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라는 가장무도회는 새로운 투기판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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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8월25일 06:00

A: 요즘 대세는 디파이에요. 암호화폐만 맡겨두면 수익률이 어마어마해요.
B: 신기하네요. 어떻게 맡겨만 둬도 수익이 생기는 거예요?
A: 그건 저도 모르죠. 그냥 하면 돼요.

왜 수익이 생기는지는 몰라도, 투자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단다. 그럴듯한 상품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홍보를 조금만 하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한순간에 돈이 모인다. 이 돈이 어떻게 돌고 돌아서 보너스가 붙어 다시 오는지는 아무도 관심 없다. 그렇다 보니 이 틈을 노린 사기꾼이 넘쳐난다. 요즘 디파이(Defi)의 현실이다.

초기에는 단순했다. 암호화폐 맡기면 예치 이자를, 빌리면 대출 수수료를 받았다. 이게 곧 디파이였다. 여기서 암호화폐 대출 스타트업 컴파운드(Compound)는 아이디어를 냈다. 컴파운드 거버넌스를 담당할 하나의 토큰 컴파운드(COMP)를 만든 것이다. COMP는 컴파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사용자에게 분배됐다. COMP가 자동 마켓메이커(AMM) 서비스인 커브(Curve)에 상장되면서, COMP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돈 냄새를 맡은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주객이 바뀌기 시작했다. COMP의 가격이 급등하자 암호화폐 예치나 대출보다는, 이 과정을 통한 COMP 확보가 목적이 됐다. 이때부터 COMP를 얻기 위한 무의미한 예치와 대출 행위만 남게 됐다. '이자농사'(Yield Farming)의 시작이다.

COMP의 성공을 지켜본 후발주자 중 와이언(yEarn) 프로젝트는 이자농사를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곧바로 YFI라는 거버넌스 토큰을 만들고 커브에 상장했다. 암호화폐를 필요로하는 곳에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목적은 더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제 컴파운드보다 더 복잡해진 메커니즘 안에서 수익을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여기서부터 암호화폐는 서비스 제공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다이(DAI), 심지어 방금 만들어진 토큰조차도 상관없다. 수익률만 높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하루 만에 아스카(ASUKA)라는 디파이 서비스와 토큰이 만들어지고 10시간 만에 100억 원이 모였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출시 하루 만에 4억 달러 이상의 예치금을 모았던 고구마 프로젝트 얌(Yam)도 마찬가지다. 얌은 설계 오류로 이틀 만에 실패를 선언했다.

출처=Markus Winkler/Unsplash
출처=Markus Winkler/Unsplash

지난 19일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트론(Tron)이 디파이 서비스 저스트스왑(JUSTSwap)을 출시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유니스왑(Uniswap) 서비스의 트론 버전이다. 유니스왑은 이자농사를 위한 핵심 기능인만큼, 트론에서도 이자농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저스트스왑 출시 당일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암호화폐가 상장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스캠 코인을 샀다가 손실을 봤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기존 중앙집중식 전통 금융의 문제를 지적하며 등장한 탈중앙금융 디파이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복잡해진 디파이 시장에서는 투자자 사이에 정보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대한 수익률을 내세운 스캠이 활개를 치고, 그것만을 보고 뛰어드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디파이에 사기꾼과 스캠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없애버리고 금지시키자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현재 디파이 업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투자자 보호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위험 경보가 켜진 상황인 만큼 높은 수익률에 홀려 눈과 귀를 막고 뛰어드는 투자자는 없기를 바란다. 제발 부탁하건대, 모르는 것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뒤 몰랐으니 책임져라 따지려 들지 말고, 제발 제발 아는 것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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