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갤부심 우뚝'…애플빠도 흔들었다
[내 주머니 속 디지털자산⑤]
오프라인 '절대강자' 삼성페이
2018년 기준 오프라인 간편결제 81.6%
지역 특색 등 고려한 유연한 전략은 강점
애플페이, 구글페이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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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7월28일 10:00
삼성페이 결제 장면. 출처=삼성전자
삼성페이 결제 장면. 출처=삼성전자

서울 도봉구에 사는 IT기기 얼리어답터 임신혁씨(37)는 지난 10년간 거의 줄곧 애플 아이폰을 쓰다가 지난해 갤럭시 노트10으로 스마트폰을 바꿨다. 몇년째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또 다시 무산됐기 때문이다. 임씨는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똑같은 값 내고 서비스를 이용 못하는 게 짜증났다"고 설명했다.

애플 생태계를 떠나니 통화녹음과 삼성페이 등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기능들이지만 체감 효용은 남달랐다. 특히 어딜 가든 지갑을 챙기지 않아 당황하는 일이 사라졌다. 한때 '애플빠'였던 임씨 입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개인용 스마트폰은 아이폰으로 되돌아갈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온 건 의외였다.

"스마트폰 기능이야 요즘 대부분 거기서 거기잖아요. 그보다는 그걸로 내가 사는 곳에서 무슨 서비스를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인데 갤럭시가 제공하는 기능들이 한국에서 쓰기 상당히 편리하게 잘 되어있어요. 주변에 보면 삼성페이 때문에 아이폰으로 못 돌아간다는 분들 많아요. 없어서는 안 되는 킬러 앱은 아니지만 한번 써보면 유용하거든요. 홈 IoT 구축 같은 분야도 삼성 제품들은 약간 방식이 구식이어서 그렇지 실생활에서 돌아가요. 그런데 애플은 아예 비슷하게조차 되지 않죠."

지난 2015년 출범한 삼성페이는 전통의 하드웨어 명가인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호평을 받는 분야다. 지난 5월 디지털 광고기업 인크로스가 출간한 '미디어 데이터 클리핑'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간편결제 앱 이용자수에서 약 삼성페이는 국내 2위를 차지했다.

한 번 써보면 꾸준히 쓰게 되는 매력도 갖췄다. 지난해 총 가입자 수 1400만 명을 돌파했는데, 그중 활성 사용자 수가 1195만을 넘는다. 1위인 토스(Toss)가 사실상 송금 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제 영역에서 국내 최강자는 삼성페이인 셈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삼성페이를 갤부심(갤럭시 자부심)의 원천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삼성페이 덕분에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지갑없이 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페이는 지난 4년여 동안 오프라인 기반으로 구축된 삼성페이 만의 결제 생태계를 온라인으로 확장시키고 단순 결제서비스를 넘어선 생활 금융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모바일 자체 생태계를 목표로 출시했던 바다OS나 2012년 가전제품까지 포괄하는 OS를 지향했던 타이젠(TIZEN)이 시장에서 혹평을 받고 좌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페이의 성공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던 걸까. 

7월 25일 기준 삼성페이 사용가능 단말.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들만 이용 가능하다. 출처=삼성페이 홈페이지
7월 25일 기준 삼성페이 사용가능 단말.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들만 이용 가능하다. 출처=삼성페이 홈페이지

MST 추가라는 '신의 한수'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8월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 S6에서 처음 도입됐다. 업계는 2014년 10월 애플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콘셉트의 애플페이를 출시하자, 삼성도 전격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으로 본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하드웨어인 스마트폰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애플과 삼성의 차이점은 결제 방식이었다. 애플은 차세대 모바일 결제 방식으로 꼽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채택했다. NFC 방식은 결제 시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아 보안성이 우수하다. 다만 기존에 상점 등 가맹점에 구비된 구형 단말기 체계에선 결제가 불가능하다. NFC 결제 기능을 탑재한 신형 단말기가 배포돼야 한다.

삼성 역시 NFC 방식을 채택했지만, 동시에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라는 방식도 함께 도입했다. MST는 신용카드를 '긁는' 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모든 단말기에서 사용 가능하다. 첫 단말기였던 갤럭시S6에는 카메라 주변에 마그네틱 신호를 생성하는 안테나가 탑재됐다. NFC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10% 미만이라 소비자들이 당장 페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지나고 보니 너무나 마땅한 방향이지만, 당시 삼성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MST 방식을 병행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다. 삼성은 2015년 2월 MST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인수대금은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였다.

루프페이의 기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카드 복제 등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삼성은 지문 및 홍채 등 인증 수단을 추가하고 결제 때마다 새로운 가상카드정보를 생성하는 토큰화 기술을 도입했다. 사용자가 삼성페이에 카드를 등록해도, 온라인으로 카드사와 서버를 오가는 데이터에는 카드 번호를 암호화한 토큰값만 담긴다. 따라서 실제 카드 번호는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상점 등에서 물건을 살 때는 MST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됐다. 여기에 더해, 국내 대중교통 수단에서는 NFC 결제 솔루션에 캐시비, 티머니 등의 교통카드를 입력해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삼성페이를 사용하면 신용카드를 들고다니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는 생활이 가능해졌다. 5년 전 이미 실현된 일이다.

삼성페이는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독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장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80조1450억원이며, 이중 19조5420억원이 오프라인 간편결제다. 삼성페이는 이 시장의 81.6%를 차지한다. 신용카드 결제 가능 점포들(270만곳)이 고스란히 삼성페이의 가맹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내어, 삼성페이가 출시 44개월 만에 국내 누적결제 금액 40조원 가입자 수 1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결제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전체 결제의 약 25%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공개한 삼성페이의 글로벌 지표.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공개한 삼성페이의 글로벌 지표. 출처=삼성전자

지역과 상황에 맞춰 전략 변경하는 유연함

삼성전자는 글로벌 브랜드이다. 삼성페이도 글로벌 서비스이다. 삼성페이는 2015년 8월 한국에 이어 9월에는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2016년 중국·스페인·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푸에르토리코·브라질·러시아·캐나다, 2017년 타이·말레이시아·인도·스웨덴·UAE·영국·스위스·대만·홍콩·베트남·벨라루스, 2018년 멕시코·이탈리아·프랑스·남아공, 2019년 인도네시아, 2020년 카자흐스탄 등으로 진출했고, 2020년 현재 카드 연동이 가능한 사법권(나라 및 지역)은 27곳에 이른다.

삼성페이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영역을 확장한 비결은 '유연성'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결제 사업 자체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의도보다는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위한 킬러앱이라는 하드웨어적 관점을 우선시하면서, 오히려 시장 상황과 지역 특성에 최적화한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우선 신용카드망이 지배하는 시장에 맞춰 과감하게 MST 방식을 병행 추진한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 비록 선제적으로 출시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자사 스마트폰을 기존에 널리 보급돼있는 MST 결제망을 쓰도록 한 것은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한껏 높였다. '거의 모든 결제 단말기'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곳이라면 어디서나 최대의 장점이었다.

2017년 삼성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뺀 '삼성페이 미니'를 출시한 것도 시장 상황을 고려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삼성페이 미니는 갤럭시 이외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서비스이다. 이는 구글페이(2018년까지는 안드로이드페이)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포함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모든 기기에서 쓸 수 있는 NFC 방식 결제 서비스다. 결국 전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인 구글페이와 전적으로 하드웨어 기반인 애플페이의 사이에, 삼성페이가 삼성페이 미니와 더불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면서 삼각 경쟁 구도를 정립한 것이다. 삼성페이 미니는 애플 앱스토어에도 등록을 신청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았고, 최대 장점인 MST 방식 결제를 타 브랜드 스마트폰에 제공할 수 없었지만, 잠재적 갤럭시 이용자들에게 삼성페이를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출처=COUNTERPOINT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출처=COUNTERPOINT

삼성페이의 유연성은 각국 현지화에도 효율적인 전략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알리페이·위챗페이 QR코드 결제를 인앱 서비스로 지원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지에선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1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알리바바 계열 QR결제사 다나(DANA)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2019년 인도네시아 시장에 출시한 서비스 '삼성페이QR'도, 인도네시아가 신용카드 보급률이 3% 정도에 불과하다는데 착안한 서비스였다. 인도에서도 삼성페이는 정부 주도 송금·결제서비스 UPI, 바랏QR 및 공과금 납부 시스템과 연동시켰다. 홍콩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충전형 교통카드 옥토퍼스와 연동한 '스마트 옥토퍼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페이의 이러한 전략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중이다. 전세계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에는 각국에서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잠금효과(lock in)를 유지하기 위해, 교통카드, 현금지급기 연결, 전용 멤버십, 온라인카드 등 현지에 특화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삼성페이에 추가하고 있다. 

 

애플페이·구글페이 제칠 수 있을까

삼성페이는 지난 2018년 글로벌 결제건수 13억건을 돌파했으며 약 2000개 금융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명 작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애플페이, 구글페이에 견줘 삼성페이는 MST 결제라는 비교 우위를 보유했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만큼 압도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별 결제 습관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종업원에게 전달해서 결제하는 문화가 있는데, 카드 대신 삼성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 휴대폰 잠금을 푼 채로 1~2분 정도 종업원에 맡기기가 심리적으로 쉽지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럽 같은 경우는 보수적인 성향이 짙어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데 시간이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수준으로 삼성페이가 활성화된 곳은 러시아 시장 정도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세계 결제시장 환경은 앞으로 삼성페이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유럽 등에서 차세대 결제 시스템인 NFC 단말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가 처음 나온 2015년 즈음의 미국 내 소매점의 NFC 보급률은 10~15% 정도였지만 이후 확산 속도는 빨랐다. 애플은 스퀘어, 페이애니웨어 등 결제 기업들과 함께 기존 포스 단말기(대당 10만~15만원)보다 25% 가량 저렴한 가격에 휴대용 포스 단말기를 판매했다.

2019년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는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애플페이 이용자 수가 3030만명으로,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47.3%를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같은 조사에서 삼성페이는 구글페이(19%)에 이어 1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스웨덴의 통신 분야 시장조사 서비스 버그인사이트(Berg Insight)는 2022년이 되면 전세계 결제 단말기 10대 가운데 8대에서 NFC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용 포스 단말기는 스마트폰에 연동해 오프라인 어디서나 NFC 결제가 가능하다. 향후 글로벌 차원의 NFC 보급률이 늘어갈수록, 구형 MST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삼성페이의 강점은 퇴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단말기 보급률이 높다는 시장 구도에서의 장점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두고볼 일이다.

미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스퀘어가 판매하는 휴대용 포스 단말기. 스마트폰에 연동해 NFC 결제가 가능하며, 애플 스토어에서 애플 액세서리로 판매된다. 출처=스퀘어 홈페이지
미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스퀘어가 판매하는 휴대용 포스 단말기. 스마트폰에 연동해 NFC 결제가 가능하며, 애플 스토어에서 애플 액세서리로 판매된다. 출처=스퀘어 홈페이지

삼성페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떨까. 일단 삼성페이의 비교우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 신용카드사들의 NFC 결제망이 국제 규격과 달라, 단순히 NFC 단말기를 도입하는 것 만으로는 애플페이 등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28%대로 높아진데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어 뜻밖의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이 세계 무대에 첫선을 보인 지 2년이 지난 2009년 아이폰3gs가 국내에 처음 진출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폰은 삼성과 엘지 등 국내 제조사들이 장악했던 한국 모바일 생태계를 뒤집어놨다.

한국에서 쓰는 삼성페이는 물론 편리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삼성페이가 지배하는 한국이 갈라파고스는 아닐까. 삼성페이는 한국을 계속 사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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