유동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크게 보면 DAI를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매우 낮은 스프레드로 미국 달러나 기타 법정화폐와 1:1로 교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루네 크리스텐센, 메이커다오 창립자 CEO

그러나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USDT 같은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하면 탈중앙화 속성이 약해지기 때문에 검열에서 자유롭다는 메이커의 장점이 희석된다. 테더는 DAI와 달리 USDT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기업은 검열을 받고 폐쇄될 수도 있다. 탈중앙화 프로토콜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메이커다오 커뮤니티는 앞서 또 다른 자산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까지 USDT를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정을 내린 지 6개월이 지나 이더 가격이 폭락하고 DAI는 가격이 폭등해 개당 1.22달러까지 올랐다.

DAI 가격이 폭등하자 CDP 보유자들은 포지션을 청산하고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1주일 후에도 DAI 가격은 고정된 가치보다 7센트 높은 1.07달러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고, 메이커 커뮤니티는 가격을 1달러로 다시 낮추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USDC의 추가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DAI는 2019년 봄에도 달러에 가치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당시 커뮤니티는 투표를 통해 안정성 수수료(DAI 보유자들에게 지급되는 이자)를 0.5%에서 19.5%로 높였다. 이자율이 39배나 증가해 놀란 이들도 있었지만, DAI 보유 수요를 높여 달러에 가치를 묶어두려는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중앙화 자산을 메이커 생태계에 추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메사리의 퍼디는 유동성과 과소 자본(undercapitalization)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DAI 유동성을 높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것이 과소 자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 잭 퍼디, 메사리 연구원

William Foxley William Foxley is a tech reporter for CoinDesk. He previously worked for Messari and the American Spectator. He holds investments in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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