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요인에 따르는 금융 불평등을 제거하는 법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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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0년 9월14일 07:00
출처=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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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같은 세대인 호주인들에게 역사학자 제프리 블레이니의 ‘멀리 떨어진 독재(tyranny of distance)’라는 말은 세계 다른 나라들과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의 위치를 정확하게 표현해 준 단어였다.

2020년 9월. 수많은 사람이 브로드밴드 인터넷이 연결된 집에서 줌(Zoom) 같은 글로벌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무직 노동자들에겐 재택근무가 당연한 일상이 됐다. 이제 ‘거리’는 호주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장애가 되는 요소가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지리적 요건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인터넷이 의사소통에서 장소란 장애물을 없애고,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업관계를 맺는 데 있어 공평한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적어도 아직은 가치 교환에 있어서도 그렇다곤 말할 순 없는 현실이다. 돈을 쓰는 데 드는 비용과 중개인이 부과하는 송금 수수료는 여전히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느 곳에 사는지에 따라 해외 송금 비용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런던에서 뉴욕으로 돈을 보내는 데 드는 거래 수수료는 1%지만, 보츠와나에서 런던으로 송금하는 데는 수수료를 19%나 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지리적 요건이 돈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권력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금융 거래의 조건을 수 세기 동안 통제해 온 뉴욕과 런던 같은 도시들은 영향력 있는 금융 산업을 탄생시켰고, 그 후에는 도시들이 스스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바꿔놓을 현실적인 비전을 처음으로 갖추게 됐으며,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은 과거 통신 부문에서 인터넷이 이뤘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위대한 약속을 하고 있다. 바로 금융에서도 지리적 요건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출처=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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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P/IP(데이터 라우팅), VOIP(음성전송), HTL(영상 스트리밍) 같은 인터넷 프로토콜과 계속 발전하는 파일 압축기술, 저렴한 기록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통신회사 같은 게이트키퍼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됐으며, 싼값에 개인간(P2P)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P2P 방식으로 돈을 거래하고, 중개 업체가 거래소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통제하는 행위를 더는 하지 못하게 될 때 진입장벽은 무너질 것이며, 결제 비용도 낮아질 거다. 또한, 자산을 거래하는 능력이 거주 지역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는 현상도 사라질 것이며, 장기적으론 세계 최대의 금융 중심지들이 지닌 권력까지도 차츰 줄어들 것이다.

 

고객신원확인(KYC)과 지역

그럼 왜 진작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독점을 일삼던 통신회사들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암호화폐가 새롭게 떠올랐을 때 왜 뉴욕과 런던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 있는 대형 금융기관을 더 개방적인 시스템에 무릎 꿇리지 못했을까?

그것은 바로 은행들이 정치 권력과 완전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민족국가들이 계속해서 우위를 누리고 있는 한 권력과 지역의 연관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금융 시스템을 이끄는 기업들은 예전에 통신회사들이 누리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누리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산업화된 국가들이 은행 규제를 만들어 경쟁자가 될 만한 국가들에 이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는 정당화될 만한 상황에서 순기능을 하는 규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권력에서의 불균형을 조장하고 있다.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제가 지역 간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선진국 정부에서 깡패국가 정권과 테러리스트, 국제 범죄자들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만든 이 규정들은 규제와 법 집행 과정을 신뢰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관련 법 규정 요건이 강화되고 벌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미국 은행가들은 이전보다 리스크에 더 보수적으로 행동하게 됐고, 그 결과 시장에는 리스크를 회피하거나 줄이려는 디리스킹(de-risking) 경향이 뚜렷해졌다. 개도국에 있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법권으로 흘러 들어가던 투자금이 줄면서 해당 지역 내 송금 수수료와 기타 금융거래 수수료는 치솟았고, 가뜩이나 현지인들이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비용 부담은 더욱더 가중됐다.

이론상으론 면제 조항이란 게 있어 약간의 신원 정보만 제공하면 하루 최대 3천달러까지는 보내거나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은행이 거액의 벌금을 내는 것을 보고, 또 기본적으로 ‘안 된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규제 준수 감시인이 곳곳에 포진한 은행들은 모험을 원치 않는다. 대신 소말리아에서부터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든 거래를 일제히 금지하는 편이 속 편하다. 또한, 은행가들이 암호화폐를 볼 때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을 줄이고 거래 비용을 낮추는 장점을 보기보다 규제를 회피하고 우회할 수 있는 무언가 불법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는 데도 규제 준수 감시인의 영향이 있다. 이런 은행들의 태도는 암호화폐 스타트업들마저 리스크를 회피하게 만든다.

이런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시당하고 있다. 빈곤층은 로비할 만한 힘이 없으며, 국제 범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은 포퓰리즘이 득세한 세상에서 큰 매력을 얻고 있다.

규제의 강도는 오히려 점점 더 세지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트래블룰(travel rule, 자금이동규칙) 시행을 확대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는 거대한 신원보고 체계가 새롭게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러면 신원이 확실치 않은 사람들은 거래소를 통한 해외 자금 거래에서 더욱 배제된다.

안타까운 건 결제 플랫폼을 청정하게 유지하면서도 불법자금을 통제할 가장 혁신적인 솔루션을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영지식 증명 같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솔루션을 거래 추적이 가능한 블록체인 검증 솔루션과 결합해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지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신분증이 없는 소말리아인들에게 (있지도 않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고도 금융기관과 규제 당국에서 범죄 자금의 유입 패턴을 더욱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MIT-IBM 왓슨 인공지능 연구소 연구진들은 익명의 비트코인 거래를 대거 분석해 그중 불법자금 거래는 얼마나 됐으며, 해당 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과 정부는 기존의 신원증명 요건이 완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필자가 참여했던 MIT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MIT Digital Currency Initiative) 역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법규 위반을 막으면서도 멕시코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고국으로 돈을 부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거래 추적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한 뒤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정부는 우리가 순진하고 무정부주의적인 암호화폐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있으며, 이는 불법행위를 하는 범죄자들을 도울 뿐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미국의 권력 유지

정치적 저항이란 마약 거래상과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일 이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권력을 보여주고 보호하려는 욕구에 의해 생긴다.

달러는 준비통화로서 거의 모든 해외 결제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이 말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금 거래의 상당 부분이 주로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 환 거래은행을 거친다는 뜻이다. 지역에 따라 금융 권력에 차이가 난다는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런 구조는 뉴욕에 있는 금융·사법 당국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휘두를 수 있는 거대 권력을 쥐여줬다. 지금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뉴욕 금융감독청(New York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으로부터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를 발급받기 위해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을 한 번 생각해보라. 중앙과 지방 정부를 통틀어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이만한 관심을 받는 규제기관은 없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제과점 현금 계산대 안에 달러 지폐가 들어있다. 출처=게티이미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제과점 현금 계산대 안에 달러 지폐가 들어있다. 출처=게티이미지

미국 정부와 뉴욕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은행들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감시하고 미국의 권력을 매 순간 행사하고 또 과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와 뉴욕은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등 미국의 제재 대상국들과 거래하는 해외 업체들을 제재한다. 미국에 사업체가 없는 경우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미국 규제 당국과 뉴욕 은행들 간에 얽혀있는 권력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치적 의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많은 제약과 비용을 요구하는 금융 중개업체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특권을 누릴 것이며, 그러는 사이 우리는 실생활에 써야 할 비용을 은행 수수료 명목으로 지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통신회사들이 게이트키퍼의 지위를 결국 잃게 된 것처럼 은행들도 금융을 옭아매고 있는 손을 결국엔 풀 수밖에 없다.

여기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다.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서면서 외국인들이 미국 달러를 거치지 않고도 국제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코로나19 국면에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개도국에서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히 해당 지역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미국 은행들의 영향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연준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화폐를 찍어내고 있는 지금, 금 시세가 급등하며 미국의 금융 리더십 전반에 대한 신뢰도 줄어들고 있다.

한편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달러화하는 신기술인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든 탈중앙금융(DeFi)이든, 암호화폐 기반 금융거래 메커니즘을 새롭게 실험하려는 시도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결론은 돈은 정보와 같다는 것이다. 다만 의미 있는 교환을 위해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 특별한 형태의 정보일 뿐이다.

인터넷상에서 암호화폐가 신뢰를 탈중앙화하는 것처럼 돈 역시 지리적 요인에 덜 구애받게 될 것이다.


4개 차트로 확인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양극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저소득층이 겪는 문제들을 다룬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읽다가 노스웨스턴대학의 다이앤 위트모어 샨젠바크가 진행한 연구를 토대로 작성한 차트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래 차트를 옮겨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먹을 것이 가끔 또는 자주 부족하다고 말하는 가구 수가 급증했으며,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통계다. 놀라운 것은 증시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 얼마나 분열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먹을 것이 가끔 또는 자주 부족하다고 답한 가구의 비중. 출처=월스트리트저널
먹을 것이 가끔 또는 자주 부족하다고 답한 가구의 비중. 출처=월스트리트저널

본 칼럼이나 다른 기사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지만,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시기에 이처럼 증시가 급등하는 것은 손쉬운 통화정책으로 인한 혜택을 금융 업계가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사회의 경제적 격차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위 차트를 연준의 과거 활동 차트와 비교해 살펴보려 한다. 아래 차트는 연준의 최근 대차대조표다. 연준이 시장에 얼마나 많은 유동성을 새롭게 공급해 채권 등 자산을 사들였는지 잘 나와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은행의 경제 데이터(FRED)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온 이 차트를 월스트리트저널 차트와 시기를 조정해 맞췄다.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연준은 자신의 권한에 따라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한다. 그리고 물가가 너무 오르면 시장에 제공했던 과도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한다. (최근 연준은 당초 계획보다 유동성 회수에 나서는 데 더 시간을 둘 계획이라며 정책 수정안을 발표하긴 했다.) 연준이 가장 주목하는 물가 지표로서, 더 원활한 측정을 위해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는 제외하고 소비자 물가의 변동을 측정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인플레이션은 위험한 수준이 아닐뿐더러 추세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을 잘 보여주기 위해 FRED에 2018년 초부터 시작하는 단기 데이터를 요청했다)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하지만 여기엔 현실과의 괴리가 나타난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리고 있다면 당연히 식품 가격의 변화를 중요한 지수로 놓고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래는 FRED가 같은 기간 국내 식품 가격의 변화를 측정한 소비자물가지수다.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위의 4개 차트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얼마나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다. 금융 자산의 가치가 사상 최대로 치솟은 시기에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의 비율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보다 사회의 실패를 잘 보여주는 게 또 있을까?

연준을 통해서든 중앙정부를 통해서든 연방의 자금을 나눠주는 게 상황을 바꿀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위트모어 샨젠바크가 기아를 주제로 시계열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미국 인구조사국의 주간 가구 조사 결과가 대답이 될 것이다. 지난 5월 초에서 7월 중순 사이 인구조사국에서 조사를 한 기간에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가구 수가 딱 일주일 일시적으로 급감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이때가 바로 연방정부에서 1차 경기부양책으로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했던 다음 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지원금은 연준의 도움으로 급등한 증시의 혜택을 누린 부유층은 받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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