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통해 배운 수학적 교훈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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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0년 7월13일 06:0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코로나19 팬데믹이 고마운 이유가 하나 있다면, 우리가 수학적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감염자 수가 2명에서 4명, 8명, 16명, 32명, 64명, 128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며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지금 같은 상황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단순한 머리론 네트워크 주도의 빠른 성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래왔다. (체스 게임을 발명한 사람에게 나라 안에 있는 쌀을 전부 다 내줘야 했던 어느 황제의 전설을 보면 알 수 있다)

변화하는 돈의 세계가 주제인 본 칼럼에서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화폐가 성공적으로 등장하려면, 즉 널리 통용되려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보급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은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며, 다른 사람이 다 사용하기 때문에 나도 사용하고, 그렇게 모두가 사용하게 되는 자기 강화적인 논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네트워크 경제의 인터넷 시대에서 지금껏 우리가 봐온 것과 같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큰 성공을 거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급격한 성장을 의미하는 ‘하키스틱 성장(hockey stick growth)’을 이루는 시점은 이용자들 사이의 상호연결, 즉 네트워크의 노드들이 임계 질량에 도달했을 때다. 이때가 바로 메트칼프의 법칙에서 말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이다. 이런 엄청난 성장 스토리에 우리가 ‘급격하게 퍼져나간다(viral)’라는 표현을 붙인 건 우연이 아닌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 계속해서 비유해보자면, 전염병학자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이래로 줄곧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0)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네트워크의 경우 R0가 1을 넘어서게 되면 해당 네트워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펭귄들을 위한 인센티브

그렇다면 화폐의 R0를 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성장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 곧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펭귄 문제’ 때문에 처음엔 쉽지가 않다. 펭귄 문제란 다른 사람들이 뛰어들 때까지는 먼저 뛰어들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습성을 말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특히나 20세기에는 화폐를 널리 통용하는 방법이 간단했다.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면 됐다. 각국 정부들은 주로 세금을 특정 화폐로 징수하고, 법정화폐로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주권 화폐의 네트워크 효과를 명령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물론 국민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화폐 가치가 떨어진 적도 간혹 있었다. (이렇게 하이퍼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더욱 영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화폐로 대거 이탈하므로, 기하급수적으로 역성장(퇴보)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다른 정부의 화폐(주로 달러)로 옮겨갔다. 화폐와 정부는 오랜 기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미 독자들도 알고 있듯, 이 시스템에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물론 팬데믹 상황에서 달러는 최고의 화폐지만, 균형을 잃은 글로벌 달러 의존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스템의 약점을 드러낸다. 경제와 지정학적 스트레스,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다양한 기회 때문에 달러 중심의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대항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작가 데이비드 버치는 이를 ‘신 화폐냉전’이라 불렀다.

디지털위안화(DCEP) 발행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정부들이 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페이스북과 리브라 연합(Libra Association)의 파트너사들 같은 기업과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 커뮤니티도 있다. 우리는 이 화폐 냉전의 전선을 결정하기 위해 각 발행 주체들이 1보다 큰 R0로 급격하게 퍼져나가는 네트워크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를 분석해 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각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들과 찬성론자들은 정부가 화폐 사용을 강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본인 의지에 의해서 해당 화폐를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그 인센티브를 제공할 최상의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걸림돌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펭귄 문제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네트워크 효과

정부의 강제든 무엇이든 간에,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는 방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이미 10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법정화폐 위안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지털위안 발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리브라도 26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어 기존의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군중 행동에 효과적이었던 네트워크가 다른 행동 방식에도 잘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디지털위안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화폐로 만들기 위해선 중국이 외국인과 해외 기업 역시 디지털위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 국민과는 다르다. 그들에겐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에서 발행된 화폐를 써야 할 의무가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중국 정부는 공급망 관리를 포함한 사업 프로세스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프로그램화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들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거래를 감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특히나 최근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강경 진압사태 이후 이 문제는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리브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페이스북 이용자가 전 세계 수십억명에 이르더라도 새로운 화폐인 리브라의 사용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리란 보장은 없다. 리브라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문제일뿐더러, 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함부로 이용한 전력이 있어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감시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아닌 독립성이 보장된 리브라연합이 화폐를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리브라연합도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구조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화폐의 성공에서 신뢰는 필수조건이다.

 

대안

그렇다면 화폐냉전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탈중앙화된 화폐들은 어떨까? 암호화폐의 급격한 확대에 영향을 주는 인센티브와 장애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언제나 그렇듯 교육의 부족과 신뢰의 결여, 가격 변동성이 여전한 걸림돌이다. 이런 문제들을 상쇄하기 위해서 암호화폐 찬성론자들은 주로 중앙에 있는 통제 기관의 감시나 통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해 디지털위안이나 리브라에는 없는 가치를 전면에 앞세우곤 한다.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하지만 그런 주장이 항상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니다. 가격 측면에서만 본다면 최초의 온라인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가 설립된 이후 10년간 비트코인 가격은 1100만 배나 증가했다. 비트코인 월릿 수는 전 세계적으로 5000만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호화폐는 주요 산업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꿔놓을 만큼 암호화폐 사용을 진정으로 급격하게 확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자체 거버넌스 토큰인 COMP를 대출에 참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용자들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수익형 농장(yield farming)’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신생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Compound)처럼 암호화폐 플랫폼들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수익이 있어야 할까?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코인 등을 무상 지급해주는 에어드롭(Airdrop)이 답일까? 그것도 아니면 중앙화된 시스템이 와해되면서  암호화폐의 장점이 저절로 드러날 때까지 그저 몸을 낮추고 기다리면 될까?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수단이든,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기에 희소성 있는 디지털 가치저장 수단이든 결국 암호화폐의 성패는 실용성에 달려있다. 실용성을 증명한다면 세상은 알아서 암호화폐를 따라올 것이다.

 

신용계급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포함해 여러 업계에 있는 디지털 기업가들이 결제 아키텍처를 새롭게 구축하려 할 때는 반드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미국 애틀랜타 연준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에서 매년 발간하는 전국 소비자 결제 행태 조사 보고서가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의 결제행태를 집계한 이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는 금융 시스템이 사회 계급을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최하층 계급’부터, 금융 서비스 이용에 일부 제약을 받고 있는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 그리고 신용 수준이 높은 ‘중상층’과 ‘상류층’까지 어떻게 정의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의 유일한 문제점, 특히 최근에 발간된 올해 보고서의 문제점은 조사 연도가 끝난 뒤 반년이 지나서야 발간된다는 것이다. 지폐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현금 사용은 현저히 줄이고, 재택근무로 온라인 결제가 증가한 올해의 트렌드는 이번 보고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다양한 결제방식에서 나타나는 장기적 트렌드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의 결제 행태. 출처=애틀랜타 연준은행
미국인들의 결제 행태. 출처=애틀랜타 연준은행

중요한 것은 지난 2년간 현금 사용률이 꾸준히 감소해 이제는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표 사용이 줄고 대신 수신은행코드결제(BANP)가 늘어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으나, 다른 국가에서는 더 이상 수표 결제 방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인들이 여전히 수표를 결제 수단으로 쓴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현금을 대체한 카드의 결제 방식에 따른 격차다.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률이 지속적으로 높고, 선불카드 사용률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불법 이민자들을 포함한 미국 내 소수집단들이 계속해서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돼 현금과 선불카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이 금융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또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 점수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크카드는 결제수단 중 급이 낮은 편에 속한다. 렌터카를 빌릴 때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결제하려 하면 보증금을 최대 1천달러까지 요구할 때도 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는 것 외에 체크카드가 주는 혜택은 별로 없다. 결제 금액을 대신 지불해주는 금융기관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활용해서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신용카드 이용자들과는 달리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금융 서비스와 신용 한도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저소득층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 부담을 안겨주고, 미국 내에서 부의 격차를 갈수록 심화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필자도 이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 문제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할 순 없다. 신용 장벽을 낮춤으로써 대출 기업이 저소득층과 중산층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따르는 상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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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레시피 2020-07-14 06:54:22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