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투명성을 모두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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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20년 6월30일 08:00

제 주변엔 각종 할인혜택을 찾아내 최저가로 결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문화상품권부터 머지포인트까지 섭렵한 그는 일찌감치 티몬 등에서 '차이(Chai)'로 결제하면서 많은 할인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최근 차이스캔(Chaiscan) 이미지와 함께 "이거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차이스캔은 테라 블록체인에 모두 기록된 차이 결제내역을 보기 쉽게 시각화하고, 검색기능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가 지적한 건 검색만으로도 자신의 지갑주소를 찾을 수 있었고, 결제내역이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투명성이 특성인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저를 포함한 블록체인 업계 쪽 사람들은 차이스캔을 보고 블록체인의 특성을 잘 살린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업계의 어떤 분은 "차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트랜잭션을 날짜, 결제사이트 별로 결제건수, 결제금액을 볼 수 있다"며 '투명함의 극치'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업계 밖에서 조금 다른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이름이 드러나진 않지만, 자신의 결제내역이 왜 모두 공개되느냐는 질문입니다. 개인정보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업계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 보니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최근 카카오톡에 추가된 암호화폐 지갑 클립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전송했을 때 카카오톡 친구로 연동돼 있으면 상대방이 식별되며, 클레이튼 스코프(klaytn scope)에서 상대방 지갑주소를 전송내역과 잔액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더스캔으로 비탈릭 부테린의 이더리움 지갑에 약 35만이더(ETH, 931억원)가 있고, 누구와 주고받았는지를 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인의 메시지를 받은 후 '이름은 가려졌더라도 자신의 신용카드, 은행계좌 내역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부테린처럼 한번 신원이 드러나면, 모든 내역이 공개될 수도 있으니까요. 블록체인 기업이 대중적인 킬러앱을 꿈꾼다면, 일반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비자가 기분 나쁘다면, 기분 나쁜 거니까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1997)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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