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배체제에 대한 작은 도전들
IMF, “달러 지배체제가 코로나19 탈출에 걸림돌”
환율 급등으로 침체 가중된 신흥국 어려움도 지적
브릭스 신개발은행은 브라질 지원으로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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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한겨레 기자
신기섭 한겨레 기자 2020년 7월21일 15:05
2018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렸다. 출처=신화통신
2018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렸다. 출처=신화통신

미국 달러의 세계 지배력에 대한, 작지만 흥미로운 도전이 잇따라 제기돼 눈길을 끈다. 이런 도전은 달러의 세계 지배를 지탱하는 기구로 평가받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중국·러시아·인도 등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유력 통화들과 외부 조정’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어 “미국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을 지배하는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위기의 충격을 더 키울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각) 전했다.

국제통화기금 수석 경제학자 기타 고피나트 등이 작성한 이 자료는 “세계가 달러로 무역 가격을 정하고 달러 자금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정책 토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 달러 지배가 단기적으로는 국제 무역과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최근 신흥국 통화의 달러에 대한 환율이 급상승했다. 브라질 헤알은 올해 들어 가치가 3분의 1이나 떨어졌고 멕시코 페소의 가치도 20% 가량 줄었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느는 게 보통이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신흥국의 수출 증가 효과는 기대에 못미친다. 게다가 환율 변화에 아주 민감한 외국 관광객의 유입도 세계적인 봉쇄 조처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의 상승은 한편으로 수입품의 값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신흥국들로서는 국내 물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강세는, 수출 부진과 내수 활성화 지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신흥국들에게 안기고 있다. FT는 금융시장에서 낙관론이 팽배하고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도 크지만, 달러가 다시 한번 강세를 보이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들이 미국 달러 대신 자국 또는 무역 상대국 통화로 거래를 하면, 달러 대비 환율 급변동의 위험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이런 달러 탈피 노력의 산물 중 하나가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공 등 브릭스(BRICS)가 2015년 7월 공동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이다.

설립 초기와 달리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신개발은행이 20일 뉴스 전면에 새롭게 등장했다. 코로나19 충격에 시달리는 브라질에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이 총 40억달러의 코로나19 대응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참여함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개발은행이 코로나19 대응에 허덕이는 회원국에 금융지원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브라질 국영 아젠시아 브라질 통신이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부를 둔 이 은행은 달러 중심 금융 질서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지속 가능한 투자’를 강조해왔다. 주요 지원 분야는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련 사업이며 지원 대상 지역은 5개 회원국과 아프리카 등에 집중돼 있다. 이 은행은 지난해 30억위안(약 51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는 등 미국 달러가 아닌 통화를 통한 기금 확충도 시도하고 있다.

달러는 군사력과 함께 미국의 세계 지배력을 지탱하는 두 축이며, 미국은 달러에 대한 도전을 자국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과 신개발은행의 작은 행보는 미국의 패권이 예전만큼 철옹성은 아니라는 걸 방증하는 사례로 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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