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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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식 등 다른 과세대상보다 암호화폐를 더 차별한 과세정책이라 할 일은 아니다. 일단 양도차익 세율 20%는 주식과 같다. 그리고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만 비과세하는 건 해외 주식 투자와 같은 조건이다.

물론 국내 주식을 5000만원까지 비과세해주는 특혜가 있다. 그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암호화폐의 비과세 요건이 작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주식을 사면 국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고, 그 자본이 국내 기업으로 흘러가 내수경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들이밀면 마냥 반박하거나 반대하기도 어렵다. 암호화폐 투자자 중 상당수는 주식에도 투자하니,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암호화폐 업계도 알고 있다. 미래는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 국내 주식과 똑같은 특혜를 암호화폐 투자에도 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금 내기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금을 낸다는 건 수익이 나서 드디어 '존버'를 탈출했다는 걸 의미하니 그리 나쁜 소식도 아니다. 쉽진 않겠지만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과세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일본과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이미 세금을 걷고 있다. 2019년 미 국세청은 자체 조사로 파악한 1만여명 이상의 납세자에게 암호화폐 관련 세금의 고지서를 발송했다. 2018년 확정된 일본의 세율은 최대 45%로 지방세 10%를 추가하면 수익의 55%까지 내야 한다. 이 정도면 암호화폐 투자는 되도록 하지 말라는 사인으로까지 보인다.

반면, 암호화폐가 이제 진짜 제도권에 안착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는 암호화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발행사의 '먹튀', 거래소 해킹 등에도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이 없었다. 특금법 개정으로 거래소가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사업자가 되고, 세법 개정으로 암호화폐가 세금까지 매기는 자산으로 바뀌면, 이쪽 세계의 법적 지위는 달라진다. 결국 그토록 외면하고 싶어했던 정부도 암호화폐 산업을 인정해 제도권에 편입시켰고, 규제하는 만큼 책임도 지게 됐다. 여기에 앞으로 블록체인 진흥법과 가상자산업법 등이 나와 육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의 당연함은 차치하더라도,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멀어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국내 대형 거래소는 과세 후 투자자들이 모두 국외 거래소로 떠날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진정제'를 놔줬다. 국외 거래소의 계좌 존재 여부를 국세청에 신고하게 하고, 국내 거래소에는 양도차익 계산을 돕는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사실상 투자자를 국내 거래소에 머물도록 한 것이다.

거래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 모르나, 나는 일본의 상황을 떠올렸다. 일본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는 대부분 일본 시장 내에서만 거래된다. 또한 일본 거주자는 레버리지 비율 제한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세계 1위 마진거래 거래소인 비트멕스를 사용할 수 없다. 앞으로 자금세탁방지 제도에 따라 국경간 암호화폐 거래의 장벽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일본 암호화폐 시장은 상당히 폐쇄적이 됐고, 암호화폐 투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버리면 성장의 한계는 물론이고, 여러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가 한국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어떤 나비 현상을 불러올지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을 폐쇄·고립시키지 않는 대책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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