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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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이 유럽연합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는 비트코인보다 더 프로그래밍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DNB는 21일 발표한 4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은행을 대체하려 드는 암호화폐가 은행들에게 기술적 교훈을 줄 수 있으며, 스마트계약 기술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미래 증명’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유로 시스템(유럽중앙은행과 각 회원국 중앙은행들의 협의체)을 위한 디지털 화폐의 검증된 기반이 되겠다는 네덜란드의 포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로직으로 구성된 스마트계약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CBDC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거래 비용 절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계약 시스템은 결제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 중

디지털 화폐를 이처럼 높게 평가한 데는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들의 디지털 화폐 관련 논의를 선도하겠다는 DNB의 의도가 녹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프랑스는 제한적 CBDC 실험을 제안하며 논의를 주도했다. 아직 자체 실험에 착수하지 않은 네덜란드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 발을 내디뎠다. DNB는 유럽연합 CBDC를 위한 연구와 개발, 실행 허브 역할을 도맡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인 형태의 CBDC 실험을 유로 시스템에서 할 필요가 있다면 네덜란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네덜란드가 이같은 실험에 적합한 테스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보고서 중

 

민간 발행 화폐의 부상

유럽연합이 2017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거주자 1700만명은 현금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의사가 유로존 내에서 가장 작은 집단이다. 따라서 CBDC의 필요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네덜란드인들의 현금에 대한 거부감은 한층 심해졌다. 매년 ATM 기기 수와 현금 입출금 건수가 줄고 있다. 거시적 차원에선 상업은행 계좌와 연동된 민간 발행 디지털 화폐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단일 글로벌 화폐라는 방향이 수정되긴 했어도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여전히 큰 위협이다.

DNB는 보고서에서 국민들의 CBDC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 화폐가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도 정부 발행 화폐의 지위를 지켜 줄 거라는 나름의 응답을 내놨다. 

이번 보고서엔 “합리적인” 유로존 CBDC의 구체적인 모양새에 대한 제안도 담겼다. 또한 리브라, 비트코인, 현금, 상업은행 자금 및 중앙은행 보유고 등 다른 선택지들과의 비교도 이뤄졌다.

DNB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민간 발행 암호화폐를 통한 실험이 이뤄졌으나, CBDC에 활용할 만한 부가가치가 (암호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에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유일하게 건질만한 기술은 스마트 계약이라고 결론지었다. DNB는 이와 관련해 스마트계약 기술의 미래지향적인 유동성이 CBDC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DNB는 또한 CBDC가 비트코인 및 리브라보다 훨씬 프로그래밍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화된 화폐

DNB는 스마트계약이 분산원장기술이라는 암호화폐의 “덜 중요한” 기능과 별개라고 주장했다. DNB는 분산원장기술이 은행 시스템 바깥의 이상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기능이라며 강력한 퇴짜를 놨다. 

그러나 DNB는 비트코인 예찬론자들과 현금 지지자들이 숭상하는 일정 정도의 익명성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했다. 분산원장기술 덕분에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동시에 익명 거래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은행들은 중앙은행들과 달리 이용자의 거래 이력을 완전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시장에 내다 팔 동기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화폐가 완전한 익명성을 띠는 것처럼, CBDC는 그에 버금가는 선택적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해야 한다고 DNB는 요구했다.

이러한 기술적 측면들은 CBDC에 대한 DNB의 매우 상세한 구상을 뒷받침한다. 세계가 변화를 거듭하면서 중앙은행의 화폐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해 CBDC가 필요하다는 DNB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부 장관도 21일 의회에서 CBDC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유럽의 다른 어떤 중앙은행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CBDC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밝힌 적 없다. 이제 공은 유로 시스템으로 넘어갔다.”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부 장관 

번역: 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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