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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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의 거래 수요가 늘면서 거래 수수료도 엄청난 수준으로 증가했다.
  • 역동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 이더리움 개선제안서(EIP) 1559 코드는 이더리움 이용자들이 네트워크에 정해진 기본료(base fee)를 내고, 채굴자들에게는 팁(tip)을 주는 방식이다.
  • 한 기술 애널리스트는 이를 “모든 블록체인을 통틀어, 네트워크 출시 이후 생긴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비용이 지난 4월 이후 500% 가까이 치솟았다. 해당 네트워크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현재 이더리움 거래 수수료인 가스(gas)의 평균 비용이 지난 2018년 7월처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진 않지만, 세계적인 스마트계약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에서 분산앱(dapp)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높은 거래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가운데, 이 신기술은 대대적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인 이더리움 2.0도, 최근 유망한 확장성 솔루션 주목받고 있는 롤업(Rollup)도 아닌 제3의 기술이다.

이더리움 개선제안서(EIP) 1559 코드의 목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수수료 모델을 개혁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다. 프리랜서 애널리스트인 하수(Hasu)는 이를 “모든 블록체인을 통틀어, 네트워크 출시 이후 생긴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라 칭했다.

이더리움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프로그램 언어로 관리하는 팀인 이더리움 클라이언트들은 이미 1559 코드의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EIP 1559 코드

지난해 4월 처음 공개된 EIP 1559 코드의 기원은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지난 2018년 8월에 작성했던 이더리움 가격경매 모델에 관한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EIP 1559에는 이더리움 개발자 에릭 코너, 릭 더들리, 매튜 슬리퍼, 이안 노든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의 연구원 바르나베 모노는 기술 심화분석 단계에서 “EIP 1559 코드는 ‘알고리듬을 활용한 가격발견’을 통해 수수료 압박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한다.

EIP 1559 코드는 특정 임계치 사이에 대기하고 있는 거래의 숫자에 따라 활발하게 블록 크기를 바꾸고, 수요가 지나치게 높을 때는 수수료를 기준으로 이용자 처리 순서에 차등을 둠으로써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다.

이는 크게 ‘소각되는 거래 기본료’와 ‘채굴자들에게 지급하는 팁’으로 나눌 수 있다.

기본료는 네트워크의 상황에 따라 정해진 특정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채굴자들에게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팁은 더 많이 지불하면 거래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 지금도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에 거래 수요가 대거 몰릴 때 정체 현상을 해소하고자 사용되는 효과적인 기능이다.

필요에 따라 차선을 열었다 막았다 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여기엔 긴급 상황 때문에 빨리 지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비용을 내면 먼저 지나갈 수 있는 차선도 있다.

EIP 1559 코드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병목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의 병목현상이 발생한 경우는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의 인기가 급부상했던 지난 2017년과, 24시간 내에 이더(ETH) 가격이 30% 이상 하락해 이더리움 기반 여러 앱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3월12일(검은 목요일) 두 차례밖에 없었다.

 

상호보완적인 EIP

모든 사람이 원치 않는 걸 버리려다 소중한 것까지 잃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한다. 이더리움에 수수료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을 전부 폐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메타마스크(MetaMask) 개발자 댄 핀레이가 만든 EIP 2593 코드는 이용자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수수료 구조를 바꿀 수 있게 하는 ‘에스컬레이터 알고리듬(escalator algorithm)’을 제안한다. 즉, 다음 블록에 해당 거래 건을 포함하겠다는 채굴자가 나타날 때까지 이용자가 천천히 거래 수수료를 올림으로써 이용자 입장에서 최대한 낮은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미세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EIP 2593 코드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해둔 링크).

EIP 2593 코드에 대한 이더리움 개발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EIP 1559 코드의 팁 지불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두 코드를 동시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4일, 개발자들은 EIP 1559 코드뿐 아니라 네트워크상에서 진행된 여러 작업물의 효과를 모델로 만들 수 있는 테스트넷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더노믹스

익명의 블록체인 연구가 하수는 새로운 코드의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채굴자들은 거래 처리에 대한 보상을 블록 보상과 거래 수수료 형식으로 이더로 받고 있는데, 사실 이를 반드시 이더로 받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예를 들어, 채굴풀에 연락을 취해 자신들의 주문을 먼저 처리해 달라며 법정통화로 보상을 지불하는 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EIP 1559 코드의 경우, 이더리움 거래 건들에 이더리움 자체 토큰을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본료가 이더로 표시돼 네트워크에 지급이 되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이 기본료가 소각돼 장기적으로는 이더의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인 이더리움 2.0으로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듬이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뀌게 되면, 언젠가는 이더리움에서 채굴 보상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날도 올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네트워크(이더리움 1.x)는 지분증명 방식의 블록체인이 완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향후 몇 년간 이더리움 2.0과 함께 쓰일 예정이다.)

이렇게 수수료로 지급된 이더를 소각함으로써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경제 모델에 새로운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겨난다. 일각에서는 이런 압력이 장기적으로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여줄 거라고 보고 있다.

이더리움 투자사인 리얼티(RealT)의 COO 데이빗 호프만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래 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본료를 소각한다는 것은 이더리움 가격의 하락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이더의 희소성은 증대되고, 이더리움 경제의 성장까지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 보안을 위해 지불하는 이더는 본래 이더 가치를 기반으로 발행된다. 기본료로 받은 그 많은 이더를 소각한다면 희소성이 증대돼 이더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굴 인센티브

사실 EIP 1559 코드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사람들은 채굴 업체들이다. 새로 도입될 이 시스템은 채굴자들의 수익보다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거래 수수료를 실수로 이체했던 최근의 한 폰지사기 사건에서처럼 수수료가 과도하게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이이더월릿(MyEtherWallet)의 설립자이자 CEO인 코살라 헤마챈드라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정 기본료가 부과되면 이용자들이 거래 처리요청을 보낼 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더 유리해질 것이다. 이용자들은 네트워크의 정체 정도라든지, 자신이 요청한 거래 건이 언제 채굴될 것인지 등을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감에만 의존할 순 없다. 채굴풀들은 장기적으로 블록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제로 운영되며, 따라서 프로그램이 변경될 때도 당초 예상보다 의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스파크풀(SparkPool)의 CEO 쉬 신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더 나은 수수료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본인과 회사의 생각이며, 자사는 EIP 1559 코드의 시행을 오랜 기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참고로 스파크풀의 회사명은 한때 ‘EthFans’였다).

“우리를 포함해 모든 채굴풀 입장에서 블록 보상을 극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져갈 블록 보상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자체를 향상하는 일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쉬 신, 스파크풀 CEO

William Foxley William Foxley is a tech reporter for CoinDesk. He previously worked for Messari and the American Spectator. He holds investments in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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