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출처=위키피디아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출처=위키피디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장기적으로 국가와 기업, 사람들이 가치를 거래하는 방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일부 CBDC는 탈중개화, 빠른 거래속도, 낮은 거래비용 등 암호화폐가 가지는 장점과 안정적 가격 등의 법정통화의 장점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도전적인 존재다. 산업 참여자들의 컨소시엄에 의해 만들어졌던 1세대 디지털화폐는 간단한 화폐 이동, 가격 변동 같은 기능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국경 이동을 전제로하는 CBDC 2.0은 본격 출범할 경우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최근 디지털화폐와 관련되어 있는 주요 프로젝트들과 발전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림1. CBDC의 원형과 설계 시 고려사항. 출처=BCG
그림1. CBDC의 원형과 설계 시 고려사항. 출처=BCG

우리는 CBDC를 분석하면서 국가, 중앙은행, 기업, 개인사용자 등의 잠재적 영향과 디지털화폐의 도입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총 사회적 영향(Total Social Impact) 프레임워크(그림 2 참조)를 개발해 다음 그림과 같이 적용했다. 

그림2. CBDC에 대한 총 사회적 영향 프레임워크. 출처=BCG
그림2. CBDC에 대한 총 사회적 영향 프레임워크. 출처=BCG

CDBC 2.0은 CBDC 진화의 두 번째 단계로, 복수의 중앙은행이 함께 운용이 가능하고 프로그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화폐(그림4 참조)를 말한다. 

법정화폐 제도의 핵심은 각 국가 간의 국제협정이다. 디지털화폐가 어떤 나라에서 사용되려면 먼저 그 나라의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CBDC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한편으로 경계한다. CBDC가 지금까지 굳어져 왔던 소유권의 개념이나 중앙 집권적인 정부의 리더십을 교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BDC에 탈중앙화 개념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 디지털화폐는 실패하게 될 것이다. 탈중앙화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가장 혁명적인 일면이다. 초기 CDBC 프로젝트는 개인 간(peer to peer) 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 점진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버넌스를 중앙 집중화하고 돈의 순환을 통제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소비자가 그 화폐를 굳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산형 거버넌스와 개방형 유통시스템은 소비자가 CBDC를 선택해야만 하는 좋은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지난 2008년부터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은행권은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상실해왔다. 그래서 대출 금리 결정이나 화폐 유통량 결정 같은 분야에서는 탈중앙화된 디지털화폐가 쓰일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그림 3. 중앙집중식 CBDC와 분산형 CBDC가 거버넌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출처=BCG
그림 3. 중앙집중식 CBDC와 분산형 CBDC가 거버넌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출처=BCG

오늘날 중앙은행들은 법정화폐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 소비자들은 이런 중앙은행 활동에 대한 영향력이나 지식이 없다.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CBDC 2.0은 한 국가 뿐 아니라 초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지역에 걸쳐 발행될 것이다. 서로 다른 국가들의 법률과 경제정책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는 얘기다. 

CBDC 2.0은 주택담보대출, 대출, 무역금융, 부동산 등 특정 목적으로 쓰이는 다른 디지털화폐를 대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토콜 수준에서 상호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제대로 관리되는 CBDC 2.0은 일반 소비자에게 빠르고 저렴한 국경 간 거래, 가명성, 개인 데이터 보호 등의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알고리듬에 의해 화폐가 자동 발행되기 대문에 초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거의 없애줄 것이다. 모든 거래는 공개돼있으며 수정 불가능한 국가공인 거래원장에 기록될 것이다. 이중 지출의 위험은 없을 것이고, 불법 거래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 거래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돈의 유통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 필요한 문서와 결제 시간이 줄어들고, 무역속도 역시 이로 인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폐는 추적이 쉬우니 돈세탁, 탈세, 마약 밀매와 같은 범죄 활동 역시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통화가 CBDC 2.0처럼 초국가적 수준에서 운용되면 신흥국에 유리하다. 신흥국들은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겪었던 고통들을 이전보다 덜 겪게 될 것이다. 

그림 4. BCG는 "CBDC 2.0이 가장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BCG
그림 4. BCG는 "CBDC 2.0이 가장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BCG

컨센서스 2020에서 CBDC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분산형 CBDC의 장점을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3가지를 지목했다. 첫째, CBDC는 민주주의와 권력 분배를 개선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줄인다. 둘째, 신흥국의 통화 변동성을 줄인다. 셋째, 국경을 초월한 결제나 지불에 필요한 비용을 줄인다.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화된 기관이며, 그렇게 운영되는 이유가 있다. 중앙은행은 독립 기관으로 만들어졌고 국가의 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위해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왕이 제멋대로 화폐를 발행하거나 통화정책을 바꾸려 할 때면 화폐의 신용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저항했다. 중앙은행의 이러한 역할은 지난 수세기 동안 상식처럼 자리잡았다. 

오늘날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우리는 CBDC 2.0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지도자들은 CBDC 활용을 결정하고 기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빠르게 CBDC 2.0을 도입하는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향상과 정부 분권화, 부패의 감소, 효율적이고 안전한 지불 시스템을 보상으로 받게 될 것이다. 

이 글의 저자인 이고르 미할레프(Igor Mikhalev)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의 디지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 관련 컨설팅 전문가다. 미할레프와 함께 글을 쓴 카이 부차르디(Kaj Burchardi)는 BCG의 전무이사로, BCG의 자회사인 네덜란드 프라티니언(Plationion)을 맡고 있다. 

번역: 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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