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Rudolf Jakkel/Pexels
출처=Rudolf Jakkel/Pexels

누구나 가지고있던 자산이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나면 정신이 멍해집니다. 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 시장에서 그걸 처음 경험했죠. 그리고 얼마 전 암호화폐 시장에서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12일부터 하락하더니 이틀만에 400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요. 2008년과 2020년은 쥐띠해입니다. 저는 쥐가 싫습니다.

  앞선 경험에서 배움을 얻기는커녕, 이번에도 우물쭈물 하다가 손절매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그날 글로벌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절반 이상 떨어졌거든요.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일시적으로 10% 넘게 생겼던 '김치 프리미엄' 덕분에 전 그나마 손실이 줄었습니다. 김치 프리미엄이라 함은,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비합리성을 비웃는 말 아닙니까. 저도 많이 놀렸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다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계산해보니 지난 한달 동안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폭이 비슷합니다. 다우존스는 33.87%, 비트코인은 35.52% 떨어졌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다우존스는 한달에 걸쳐 떨어졌지만 비트코인은 2~3일 새 집중 폭락했다는 점입니다. 암호화폐에는 서킷브레이커 등 투자자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벌어진 일입니다.

  가격이 무섭게 떨어지는 시장에서 투자자는 더 많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는 폭락 직후인 지난 18일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후오비에서는 암호화폐 가격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락할때 해당 암호화폐의 모든 거래가 일정 시간동안 중단됩니다. 다른 거래소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런 제도가 빨리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폭락 이후 '이제는 파생상품을 함께 하지 않으면 암호화폐 투자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일 오전 4000달러 밑으로 수직 낙하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수직 반등한 이유 중 하나가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의 서버 점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시각, 그 거래소에 서버 점검이 없었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공포스런 가격까지 더 떨어졌을 수도 있고, 지금 만큼이나마 가격으로 반등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서버 점검은 과연 진짜였겠느냐는 ‘음모론’도 있지만 말입니다.

  폭락장의 잿더미 위에서 만난 한 트레이더는 비트코인 가격이 250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3500달러 부근에서 비트코인 파생상품 롱포지션을 취한 투자자 자금이 많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잠깐이라도 25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이 롱 포지션들이 대부분 청산됩니다. 그리고 가격 하락을 주도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개별 암호화폐의 내재 가치가 아니라 소수의 '고래' 투자자들이 시장의 방향을 좌우한다고 보기에 가능한 시각입니다. 

  최근 가격 추이를 보면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의견이지만, 파생상품은 확실히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을 겨냥한 파생상품 거래소도 우후죽순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에선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대한 합법적 투자가 어렵다는 점이지요. 정부 당국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사고 파는 것을 일종의 도박으로 간주하고 도박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 어렵습니다.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의 여파로 주식도, 비트코인 가격도, 심지어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가치도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지금같은 시기엔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나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더 많은 정보를 구하고 신중한 태도로 위험을 줄이는 투자를 하는 수 밖에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는 비교적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자산 규모도 불어났습니다. 다만 제 계좌 잔고는 이 시기 함께 호황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위기 때 변동성에 눈이 팔려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종잣돈을 잃었기 때문이었죠. 이번 위기 때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암호화폐에 애정을 가진 모든 투자자들의 생존을 빕니다. 

이 글은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의 의견과 경험담을 종합해 재구성한 글입니다. 진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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