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7월, 부산광역시가 국내 최초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 첫돌을 맞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금융과 관광, 물류, 공공안전 등 분야의 실증 사례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금융과 마이데이터, 의료데이터 등 분야 실증 사례가 추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부산시는 특히 BNK부산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바우처’를 중심으로 특구 내 토큰이코노미를 꾸려간다는 ‘빅 픽처’를 그리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부산 특구 내 토큰이코노미 구성원이 될 기업과 기관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부산 서구는 남구와 중구, 영도구 등과 함께 원(原)도심으로 분류된다. 서면에 이어 센텀과 해운대에 중심지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서구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와 도심형 산림복지단지 조성 등을 통해 재도약을 꿈꾼다. 내년에는 의료관광특구 지정에도 도전해,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지로부터 의료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 서구청은 지난 6월 BNK부산은행과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삼육부산병원, 결제중개업체 케이에스넷, 모두모아 등 7개 기관과 ‘지역상생형 모바일 의료관광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병원 진료 상담과 숙박업소 예약, 그리고 귀국 전 관광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내년 1월까지 개발해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서구의 의료관광특구 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부산은행이 국내 첫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광역시에서 실험하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바우처이다. 자세히 보면 의료관광특구 계획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현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서구보건소를 눈여겨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보건소와 스테이블코인이라니, 이 무슨 어색한 조합일까? 13일 만난 임진영 부산시 서구보건소 의약계장은 디지털바우처를 활용하면 의료관광으로 발생한 수익을 병원뿐 아니라 서구 내 숙박업소와 소상공인 등에 고루 퍼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와 구가 예산을 들여 해외 의료관광객 유입을 장려해도 지금은 관련 수익이 특정 의료기관에만 편중될 뿐 지역사회에 돌지 않는다. 디지털바우처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임진영 부산광역시 서구보건소 의약계장.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임진영 부산광역시 서구보건소 의약계장.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임 계장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금융포용성과 추적가능성에 주목했다.

흔히 '의료관광'이라 하면 성형수술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의료관광특구를 꿈꾸는 서구에는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삼육부산병원 등 대형병원만 4곳이다. 게다가 모두 대학병원이다. 다시 말해, 암과 같은 중증질환 치료 목적의 의료관광객이 많이 찾고, 그렇다보니 치료비 금액 자체가 크다는 게 임 계장의 설명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도 넘나든다. 그런데 이 돈이 모두 현금으로 들어온다.

“부산엔 러시아와 중국에서 의료관광객이 많이 들어온다.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카드사용률이 낮다. 그러다보니 환자들도 대부분 현금을 들고 온다. 그런데 이걸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환자들이 병원에 돈뭉치를 맡겨 놓는다. 그러고는 불안해 한다.”

서구와 부산은행 등이 구축 중인 의료관광 플랫폼은 러시아와 중국 출신 의료관광객이 들고 오는 ‘뭉칫돈’을 디지털바우처로 전환한 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의료기관과 숙박업소, 관광지 등에서 사용하도록 하자는 계획이다. 디지털바우처를 매개로 외국인들에게 환전과 예금, 보관, 결제 등 금융서비스 문을 열어준다는 구상인 셈이다.

부산은행은 외국인등록증이 없는 외국인도 여권 확인 절차를 거쳐 금고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추가 특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료관광객들이 부산은행에 돈을 맡기고 디지털바우처 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대 50만원까지 디지털바우처 무기명 지급 및 충전이 가능한 현행 한도를 높이는 특례도 요청해, 서구를 찾는 외국인들이 의료비 결제에 디지털바우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환자들이 병원에 내는 진료비와 수술비의 약 15%가 중개업체에게 돌아간다. 1억원을 결제하면, 그 중 1500만원이 중개인에게 가는 셈이다. 우리 플랫폼은 이 수수료를 10%로 낮출 계획이다. 이 중 5%는 환자에게 디지털바우처 형태로 캐시백(환급)해 주고, 나머지 5%를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쓰는 거다.”  

부산 서구청과 BNK부산은행, 부산대병원 등이 공동 구축 중인 지역상생형 모바일 의료관광 플랫폼 예시. 출처=부산광역시 서구보건소
부산 서구청과 BNK부산은행, 부산대병원 등이 공동 구축 중인 지역상생형 모바일 의료관광 플랫폼 예시. 출처=부산광역시 서구보건소

현행 체계에서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1000만원을 가져왔을 때 해외 또는 국내 중개업체들이 챙기는 돈이 150만원 수준이지만, 의료관광 플랫폼을 통하면 이 돈의 상당 부분이 병원과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플랫폼 운영주체는 실제로는 5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50만원은 캐시백(디지털바우처)으로 환자가 소비할 수 있게 되므로, 50만원어치의 추가 의료비 지출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특히 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부산에 머무는 동안 디지털바우처를 서구 내에서 소비한다면, 말 그대로 ‘지역상생’도 가능해진다는 게 임 계장 설명이다.

“캐시백 형태로 디지털바우처를 재지급 받은 환자들이 이를 서구 내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에서 결제에 쓴다면, 의료기관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홍보 효과를 더 적은 비용으로 누리면서도 지역사회에 공헌까지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구와 부산은행 등은 ‘앱인앱’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바우처로 결제가 가능한 30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의 서비스를 플랫폼에 우선 탑재한 뒤, 서구, 나아가 부산시 전역으로 활용 범위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가맹점들은 위성항법장치(GPS) 추적 등 기술을 활용해, 가까이 있는 의료관광객들에게 5% 내외의 할인권 등 혜택을 즉석에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결제중개업체 케이에스넷, 앱인앱 기술 보유 업체 모두모아 등도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임 계장은 초기 플랫폼 개발은 서구가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고, 향후 플랫폼 운영을 도맡을 협동조합을 별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협동조합이 부산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다국어 활용 가능 인재들을 등용해 24시간 상담센터 운영 등에 활용하는 것도 ‘지역상생’의 일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발한 수많은 공공앱의 문제가 매년 어마어마한 운영비와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초기 몇년은 지자체가 이 비용을 지원할 수 있어도, 지원이 끊기는 순간 공공앱의 생명력도 끊긴다. 그런데 수수료를 절감한 비용 중 5%만 떼어 플랫폼 운영 협동조합을 운영하게 되면, 공공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민간 경제 논리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며 돌아갈 수 있다.”

정인선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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