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arah Richter/Pixabay
출처=Sarah Richter/Pixabay

이더(ETH) 가격이 올해 50% 가까이 올랐지만, 특정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투자자를 뜻하는 이른바 ‘고래’의 주소 수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준 이더가 1만개 이상 든 고유 주소의 개수는 7일 평균 1050개로 감소했다. 블록체인 정보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더 고래 주소 수는 지난해 12월 1115개에서 6% 가까이 감소했다. 이 수치는 개인키로 관리되는 외부소유 계정(EOA)만 포함한 것으로, 자체 코드를 담고 있어 해당 코드로 관리되는 컨트랙트 계정(CA)은 제외됐다.

이처럼 이더의 고래 주소 수가 감소한 것은 최근 비트코인의 고래 주소 수가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비트코인 1만개 이상이 든 고래 주소 수의 7일 이동평균은 지난달 말 111개로 늘어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디지털에셋 데이터(Digital Assets Data)의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 코너 아벤샤인은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일부 이더 고래들이 비트코인으로 옮겨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에 지난 비트코인 역대 3번째 반감기를 두고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고, 애널리스트들은 앞서 몇 달 동안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벌였다. 여기에 지난 3월12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867달러까지 곤두박질친 후 닷새 만에 700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7일 평균 이더 1만개 이상이 든 주소 수. 출처=글래스노드
7일 평균 이더 1만개 이상이 든 주소 수. 출처=글래스노드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일부 이더 고래들이 비트코인으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이더 고래 주소 수가 감소세를 보이던 지난 3월, 비트코인 고래 주소 수는 무려 5%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디지털 대출플랫폼 디파이너(DeFiner.org)의 공동설립자 CEO 제이슨 우는 비트코인이 주로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두 암호화폐 간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래들은 이더리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도와 수익을 올리는 이더보다 비트코인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더리움은 거대한 응용 레이어 생태계를 갖고 있으며,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게임, 보상 등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솔루션과 관련된 거래들이 많이 일어나는 플랫폼이다. 이더를 보유하려는 신규 주소 개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제이슨 우

이더 고래 주소 수가 감소한 또 다른 이유로는 탈중앙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스위치의 공동설립자 CEO 아시시 싱갈은 “이더 고래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대출 등을 지원하는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의 스마트계약으로 보유 자산을 대거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탈중앙금융에 예치된 이더 규모는 지난 2월 역대 최고 수준인 3억2300만달러로 증가했다가 현재는 2억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했다. 디파이프라임은 이더리움이 이렇게 급성장 중인 탈중앙금융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기준으로 등록을 마친 디파이 프로젝트 213개 중 199개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주소는 급증

고래 주소가 감소세를 보이는 데 반해 이더 32개 이상이 든 주소 개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이더 32개 이상이 든 주소는 7일 평균 11만4625개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서만 4%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싱갈은 “이더리움 2.0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원인으로 꼽았다.

7일 평균 이더 32개 이상이 든 주소 수. 출처=글래스노드
7일 평균 이더 32개 이상이 든 주소 수. 출처=글래스노드

네트워크의 합의 메커니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 2.0’이라는 이름의 프로토콜 업그레이드가 임박한 가운데, 네트워크의 검증자(validator)가 되려면 이더를 최소한 32개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주소가 필요하다.

현재 이더리움이 채택하고 있는 작업증명 방식은 채굴자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 거래를 완료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지분증명 방식에선 채굴자 대신 검증자가 자신이 보유한 이더 일부를 이더리움 생태계에 지분으로 예치한다. 이를 ‘스테이킹(staking)’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채권에 투자하고 이자 소득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올해 3분기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토콜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를 32개 이상 보유한 이들은 스테이킹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더가 32개 이상 든 고유 주소 개수가 증가했다고 반드시 신규 투자자들이 새롭게 유입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용자 한명이 주소 여러 개를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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