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추가적인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개개인에게 일정한 소득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막대한 예산집행을 떠나 국민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불카드나 현금으로 줄 때의 문제점은 사람마다 신원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소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부족하다. 기본소득을 수표나 은행 이체로 지급하자니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아예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필요한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전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편적 기본소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하는 것은 어떠냐는 물음이 나온다. 미국으로 치면 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미국 국민 전체에게 전자지갑을 배포하는 것이다.

현존 시스템에서는 연준이 직접 나선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이 직접 미 달러화와 1:1 연동되는 디지털 통화를 만들고 각각의 국민들에게 연결된 전자지갑을 제공한다면 이런 실무적인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많은 일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전자지갑으로 받은 기본소득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옮겨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용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도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암호화폐와 환전도 할 수 있다.

연준의 CBDC 배포에는 또다른 장점이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처럼 시중에 대규모 현금이 공급되는 사건이 벌어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주요 논거 중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전국민이 전자지갑을 보유하고 있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조정과 관리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소비자 물가가 급격히 오를 경우, 중앙은행은 국민들의 전자지갑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플레이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변동시켜 시중 통화량을 조정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더 직접적인 정책 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중앙은행과 CBDC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것은 탈중앙화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썩 만족스러운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많은 나라 중앙은행들이 이미 행정부와 정치인들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여기에 중앙은행 CBDC를 이용하면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행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당장 CBDC를 만든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촉발시킨 경제 위기를 바로 극복할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물리적으로 늦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우리는 가능한 빨리 CBDC를 만들고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재난이 또 찾아오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의 저자인 프란시스 코폴라(Frances Coppola)는 은행, 금융, 경제 분야에서 프리랜서 작가 겸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대 화폐와 양적완화의 작동 원리를 다룬 '양적완화 사례(“The Case for People’s Quantitative Easing)'라는 책을 썼다. 아울러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정부 당국이 헬리곱터로 돈을 뿌리듯 대규모 현금살포(helicopter money)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번역: 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Frances Coppola I used to work for banks. Now I write about them, and about finance and economics generally. Although I originally trained as a musician and singer, I worked in banking for 17 years and did an MBA at Cass Business School in London, where I specialized in financial risk management. I’m the author of the Coppola Comment finance & economics blog, which is a regular feature on the Financial Times's Alphaville blog and has been quoted in The Economist, The Wall Street Journal, The New York Times and The Guardian. I am also a frequent commentator on financial matters for the BBC. And I still sing, and teach. After all, there is more to life tha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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