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밋업 역사책은 '파더리움 후예' 김약사가 쓴다
[인터뷰] '스존' 김태린 약사
블록체인 커뮤니티 밋업방 운영
아버지 투자권유로 크립토 입문
크립토 겨울 등으로 투자 실패
직접 만날 수 있는 밋업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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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7월31일 10:00
김태린씨에게 사진을 요청하자 보내온 사진. 그는 익살스럽고 즐거움이 넘친다. 출처=김태린
김태린씨에게 사진을 요청하자 보내온 사진. 그는 익살스럽고 즐거움이 넘친다. 출처=김태린

지난 21일 저녁 7시경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블록체인 밋업 커뮤니티 '존정보'를 운영하는 김태린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오후 늦은 시간에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필명 '스존'을 사용하는 김태린씨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약사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약사로, 저녁에는 블록체인 커뮤니티 운영자로, 주경야독? 국내 블록체인 밋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그녀는 첫 만남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일단, 첫 질문.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어쩌다가 운영하게 됐나요? 김태린씨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너무 핵심을 찔렀나? "이야기가 좀 긴데, 괜찮나요?" 당연히 괜찮다고 하자 이내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다. 그리고 내 손은 점점 바빠졌다.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것은 2017년쯤이었어요. 그때 이더리움을 샀던 것이 처음이었죠."

2017년이라면, 국내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직전 시기다. 그때 어떻게 암호화폐를 알기 시작한 거예요?

"휴… 사실은 파더리움이 시작이었죠."

파더리움? 대체 파더리움이 뭔가요?

"2017년에 이더리움을 샀던 것은 사실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아버지가 마이닝맥스라는 곳에서 이더리움 채굴기를 구입한 후 이미 채굴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한테 이더리움의 장밋빛 미래를 설파하시면서 투자 권유를 하셨어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더리움을 샀어요. 파더리움은 아버지(파더, father)와 이더리움(ethereum)을 합친 말이죠."

그때 이더리움에 투자하셨다니, 아버님이 선견지명이 있으셨군요. 적당한 시기에 파셨다면 큰돈을 버셨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가 한참 채굴하고 투자를 하던 2016년에 저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이 뛰어오르는 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2017년에 그때까지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서 이더리움을 사기 시작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2018년 엄청난 크립토겨울이 찾아왔잖아요. 다 폭락했죠. 제 이더리움도 폭락하고. 그래도 계속 '존버'하다 보니 어느 정도 원래 자리를 찾아서 손실은 면했죠."

처음부터 아버님 말씀을 들었다면 큰 이득을 봤을 텐데, 왜 그러신 거예요. 아쉽지는 않나요?

"다 사연이 있습니다."

흥미를 끌기 위한 밑자락. 김태린씨의 어법이다. 리액션을 해야 한다. 사연을 듣고 싶어요!(하트뿅뿅)

"제가 2015년부터 주식 투자를 했어요. 그때도 주식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갔죠. 그 주식 투자가 저에게 뼈아픈 실책입니다. -70%라는 손실을 봤죠. 분명 아버지가 정확한 종목이라고 추천해주신 건데… 하여튼 그래서 2017년에 이더리움 처음 투자를 할 때는 남은 주식을 판 2000만원 정도로 했죠. 근데 바로 불장이 왔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 의지로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서 총 1억원 정도를 투자했어요. 불장 끝물에는 수천만원 이상 이익을 거뒀죠. 근데 현금화를 하기 전에, 겨울이 온 거예요. 또 손실을 봤죠."

아직도 그 손실을 복구하지 못 했다는, 안타까운 코인투자자 김태린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 수많은 암호화폐 실패담을 또 듣는구나. 그래서 투자를 때려치웠다?

"저는 그때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모르고 투자를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코린이(코인 초보)의 치기 어린 생각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리딩방에 가입하게 됐어요."

뭐지. 왠지 슬픈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까 두렵다. 리딩방이라면, 가격이 오를만한 종목을 찍어준다는 거기?

"네, 거기 맞아요. 제가 유료 리딩방 3곳에 가입했어요. 전 그나마 저렴한 리딩방에 들어갔죠. 비싼 리딩방은 매월 수백만원을 회비로 내야 하는 곳도 있었어요. 그게 2018년이었는데, 그땐 크립토겨울이었잖아요. 뭘 해도, 리딩방에서 찍어주는 코인을 사도 폭락하더군요. 그때 느꼈어요. '아… 내가 직접 종목을 분석해서 투자해야겠구나'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금방 나오더군요. 직접 코인을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암호화폐 밋업을 찾아가기 시작했죠."

리딩방은 믿을 게 아니구나. 그럼 밋업은 믿을 만 할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밋업을 찾아다니신 거예요?

"연속으로 뼈아픈 투자 실패를 맛본 2018년 2월부터 밋업을 찾기 시작했죠. 아직도 기억나요. 레드펄스(RPX) 밋업이 처음이었어요. 신세계였죠. 코인 관계자가 직접 나와서 백서에는 없는 정보까지도 대답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소액으로 레드펄스에 투자했죠. 그 결과 성공적이었어요. 수익률이 50%까지 갔죠. 그때 느꼈습니다. 밋업이 미래다!그래서 닥치는 대로 밋업을 찾아다녔어요."

블록체인 밋업방은 어떻게 생겨난 건가요?

"2018년에는 밋업이 정말 많았어요. 평일 저녁 매일같이 밋업이 열렸죠. 주말에는 2~3개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어요. 밋업을 다니면서 듣기만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저는 공부하기 위해서 밋업을 간 거니까. 그래서 밋업에 가서 모든 발표 내용을 다 기록했어요. 물론 제 소회도 덧붙여서요. 그렇게 쌓인 밋업 기록만 수백 개에요. 저의 보물이죠. 가장 힘든 건 밋업 정보를 찾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저 말고도 비슷한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됐죠. 블록체인 밋업방과 '존정보 게시판'의 시작."

김태린씨가 2018년부터 국내 암호화폐 밋업을 다니면서 기록한 문서. 밋업의 전체 내용과 후기, 그리고 평가 점수가 기록돼 있다. 출처=김태린
김태린씨가 2018년부터 국내 암호화폐 밋업을 다니면서 기록한 문서. 밋업의 전체 내용과 후기, 그리고 평가 점수가 기록돼 있다. 출처=김태린

존정보 게시판은? 혼자 만드나요?

"시작은 암호화폐 밋업 일정만 기록하는 게시판이었어요. 텍스트로 리스트를 만들어서 정리하는 식이었죠. 블록체인 밋업방엔 운영자가 3명 있었고 그중 하나가 저였죠. 처음에는 3명이 열심히 밋업방과 존정보 게시판을 관리했는데, 다들 본업이 바쁘시다 보니 저만 남았죠. 지금은 저 혼자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있어요. 그래서 게시판 이름도 '스존의 존정보'로 바꿨죠."

'스존'이 뭔지 궁금하지만, 일단 놔두자. 믿을 수가 없다. 나도 블록체인 행사나 핀테크 행사 일정 등을 위해서 스존의 존정보를 애용하는데, 그 양이 방대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탈블' 탓에 관리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니…. 혼자서 이게 다 돼요?

"알다시피 처음에는 암호화폐 밋업 일정만 정리했어요. 근데 2019년을 지나고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거의 모든 밋업이 사라졌어요. 안그래도 크립토겨울 때문에 힘들어하던 블록체인 프로젝트팀들이 코로나19로 '확인사살'을 당한 셈이죠. 그래서 밋업방 회원들과 고민한 끝에 밋업 분야를 늘렸어요. 지금은 블록체인 외에도 IT/통신, 경제금융, 재테크, 창업, 기타, 지방, 밥시그널 등을 관리하고 있죠."

지방? 내장지방? 밥시그널? Rice? Bob? 뭐지? 도무지 모르겠다.

"지방은 말 그대로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에요. 한참 암호화폐 밋업이 많을 때는 지방에서도 많이 열렸거든요. 그리고 지방에 사는 분들에게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밥시그널은 '식사'가 제공되는 행사를 의미해요. 저도 몰랐는데, 행사만 찾아다니시는 전문 '밋업러'들이 있더군요. 이런 분들을 위한 정보라 할 수 있죠."

스존의 존정보 게시판. 주요 분야 행사 일정이 기록돼 있다. 출처=스존의 존정보 갈무리
스존의 존정보 게시판. 주요 분야 행사 일정이 기록돼 있다. 출처=스존의 존정보 갈무리

지방 일정에 식사 부대행사까지, 정말 대단하다. 근데 본업이 있는 사람이 이걸 언제 다 하고 앉았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제약회사에서 보통 6시에 퇴근을 해요. 그럼 저는 밋업 장소로 가죠. 저를 위한 건지 밋업은 항상 7시~9시쯤에 하더군요. 저한테 딱 맞았죠. 밋업이 끝나면 집에 와서 밋업 내용을 정리해요. 정리하다 보면 새벽 2~3시가 되더군요. 그러고 나서 스존의 존정보 관리를 1시간 정도 해요. 요즘에는 행사도 많이 줄어서 매일매일 이렇게 하진 않지만요. 그렇게 하루가 끝납니다. 주말에는 블록체인 외에도 다양한 행사 정보를 다 찾아서 정리해요.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서 3~4시간이면 충분하더군요."

스존에서 수익이 날까?

"수익은 제로(zero) 입니다. 오히려 자비로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형편이죠."

돈도 안 되는 걸 대체 왜 그렇게까지…?

"순수한 개인적 취미에요. 암호화폐가 뭔지 궁금해서 밋업을 다니기 시작했고,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싫어서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죠.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행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밋업방과 스존의 존정보를 운영하는 거예요. 저도 살짝 걱정스럽기는 한데, 이제 이걸 안 하면 지금까지 제가 공부하고 알았던 정보가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점은 아직 재밌어요. 재밌어서, 힘들지만 계속하는 거예요."

이젠 내가 걱정이 된다. 김태린씨까지 탈블하면 끝이 아닌가. '스존의 존정보'가 없어지면 안 되는데. 언젠가 돈도 안 된다며 그가 포기한다면,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주요 분야의 거의 모든 행사 일정은 누가 챙겨주나.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김태린씨는 대뜸 깔깔대며 웃는다.

"봐요. 기자님도 제가 정리하는 정보에 길들어져 있다니깐요. 스존의 존정보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빠져나가요.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이어나갈 거에요."

인터뷰를 끝내려다 말고, 집으로 간다는 그를 붙잡았다. 아참, 잠깐만요. 필명으로 사용하는 '스존'이 뭔지는 알려주고 가셔야죠.

"스존이 뭔지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괜찮아요?"

안돼. 짧게 해주세요.

"스피릿 존버(SJ) 코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제가 좋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너무 맘에 들어서 앞글자를 따서 '스존'이 된 거에요. 저 이제 진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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