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비트코인' 문화상품권이 8% 할인 가능한 비결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①]
중고딩의 암호화폐 '문상', 온라인 '알뜰족' 장악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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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6월19일 12:00

편집자 주. 종이에 갇혀있던 돈이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싸이월드 도토리로 미니홈피를 꾸미던 사람들이 이제는 암호화폐로 물건을 삽니다. 다음 20년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새로운 돈과 함께 하는 우리의 일상을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이라는 연재로 소개합니다.

서울 문정동에 사는 김인서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한 유명 브랜드의 진공청소기 새 제품을 58만원에 구입했다. 인터넷 최저가에 비해서도 약 8% 가량 낮은 가격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오프라인 판매처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김씨는 어떻게 그 가격보다 더 낮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을까. 설명을 부탁하니 그는 "약간 복잡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우선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월말이나 분기말에 나오는 할인된 문화상품권을 사요. 많게는 8%까지 싸게 팔아요. 이 상품권을 지마켓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한달에 20만원 정도까지 포인트로 바꿀 수 있어요. 그렇게 세 달에 걸쳐 교환한 포인트로 진공청소기를 샀죠. 이런 방식이 문화상품권만 되는건 아니고 사이트별로 통용 가능한 여러가지 상품권들이 있어요."

현금이나 카드로 할인된 가격에 문화상품권을 구입하고, 그걸 이용해 물건을 산다. 이런 수고를 감수하면서 최저가보다 몇 만원 더 싸게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재 문화상품권의 정확한 연간 유통량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상품권이 한 장 팔릴때마다 발행처인 한국문화진흥이 벌어들이는 판매수수료수익의 연간 추이를 보면 대략적인 유통량 증감을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화진흥의 2019년 상품권 판매수수료 수익은 총 468억 525만원이다. 이는 3년 전인 2016년(309억 7158만원)에 비해 51% 가량 증가한 수치다. 

티켓몬스터에 올라온 문화상품권 7.9% 할인판매 페이지.
티켓몬스터에 올라온 문화상품권 7.9% 할인판매 페이지.

 

본인인증, 은행 계좌 없이도 현금성 가치 전송

문화상품권은 쇼핑, 도서, 영화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문화 진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1998년 만들어진 상품권이다. 초기에는 종이로 만든 지류 상품권만 통용됐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상거래 기술이 발달하면서 2012년부터는 모바일 문화상품권이 발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온라인 사용이 보편화됐다. 상품권마다 고유의 핀(PIN) 번호가 있어서 이걸 문자나 사진으로 찍어 타인에게 전송하면 쉽게 계좌이체 효과를 낼 수 있다. 

본인 인증이나 은행 등 중개기관이 없이도 현금성 가치를 전송할 수 있는 문화상품권의 독특한 기능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결제수단은 신용카드인데, 미성년자에게는 법적으로 신용카드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 동의 없이 마음대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미성년자들은 신용카드 대신 문화상품권을 현금처럼 활용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익명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성년자 성매매 등 범죄에 지불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때 문화상품권에 '청소년 비트코인'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이유다. 

이렇게 한번 문화상품권 사용에 친숙해진 10대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상품권 혜택 활용에 익숙하다. 통상 상품권은 사용 촉진 차원에서 액면가보다 몇 퍼센트 이상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용해 쇼핑 할인 효과를 내는 것이다. 대학생 이선영씨는 "인터넷으로 5만원 넘어가는 물건 살때는 무조건 문화상품권 사서 할인받는 편"이라며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주고 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비교적 디지털 자산 이용에 밝지 않은 40대 이상 소비자들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20~30대 소비자들에게 할인 요령을 배운다. 실제로 쇼핑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인 '뽐뿌'에서 '문상 신공'(문화상품권을 이용한 할인 신공의 줄임말)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각종 신용카드 혜택 및 간편결제 포인트 적립 등과 문화상품권 할인을 연계하는 방법을 설명한 글들이 쏟아진다. 최근 뽐뿌 게시물을 통해 에어프라이어를 저렴하게 구매한 주부 김영미씨는 "조카에게 말로 설명을 들을때는 잘 이해를 못했는데, 화살표를 이용해 구매 방법을 정리해놓은 게시물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며 "어떻게 가격이 할인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진흥이 운영하는 문화상품권 웹사이트 '컬쳐랜드'. 전용 계좌를 연결하고 컬쳐캐시를 충전하면 5% 덤을 얹어준다. 출처=컬쳐랜드.
한국문화진흥이 운영하는 문화상품권 웹사이트 '컬쳐랜드'. 전용 계좌를 연결하고 컬쳐캐시를 충전하면 5% 덤을 얹어준다. 출처=컬쳐랜드.

 

높은 할인율 부담은 대부분 판매자 몫

많은 소비자들이 문화상품권을 이용하면 8% 할인이 가능한 원리를 궁금해한다. 소비자가 그만큼 이익을 본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는 얘기인데,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 생태계가 계속 돌아가느냐는 의문이다.

할인 구조를 뜯어보면 상품권 자체 할인 마케팅이 가장 먼저 나온다. 한국문화진흥 관계자는 "우선 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저희가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할인율이 3% 정도"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추가로 이벤트형 할인이 들어가게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는 할인율이 낮고, 계좌이체 구입은 할인율이 높다. 한국문화진흥에서 운영하는 상품권 사이트인 컬처랜드에서 계좌이체로 문화상품권을 충전하면 5% 가량의 '컬처캐시'를 덤으로 얹어 주는 식이다.

다음 할인은 쇼핑 플랫폼에서 나온다. 한국문화진흥 관계자는 "위메프, 티몬,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일부 할인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추측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상품권을 싸게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해당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마케팅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매출액 등 경영 지표에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월말이나 분기말에 깜짝 할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판매된 상품권을 들고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를 하면 상품권이 물건 판매자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판매자는 이 상품권을 한국문화진흥에 보낸 뒤 현금 정산 요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문화진흥은 상품권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입금하게 된다. 

출처=컬처랜드
출처=컬처랜드

판매 수수료는 업종마다, 가맹점마다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에 달하기도 한다. 온라인 서점 같은 경우는 문화상품권 결제 시 판매수수료가 약 7% 정도다. 서점이 판 물건은 1만원이라 해도, 상품권을 받으면 실제 현금으로 돌아오는 것은 9300원이란 얘기다. 이 부분이 문화상품권 할인의 핵심이다. 결국은 판매자가 물건값을 할인하는 셈이다.

 

'낙전수입'으로 지탱하는 생태계…지속 가능할까

'문상 생태계'에서 소비자가 항상 '승자'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문화진흥 손익계산서를 보면 본업인 상품권 판매에서는 약 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러나 영업외수익 부문이 이 손실을 벌충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약 1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외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품권소멸시효경과이익' 112억원이다. 상품권소멸시효경과이익이란 상품권을 구매해놓고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아 발행사에게 돌아온 돈, 곧 낙전 수입을 말한다.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소비자도 있지만, 기한 내에 사용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자산을 '잃은' 소비자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문화상품권을 유통하면서 들어간 운영비용은 약 52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이 독특한 디지털 자산을 계속 이용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업체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낙전수입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상품권 관련 규제법제가 거의 없는데 다른 나라들은 상품권 관련 낙전수입을 정부로 귀속시켜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화상품권은 이런 규제 하나만 생겨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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