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체인은 블록체인의 짜파구리를 담는 그릇이다"
[인터뷰] 인터체인 지갑 케플러 출시한 에버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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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26일 10:00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 팀원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 팀원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시장이 닫히면서 소규모 블록체인 프로젝트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분위기다. 돈을 못 버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멈춰섰고, 엑셀러레이터의 신규 투자는 씨가 말랐다. 일부 팀들은 암호화폐 트레이딩 쪽으로 업을 바꿨다. 아예 블록체인 판을 떠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이 얼마 전 인터체인 지갑을 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고 싶었던 것은 이처럼 메마른 업계의 공기 때문이었다. 인터체인이란 여러 개의 블록체인을 하나로 묶어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비트코인 등 소수의 대형 메인넷 외에는 생존이 불투명해진 요즘같은 시대에도 이런 작업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스에서 그들을 만났다. 에버렛은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코스모스가 주최한 해커톤 대회 'HackAtom Seoul'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방식 블록체인들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장해주는 '에버렛 프로토콜' 모델을 개발하면서였다. 올해는 이더리움, 코스모스 등 PoS 블록체인 위에서 이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여러 개의 PoS 체인을 묶는 금융 허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에버렛은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통용 가능하게 해주는 인터체인이 결국 전체 블록체인의 성장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금의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태계가 구축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소비자들의 관심도 크지 않다. 결국 사용자 친화적인 전자지갑을 구상하게 된 배경이다.

에버렛은 "업계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메인넷들이 약속했던 개발 일정이 늦어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수는 없었다. 인터체인 전자 지갑인 케플러(Keplr)를 직접 만든 것도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에버렛 팀과의 일문일답이다.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이 출시한 코스모스 기반 인터체인 지갑인 케플러(Keplr) 스크린샷. 출처=에버렛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이 출시한 코스모스 기반 인터체인 지갑인 케플러(Keplr) 스크린샷. 출처=에버렛

ㅡ '그림자 토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인터체인 지갑을 출시했다. 의외다.

박찬현 설립자= 그것도 하고 있다. 다만 저희가 그림자 토큰을 제일 처음 구현할 플랫폼이 코스모스인데, 플랫폼 특성상 사용자가 편하게 쓸 인터체인 지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 왜 필요한가. 

이예훈 Strategic Partnership= 코스모스는 네트워크 특성상 참여하는 댑이 각자 독자적인 화폐와 블록체인을 가진다. 블록체인 시스템 각각의 독립성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렇게 만들었는데, 사용자는 쓰기가 매우 불편하다. 사용하는 댑이 10개라고 치면, 10개 모두 쓸때마다 아이디 패스워드를 적어넣어야 한다.

ㅡ 그럼 어떤 점이 달라지는 건가. 

박찬현= 이번에 만든 지갑은 이더리움의 메타마스크 같은 거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일종의 카카오 로그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케플러 지갑에만 로그인하면 코스모스 플랫폼 위에 있는 나머지 디앱들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UX)를 제공하려고 했다.

ㅡ 몇 종류의 화폐를 관리할 수 있나. 

김재원 CEO= 일단 코스모스(ATOM)과 카바(KAVA) 두 종류의 전송과 스테이킹을 지원한다. 나중에는 코스모스 기반의 모든 암호화폐를 지원할 계획이다.

ㅡ 지금 시장 상황에서 특별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닌 것 같다. 인터체인 지갑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박찬현= 저희 최종 목표는 여러 개의 PoS 체인을 묶어서, 서로 다른 체인 위에 있는 자산을 유동화시킬수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중간 목표는 이걸 코스모스 플랫폼 위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자 토큰이 아무래도 콘셉트가 복잡한 금융상품이다보니 복잡한 앱 인프라가 필요하다. 지금의 코스모스 플랫폼에는 그런게 없으니까 저희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다.

ㅡ 가장 부족한 인프라가 무엇인가.

김재원= 코스모스 플랫폼 위의 블록체인들은 IBC(Inter Blockchain Communication)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재단 쪽에서 IBC를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ㅡ 최근 코스모스 재단 내에 분쟁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IBC 개발이 늦춰질 수 있는데.

박찬현= '그림자 토큰'이라는 저희 모델 자체가 블록체인간의 통신이 매우 중요하다. 코스모스는 IBC라는 딱 맞는 프로토콜이 있어서 그걸 쓰려고 했는데, 혹시 안 될 수도 있어서 요즘은 IBC 프로토콜이 없어도 그림자 토큰을 작동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더리움으로도 진출하려고 생각하는데, 이더리움2.0 페이즈0이 미뤄지고 있어서 저희 일정도 따라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올해 안에 어떻게든 코스모스에 서비스를 런칭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ㅡ 요즘 시장을 보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비트코인 하나만 남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인터체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면. 

김재원= 지금 블록체인 발전이 자본시장의 발전 속도보다 많이 느리다. 저는 그 이유가 각각의 블록체인들 간에 격벽이 너무 완고해서라고 본다. 더 빨리 발전하려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시장의 파이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정환 Software Engineer= 고립된 플랫폼에는 쓸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다.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모든 댑들이 그 위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태에 따라서 트랜젝션이 언제 처리될지도 알기 힘들고 개발자가 원하는 것도 비교적 구현하기 어렵다. 모든 댑들이 하나의 플랫폼에 의존해서 돌아가는 것 보다는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블록체인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이예훈=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은 하나의 폐쇄적인 국가와 비슷하다. 국경을 넘나들 수 없고 무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국 물건이 더 싸고 품질이 좋아도 한국 자동차를 살수밖에 없다. 블록체인도 비슷하다. 돈처럼 쓰기에는 비트코인이 가장 좋고, 댑 사용하기에는 이더리움이 가장 좋고, 스테이킹은 코스모스가 가장 유리하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은 소비자가 그 이득을 다 취할 수가 없다. 어쨌든 세 플랫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체인이 활성화되면 각 플랫폼의 장점들만 취할 수 있다. 짜파게티는 스프가 맛있고, 너구리는 면이 맛있으니 두 개의 장점만 취해서 만든 게 짜파구리 아닌가. 인터체인이 블록체인의 짜파구리를 담는 그릇이 될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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