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每日头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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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부동산과 주식의 광풍 속에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이제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지만,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업계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스테이블코인을 예로 들어보자.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를 준거금으로 예치해 그만큼 발행하거나, 제3의 화폐를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식으로 특정 통화에 1대1 가치를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법정통화 구실을 할 수 있다. 가령 중국처럼 암호화폐 유통을 금지시킨 나라에서는, 미국이 발행한 1달러가 아니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1달러로 비트코인을 매매한다. 또 외화 유출을 제한하는 중국의 정책 탓에, 중-러 송금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일견 ‘유로달러’와도 비슷하다. 2차대전 이후 미국 달러는 급속도로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했지만 미국 국내 통화정책 탓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금융기관에 예치한 자산을 달러로 표기하고 현금 거래 없이 장부에서만 거래하는 시스템이 고안됐다. 이를 미국 밖의 달러, 곧 ‘유로달러’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난 3월 세계 증시 폭락 속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달러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달러가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면서 달러 수요가 늘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도 덩달아 는 것이다. 대표적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거래량은 암호화폐 가운데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세번째로 올라섰다. 현재 시가총액은 3월에 견줘 2.5배 이상 늘었다. 테더는 이달 초 국가안보법이 시행된 홍콩에서도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산 동결을 실시할 수 있다는 데 위협을 느낀 이들이 자산을 옮긴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앞으로 많은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당장 1대1의 가치가 정말로 보장되는지부터 의심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테더는 발행량만큼의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으로 미국에서 소송에 휘말렸다. 요즘같은 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엔 사업모델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예치금을 어딘가 맡겨도 수익이 줄거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험한 투자를 방관할 수도 없으니, 오히려 자체적인 스테이블코인 전용 은행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 규제도 생길 것이다.

 암호화폐는 악명높은 변동성을 자랑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그래프를 보고 있노라면 사기나 조작은 아닌지 의심하는 게 외려 자연스럽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해결하고 안정적 가치로 쓰임새를 확장시키려고 고안된 모델이다. 블록체인의 역사가 그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난세’를 타개하기 위해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제시한 이래, 집단지성으로 여러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만들어온 흐름이었다. 비트코인 속도를 개선하려는 라이트닝네트워크처럼, 화폐에 국한된 쓰임새를 넓히려는 이더리움·이오스처럼, 스테이블코인도 그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발전 단계를 삼국지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황건적 토벌’ 정도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황건적 토벌에선 조조, 원소, 유관장과 손견 같은 기라성들의 초기 영웅담이 등장하지만, 그것만으로 이후 삼국지 스토리를 짐작하기는 힘들다. 절대지존이 될 것 같던 이들이 사라지고, 혜성처럼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놨다 합종연횡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는, 나중에 영웅들과 그들의 자식마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예측을 불허하며 전개된다. 그러니 “한 물 갔다”는 얘기는 아직 아껴도 좋겠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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