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연례 미술 작품 판매 행사인 아트 바젤(Art Basel)은 2700만달러의 예술 작품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온라인 전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은 예술 산업의 첫 번째 변화라고 보도했다.

누구나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면 리스크도 발생한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예술 작품은 무단으로 복제돼 재생산되거나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명작이라도 진위를 증명할 수 없거나, 판매자를 믿을 수 없거나, 위조를 막을 수 없다면 작품의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딜러로부터 디지털 쇼룸에 전시된 작품을 구매하려면 어느 정도 신뢰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수많은 디지털 경매 사이트가 있고, 모든 사이트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해리 링커, 링커 컨설팅 창립자

물리적인 교류가 어려워지면서 674억달러에 달하는 전통적인 예술 시장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 블록체인 기반 아트 갤러리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필연적인 변화로 예견되던 블록체인이 이제 유용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이 공공의 원장을 통해 신뢰가 필요하지 않은 P2P 거래의 기반을 다졌듯,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 이더리움에 첨부된 크립토 예술품에도 출처가 각인되어 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불변의 소유권 기록은 디지털 예술 경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물리적인 증명서에 의존했던 시장의 진위 증명 방식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예술품을 소장하는 방식이다. 거래는 거의 즉시 이뤄지고, 소유권 증명과 출처가 분명하며, 시장은 24시간 열려 있고, 예술품 창작과 수집에서 지리적인 한계가 사라진다.” – 맥스 오시리스, NFT 초기 구매자

게다가 이중지불을 방지하는 암호화폐의 특성이 예술 작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이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보존된다.

 

예술을 향유하는 관문

암호화폐 예술 큐레이션 및 판매 플랫폼인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도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윙클보스 형제의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가 지난해 11월에 인수한 이 플랫폼은 이후 디지털 예술품 전시회인 “드롭(drops)”을 세 번 진행했다. 모든 작품은 공개된 지 며칠 만에 다 판매됐다.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처음으로 디지털 아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 던컨 칵 포스터, 니프티 게이트웨이 공동 창립자

니프티는 신용카드로 NFT를 구매할 수 있게 해 주고, NFT 예술품 거래를 위한 유통 시장을 지원한다. 혁신을 통해 격리 중에도 예술품을 소장할 방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투자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인류의 진보 :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맥스 오시리스. 출처=맥스오리시스닷컴(maxosiris.com)
“인류의 진보 :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맥스 오시리스. 출처=맥스오리시스닷컴(maxosiris.com)

예술품은 보통 ‘대안 투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예술품은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 상품으로, 금이나 땅, 비트코인처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변동성으로 영향을 받은 다른 자산과는 달리, 예술 수집품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통제한다. 어떤 시장이든 판매를 통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현금을 마련할 수 있어야 시장이 성공할 수 있다.” – 해리 링커

링커는 현금 유동성이 묶인 구매자들이 시장을 떠났던 1980년대 후반과 2008년 경기 침체에 예술품 가격도 폭락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한달간 니프티의 유통 시장에서 판매된 예술품들은 꾸준히 가치가 올랐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존 가이도의 “Wings: Regular”라는 작품은 니프티의 첫 드롭에서 20달러에 판매되었는데, 지금 가격은 250달러이다. 그리핀 칵 포스터는 다른 작품들도 가치가 두 배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예술품의 가치는 올랐지만, 최근 몇년간 NFT 시장은 많은 투자를 받지 못했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와 크립토펑크(CryptoPunks) 모두 2017년에 최고 거래량을 기록한 이후 거래량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내 경험에 따르면 독자생존이 가능한 유통 시장을 만드는 데는 30년이 걸린다. 따라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30년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 생각에는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 해리 링커

칵 포스터 형제는 9.11 사태를 사진에 담아내 유명해진 사진가 라일 오웨르코를 영입하기도 했다. 사진도 여느 예술 작품과 다르지 않으므로, 오웨르코가 니프티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웨르코는 자신의 작품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니프티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새로운 미술관이라면, 유일한 장벽은 구매할지 여부가 된다. 전통적인 시장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중간 판매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 라일 오웨르코, 사진작가

오웨르코가 작품을 전시하고 플랫폼을 좋게 평가하자 데프 잼 레코즈(Def Jam records)의 창립자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키 애덤스도 흥미를 느끼고 최근 니프티의 드롭에 참여했다.

애덤스는 자신의 팝아트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가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며칠 전에 자신의 “Numbers” 전시회에서는 작품이 최고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그는 “온라인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전시회를 알게 되었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니프티는 현재는 문을 닫은 아트 갤러리를 벤치마킹해서 2~3주 간격으로 전시를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지속해서 품질이 높은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라는 평판을 쌓고자 한다.” – 던컨 칵 포스터

 

NFT 무엇으로 구성되었나?

디지털 전시회를 돌아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키 애덤스의 작품은 문을 닫기 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봤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NFT에 ‘품질’을 추가해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대단한 작품에 유명한 작가가 서명했더라도 디지털로 재생산된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칵 포스터 형제는 니프티 참여자들의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예술과 기술에 관심 있는” 30대 남성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칵 포스터 형제
칵 포스터 형제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링커는 작품을 실제로 만져볼 수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콜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암호화폐 아티스트 라이언 콜디츠는 삶이 점점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이동성 또한 작품의 가치로 어느 정도 고려된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작품의 가치가 내재적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매우 개인적이다. 많은 소장가가 ‘작품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사는 것이다.” – 맥스 오시리스

예술을 직접 경험할 수 없어서 슬퍼하는 이도 있겠지만, 새로운 매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장려하고 싶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벡터 파일을 만들고, 물리적인 매체로는 할 수 없는 작품 활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 던컨 칵 포스터

“눈에 띄려면 시대에 맞으면서도 흥미를 끄는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 대대적인 실험이 진행되는 시대다. 작가나 작품이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 맥스 오시리스

콜디도 이에 동의하며 크립토 아티스트들은 블록체인에 작품을 공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가가 특정 작품이 왜 인기를 끄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곧바로 작품을 토큰화하고 전 세계에 전시할 수 있는 신속성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다듬을 수도 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은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구매할 수 없다. 그러나 작품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작품을 향유할 수는 있다. 따라서 소장가와 관람객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 라일 오웨르코

오웨르코는 니프티에서 20달러에 작품을 판매해 이 간극을 좁히고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가 키 애덤스
미술가 키 애덤스

그러나 모든 이가 니프티의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니프티 게이트웨이가 큰 혁신을 이룬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중앙화된 거래소를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해 사용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네이트 가이어, 민트베이스 CEO

가이어는 수퍼레어(SuperRare)나 노운오리진(KnownOrigin) 같은 플랫폼이 비 암호화폐 사용자들이 디지털 자산에 관해 생각해보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완전한 탈중앙화 플랫폼인 크립토복셀(CryptoVoxel)과 오픈씨(OpenSea)는 사람들이 상호운용 가능한 환경에서 이러한 자산을 사용하고, 전시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니프티 플랫폼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하는 일에 조언을 제공하고 내가 왜 플랫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말해주면 좋겠다.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고 내가 돈을 벌어 전송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것에 관해 안내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상태고, 솔직히 말하면 플랫폼이 ‘진짜’로 느껴지지 않는다.” – 키 애덤스

“수집품을 판매할 때 우리는 꿈과 이야기를 판매한다.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는 구매자의 몫이다.” – 해리 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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