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김치를 잡숫더니 바이낸스KR이 됐다네
6일 거래 시작 바이낸스KR 직접 이용해보니
비트코인, 바이낸스글로벌보다 1% 가격 비싸
BKRW 지갑 간 이체불가…사실상 '포인트'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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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4월6일 19:00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KR이 6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상용 스테이블 코인인 BKRW 마켓도 함께 열렸다. 바이낸스가 호언장담했던대로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을 없앨 수 있을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거래소가 세계 최상위 거래소와 모든 오더북(매수·매도 주문목록)을 통째로 공유하는 사례는 바이낸스KR이 처음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거래소에 직접 가입해 입금부터, 암호화폐 구매, 지갑 전송까지 여러가지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봤다.

 

살 때는 1BKRW에 1원씩, 팔 때는 '각자 알아서'

기자는 우선 바이낸스KR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했다. 회원가입 절차는 바이낸스 글로벌 거래소와 동일하다. 

로그인 후 지갑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원화입금' 메뉴가 나온다. 바이낸스KR에 원화를 입금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신분증, 본인 실명계좌 등 세 단계의 인증을 거쳐야 한다. 계좌 인증까지 마치면 얼마를 입금할지 묻는다. 등록되지 않은 타 은행계좌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 간편송금 서비스를 통해서 입금된 건은 처리되지 않는다. 

5만원을 치고 '다음'을 누르면 '원화를 이용한 BKRW 충전 동의서'라는 팝업 창이 뜬다. '교환'이 아니라 '충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기자는 평소 동의에 앞서 약관 내용을 자세히 안 읽는 성격인데, 이 팝업에는 쉽사리 '동의'를 단번에 누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삽입되어 있었다.

"3. 회사와 BKRW 유통사는 BKRW의 가격이 고정적이라거나 BKRW가 어떠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화나 서비스 등(원화나 다른 암호화폐, 기타 신용화폐를 포함하며 이에 한정되지 아니함)으로 교환될 수 있음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안정된'(stable) 스테이블코인으로 알려져있지만, 산 다음에 다시 팔려고 해도 이걸 원화로 바꿔준다는 보증은 못해준다는 내용이다. 갑자기 현자가 된 기분. 내가 왜 멀쩡한 현금을 내고 이 코인을 사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일단 기사를 써야 하니 '동의'를 누르고 계속 충전을 진행한다.

신생 거래소인 바이낸스KR은 시중 은행과 연결된 실명 가상계좌가 없다. 대신 특정 코드를 적어 거래소 명의의 은행 계좌로 돈을 넣으면, 거래소에서 코드로 입금인을 식별해 투자자 계좌로 옮겨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벌집계좌'로 불리는 방식이다. 

바이낸스KR의 원화를 이용한 BKRW 충전 동의서. 출처=바이낸스KR
바이낸스KR의 원화를 이용한 BKRW 충전 동의서. 출처=바이낸스KR

한 번에 입금할 수 있는 돈은 1만원에서 1억원 사이로 제한되어 있다. 입금은 반드시 BKRW 충전의 형태로만 가능하다. 원화를 넣어 바로 비트코인(BTC)나 이더리움(ETH)을 살 순 없다는 얘기다. 5만원을 입금하고 약 2분30초를 기다리자 가입한 이메일로 충전 완료 메일이 온다. 기자의 BKRW 계좌에도 5만 BKRW가 찍혔다. 이제 암호화폐를 사러 가볼까.

 

바이낸스 팬 아니라면...실리적 이점 많지 않아

바이낸스KR은 바이낸스글로벌과 오더북을 공유한다. 거래량 기준 세계 1위권 거래소의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도 거의 같다. 실제로 바이낸스 글로벌의 주력 상품인 비트코인-테더 페어의 가격은 바이낸스KR에서도 시차없이 연동되는 모습을 보인다.

단, 바이낸스KR에 입금된 원화로 바로 비트코인-테더 페어 거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화 입금 투자자는 일단 BKRW 마켓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을 구매해야 바이낸스글로벌로 넘어가 특유의 유동성 높은 오더북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낸스KR BKRW 마켓의 암호화폐 가격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6일 오후 12시15분 현재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은 826만 3000원이다. 같은 시각 바이낸스KR의 비트코인-BKRW 페어 환산 가격은 약 833만 3000원 정도로 1% 가량 비싸다. 신기한 것은 바이낸스KR의 비트코인-테더 페어의 환산 가격은 약 844만 6000원 정도여서, BKRW로 비트코인을 산 후, 테더로 바꾸면 앉아서 1.5% 남짓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상단의 노란 음영이 BKRW 마켓의 비트코인 가격. 하단의 노란 음영은 테더 마켓의 비트코인 원화 환산가격이다. BKRW 마켓의 원화 환산 가격이 수십~수백억으로 표기되는 것은 일종의 시스템 오류로 보인다. 출처=바이낸스KR
이미지 상단의 노란 음영이 BKRW 마켓의 비트코인 가격. 하단의 노란 음영은 테더 마켓의 비트코인 원화 환산가격이다. BKRW 마켓의 원화 환산 가격이 수십~수백억으로 표기되는 것은 일종의 시스템 오류로 보인다. 출처=바이낸스KR

이렇게 해서 가지고 있던 테더를 원화로 출금하려면 다시 BKRW로 바꿔야 한다. 원화 출금은 BKRW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정에서 앞서 얻었던 1.5%의 시세차익은 다시 사라진다. 당장 원화 출금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이낸스KR 측은 "출금 서비스 지원은 4월 9일부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바이낸스 글로벌 거래소의 풍부한 유동성을 유독 선호하는, 또는 암호화폐 형태로 자산을 계속 보관하고 있을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 거래소에서의 매매를 매력적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비트코인 보유 목적을 가진 투자자도 더더욱 지금 상황에서 바이낸스KR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국내 거래소들보다 1% 가량 높은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BKRW 이용해 김치 프리미엄 해소는 불가능

자오창펑은 김치 프리미엄 해소를 들어 왜 BKRW를 홍보했을까. 바이낸스KR의 '자주 묻는 질문(FAQs)' 페이지에 가면 회사 측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을 때 국내 거래소에서 프리미엄을 다 치르고 암호화폐를 사지 말고, 바이낸스KR에서 BKRW를 사서 해당 BKRW를 바이낸스글로벌로 보내 거래하면 암호화폐를 더 싸게 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날 체험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 역시 스테이블 코인인 BKRW를 활용해 거래소를 넘나드는 차익거래를 실제로 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기자는 곧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BKRW 지갑끼리의 입출금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측은 지갑끼리의 BKRW 전송이 당분간 지원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낸스KR에서 바이낸스글로벌에 전송할 수 없는 것 뿐만이 아니다. 바이낸스글로벌 내에서도 지갑 간 BKRW를 주고받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현재 BKRW는 사실상 암호화폐가 아니라 바이낸스가 발행한 원화 포인트에 가깝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내부 정책에 따라 당장은 지갑간 BKRW 이동을 지원하지 않지만 향후 따로 공지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금 서비스 지원이 시작되는 4월9일 이후에도 BKRW 이동은 지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자오창펑은 일종의 과대광고를 한 셈이다. 멋모르고 지난 2일 원화입금을 했던 고객만 일주일동안 투자금이 묶이는 피해를 입은 격이 될 수도 있다. 

6일 바이낸스KR 공식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가입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처=텔레그램
6일 바이낸스KR 공식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가입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출처=텔레그램

이날 바이낸스KR의 거래는 당초 공지됐던 시각보다 10여분 늦은 오전 10시11분께 시작됐다. 개장 이후에도 시간이 갈수록 거래소 이용이 원활치 않아보였다. 거래소 가입과 이용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려 시스템에 부하가 발생했다. 투자자 2300여 명이 모인 공식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이와 관련한 각종 민원이 빗발쳤다. 대부분 입금 지연, 본인 인증 오류, 주문 지연에 대한 불만이었다.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민원들이지만 바이낸스의 한국 거래소 격인 곳인 탓에 의외라는 반응들도 있었다. 

바이낸스KR은 김치 프리미엄을 통한 재정거래를 꿈꾸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도구가 될 수 있을까. 일단은 원화 출금이 열리는 9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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