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의 역사와 탈중앙금융에 주는 교훈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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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0년 8월24일 14:0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프로토콜이 대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조건을 결정하고 이행하는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의 미래를 예견하려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월가의 과거를 말이다.

탈중앙금융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정크본드부터 부채담보부증권(CDO), 그리고 알고리듬 매매까지 지난 40년간 점차 발전하며 반복된 금융공학 사이클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화의 물결은 어떤 이들에겐 엄청난 수익을, 또 다른 이들에겐 막대한 손실을 안겨다 주었다. 또한, 대형 금융기관의 경제 지배를 강화하면서 월가에 영속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탈중앙금융 역시 개발→과대광고→투기→붕괴→합병으로 이어지는 동일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그렇다. 고수익만을 따라다니는 폐인들이 좋아하는 토큰과 이자 농사(yield farming) 열풍은 눈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지금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중개인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탈중앙금융이란 혁신의 물결은 현재로선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 머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디파이 선구자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큰 위험을 끼치지 않으면서 기술을 시험하고,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런 반복적인 프로세스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거나 잃는가와 관계없이 이전의 금융공학보다 더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물론 탈중앙금융이라고 변동성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규제 특권을 가진 힘 있는 은행 중개 주체들이 계속해서 경제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월가 특유의 변동성은 없앨 수가 있다.

 

40년의 역사, 4번의 혁신 버블

과거 전통적 시장에서 발생했던 4차례의 금융공학 물결을 보면, 4차례 모두 매번 디지털 기술이 포함됐던 건 아니다. 변화의 시기란 것은 변화를 가능케 한 소프트웨어만큼이나 법적 구조와 리스크 관리에 있어 얼마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혁신을 향한 열정이 투자자들의 사고에 종종 치명적인 결함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과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즉 시장 내에서 과잉을 궁극적으로 조절하는 요소인 리스크를 새로운 시스템이 아예 없애 버렸거나 현저히 줄였다고 믿는 생각이다. 이런 잘못된 믿음은 버블을 낳고, 버블의 효과는 시장의 예상치 못했던 부문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버블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가치를 안겨준다.

역사적으로 그런 경험을 했던 4번의 시기들을 살펴보자.

 

1980년대: 정크본드와 차입매수(LBO)

80년대에는 기업 관리자들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차입매수를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방법을 꾀했다. ‘차입매수’란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기 전, 그 자산으로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junk bond)를 발행하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 전략이다.

2013년 마이클 밀켄. 출처=크리에이티브 커먼스
2013년 마이클 밀켄. 출처=크리에이티브 커먼스

고수익 채권 수익과 주가 상승, 매수 기업의 기회주의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정크본드 시장의 규모는 10년간 무려 20배나 증가했다. 그러다 1989년에 이르러 정크본드에 투자했던 저축 대출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화려한 잔치는 막을 내린다. ‘정크본드의 왕’으로 불렸던 마이클 밀켄은 증권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고, 그의 회사였던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t)는 파산했으며, 저축대출(S&L) 위기로 미국은 2년 뒤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정크본드와 차입매수는 지금까지도 미국 자본주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초와 같다.

 

1990년대: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90년대 중반에는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이라는 헤지펀드가 혁신적인 수렴(convergence)과 차익거래 전략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LTCM은 옵션 가격을 책정하는 ‘블랙-숄즈’ 모델(이 모델을 개발해 노벨상을 받은 3명 중 2명이 LTCM 설립자가 됨)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분석해, 기저의 법적 리스크가 동일한 증권들의 가격이 과거의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증권은 매수하고, 반대 위치에 있는 또 다른 증권은 공매도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는 이론상으로 시장이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게 되면 결국 모두 최적 가격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이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었다.

LTCM이 시장 전반에 걸쳐 반대 위치에 있는 수많은 증권에 비슷한 방식으로 베팅했을 때는 한동안 매우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다 1998년 러시아 부채 위기가 전 세계를 공포를 몰아넣어 투자자들이 유동성 세계 1위 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내다 팔자, LTCM이 수렴하리라 예상했던 자산들의 가격이 예상에서 일제히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LTCM은 막대한 총 손실을 보게 됐고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급기야 연준이 나서 시장이 멈추지 않도록 LTCM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LTCM은 이후 새 주인을 얻고도 결국 문을 닫게 됐지만, 이러한 분석법과 차익거래 전략은 알고리듬 매매 시대인 오늘날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아래 참조).

 

2000년대: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부동산 버블

우리는 모든 금융위기가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사람들 때문에 시작됐다고 비난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그 뒤에는 부채담보부증권이란 새롭고 복잡한 유형의 부채를 묶어 주택담보 대출 상품을 마구잡이로 판매한 은행들이 있었다.

채무 기업이 파산해 채권 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채권자들이 제3자로부터 본인이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는, 법적인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신용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와 함께 부채담보부증권 역시 고위험 채권이 AAA등급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는 데 일조했다. 리스크 요인이 없어졌다고 믿는 신화는 너무나도 큰 파괴력을 지녔는데, 그로 인해 생긴 버블이 붕괴하자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가 왔다.

그로부터 10년 뒤, 부채담보부증권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 불리며, 일반 가계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업 대출에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 상황 속에서 CLO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010: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2000년대에는 퀀트 전문가들이 부상했다. 이 수학의 귀재들은 지연 속도가 낮은 새로운 고속망을 활용해 헤지펀드 자금이 약 1000분의 1초 내에 포지션을 전환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 이례적인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도록 했는데, 이는 인간의 눈과 손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차원이었다. 일각에서는 퀀트 매매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점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제공한 유동성을 생각해 이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반겼다. 퀀트 매매는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된 시장에서 월가 은행들이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역할을 꺼리게 되면서 생긴 공백을 메웠다.

그러던 2010년 5월6일 오후 2시32분(미국 동부시각), 갑자기 전례 없던 일이 발생한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특별한 악재도 없이 15분 만에 9%가량 폭락한 것이다. 다행히 그날 오후 3시7분까지 대부분의 손실은 회복됐다. 그리고 그 후 5년 뒤, 영국인 트레이더 나빈더 싱 사라오는 스푸핑(spoofing, 대량의 허수 주문을 내 가격에 영향을 미친 뒤 실제 계약은 체결하지 않는 불법 초단타매매 수법) 알고리듬을 이용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다.

많은 사람이 트레이더 개인을 비난하는 건 잘못된 것이며, 프로그램이 켜져 있을 땐 제대로 작동하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프로그램이 꺼지게 됐을 땐 재앙이 일어나게 자동화된 유동성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관행이 다우지수의 급락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지금은 새로운 규정이 마련돼 플래시 크래시 위험을 상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스템 시장조성자들의 비호로 퀀트 알고리듬을 활용한 매매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탈중앙금융을 위한 교훈

우리는 탈중앙금융과의 유사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압도적인 매력을 가진 혁신이 있었던 과거처럼, 개발자들은 최근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디파이라는 금융 혁신에 계속해서 끌릴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수학 천재들이 토목공학 관련 일자리를 고사하고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헤지펀드를 택했던 것처럼, 요즘은 MIT, 스탠포드 등 명문대 졸업생들이 암호화폐 업계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탈중앙금융이 이 현상을 가속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인이 투자하고 있는 게 세계를 바꿀 기술이라고 믿을 때, 짧은 기간 안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가장 잘 정당화되기 마련이다.

손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이런 특정 형태의 투기에 참여하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월에 발생했던 디파이 역사상 첫 플래시론(flash loan) 공격을 보며, 지난 2008년과 비슷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디파이 시스템의 취약성을 경고한 마야 제하비처럼 구조적인 위험을 경고한 사람들이 고마운데, 실제로 디파이 시스템은 규제를 받는 다른 시장들보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손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위기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지만 규모는 훨씬 작은 위기를 말한다. 디파이는 월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법적 보호를 탈중앙금융에선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디파이는 투자자 풀이 크지 않다. 암호화폐 분야의 법 규제 틀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의 규모도 작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손실을 보는 사람들도 물론 나올 것이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 괜찮을 것으로 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것은 디파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시험을 지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다. 불안한 여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힘 있는 중개 주체들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금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이 이어질 수 있게 됐다.

 

뉴욕은 코로나19의 수수께끼? 해결의 실마리?

매주 필자가 보여주는 금융 차트들 중 이번 주 차트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이번 주 차트는 바로 이 시대를 정의하는 코로나19 감염자 추이 변화 곡선 차트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 관리에 있어 얼마만큼 진척을 이뤘고, 따라서 경제를 어떻게 재개하면 좋을지를 이 곡선 차트를 통해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 연준이 단행할 경기부양책과 시장의 반응, 또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줄어만 가는 시기에 장기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까지도 알아볼 수 있는 차트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투자자들이 금이나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어떤 매력을 느끼게 될지도 엿볼 수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코로나19 감염자 추이 변화를 살펴보면 너무도 놀랍다. 아니 놀랍다 못해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미국 전반의 참혹한 확산세에 비하면 뉴욕은 계속해서 1% 미만의 감염률을 유지하며 올여름을 상대적으로 잘 넘겼다. 지난 4월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경험을 통해 혹독하게 교훈을 얻었기 때문일까? 뉴욕은 다른 어느 주보다 자가격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이지만, 뉴욕시는 미국에서(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여행객이 많은 도시이며, 인구밀도 역시 최고 수준이다. 미국 내 다른 주에서는 현재 신규 확진자 수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는데, 아직 필자가 살고있는 뉴욕주에는 이런 현상이 번지지 않았다니 놀라울 뿐이다(이 말 때문에 행여 부정 타지 않기를!)

아래는 캘리포니아의 차트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출처= 존스홉킨스 코로나바이러스 정보센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출처= 존스홉킨스 코로나바이러스 정보센터

아래는 뉴욕의 차트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출처= 존스홉킨스 코로나바이러스 정보센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출처= 존스홉킨스 코로나바이러스 정보센터

캘리포니아와 뉴욕 둘 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로, 두 주 모두 의료계의 안전과 예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에 지지를 표명해 왔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당시, 뉴욕주의 지도부는 뭇매를 맞은 반면 캘리포니아주 지도부는 찬사를 듣곤 했다. 그러면 여기서의 교훈은 무엇일까? 왜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많은 주처럼 이번 여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한 반면, 뉴욕은 현저히 낮은 감염률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필자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매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뉴욕이 데이터, 즉 정보수집과 공유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정보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툴이다. 본지의 벤자민 파워스 기자가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블록체인 기반 접촉추적 앱을 개발해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의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기사를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위 차트의 원인 요소들을 정확히 측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 단계에서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앞으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해 그 불확실성의 크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고, 달러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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