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리뷰의 세포들에게 고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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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8월19일 06:00
출처=Markus Winkler/Unsplash
출처=Markus Winkler/Unsplash

오래 잊고 지냈지만, 코인데스크코리아에서 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대한 기사를 맡은 적이 많았다. 특히 리뷰 기사를 좋아했다. 서비스 이용자를 만나 이용기를 들어보거나, 직접 서비스를 써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백엔드 기술’이라는 말을 검증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리뷰 전문기자'의 전성기는 지난해 상반기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을 직접 해 보며 리뷰 영상을 찍고 체험기를 썼을 때였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키우겠다고 나선 김서준 해시드 대표를 인터뷰한 게 계기였다. ‘블락실’이란 제목으로 야심차게 시리즈의 문을 열었다. 꿈도 컸고, 기대도 컸고, 뭐든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3회를 겨우 채우고 조기종영(?)했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리뷰 영상을 만들면서까지 소개할 만큼 완성도 높고 개성 있는 게임이 많지 않았던 탓이 가장 컸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게임을 찾아내서, 이를 소개해보겠다고 기업에 연락하면, 반응이 왠지 시큰둥했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한 채 해외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내 암호화폐 활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규제 탓이었다. “규제 당국 눈에 띄면 안 되니 제발 국내 홍보를 하지 말아달라”며 사정한 기업도 있다.

취재를 고사한 이들도 “규제 문제가 좀 풀리면 리뷰 영상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본의 아니게 모두 빈 약속이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 거부 결정을 최종 확정하면서다. 그에 대응해 대기업 계열사가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사’를 감행한 게임들도 있다. 메신저 같은 기존 서비스로 이미 확보한 이용자 풀을 공유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의 지갑 앱 출시가 반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게임 출시도 한없이 뒤로 밀렸다. 당연하게도, 게임에 대한 나의 개인적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이어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신원증명(DID)이 '서비스의 왕좌'를 노리고 들어왔다. 통신사와 은행, 카드사 등이 대거 참여하는 DID 관련 연합체부터 스타트업이 중심이 된 연합체까지, 경쟁하듯이 기술과 서비스를 쏟아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공선도 시범사업 및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등과 맞물리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DID 관련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는 중이다.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나와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줄 만큼 자주 또는 많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특히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경우 이용 대상이 한정돼 있어서 아직 직접 리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리뷰의 세포가 죽어갈 무렵, 지난달 부산광역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지정 첫돌을 맞이했다. 1차 규제특례 실증 사업에 선정된 금융, 관광, 공공안전, 물류 등 분야 4개 서비스는 이제 막 출시됐거나 9월 중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추가 선정된 금융, 마이데이터 등 분야 3개 서비스도 내년에 만나볼 수 있다. 2년 간의 실증을 거쳐 규제 완화 필요성이 인정되면 관련 법제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리뷰해 볼만한 거리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꼴이다.

지난주 부산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암호화폐 외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한마디 덕에 잊고 지낸 리뷰 기자의 정체성이 되살아났다. 뭘 먼저 해볼까 오랜만에 들뜨기까지 한다. 부디 이번에는 리뷰 기사 연재를 길게 끌고 갈 수 있기를! 오, 잠든 세포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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