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역화폐 '총력 보호'…“지역경제에 효자 노릇”
지역화폐 효용성 논란 확산
김태년 원내대표 “내년 15조원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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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한겨레 기자
이정훈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18일 07:00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를 맹비난한 뒤 지역화폐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1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 평가한 또다른 국책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하며 이 지사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문가들 입을 막지 말라”며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처=한겨레/공동취재사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처=한겨레/공동취재사진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지역화폐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역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지난해 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소상공인 출신 이동주 민주당 의원도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코로나 국면에서 골목상권 현장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 의원은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가 크게 늘었다고 밝히면서 “지역경제가 급격히 무너졌던 ‘고용위기지역’에서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편파적이고 실증적이지 못한 분석에 의하여 연구가 수행되어 결국 국정방향에 위배되는 보고서가 발간된 경위에 대하여 해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국책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 세몰이, 찍어누르기, 특히 전문가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한 언행은 토론이 아니다”라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 지사는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다.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다만 원 지사는 “많은 지자체에서 단위금액이 표기된 상품권을 넘어 모바일과 카드 방식 등을 채택해 지류상품권의 제약사항을 해소하고 있다”며 연구가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에 참여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연구 결과를 두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이를 ‘문책하라’고 하는 것은 연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연 출신의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도 “학문적으로 논란이 있다면 여러 연구기관이 자신의 방법과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한 뒤 논의를 거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문책하라’고 하면 연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유찬 조세연 원장은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좋은 취지와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수반되고 효과가 제약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데이터로 살펴본 것”이라며 “연구 내용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달리 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대안을 두고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낫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역화폐 비판한 국책연구원에 “얼빠진 기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지역화폐가 경제 활성화 없이 손실만 키운다고 분석한 조세재정연구원에 대해 “근거 없이 정부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특히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 내 사용을 강제하여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출처=장철규/한겨레
이재명 경기도 지사. 출처=장철규/한겨레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날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낸다는 내용이 담긴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자 이 지사는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 나아가 정부정책을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연구기관이면 연구기관답게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정부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했다.


김태년 인용 보고서, 지역화폐·할인액 모두 썼을 때 전제로 효과 따져
조세연은 과거 데이터 근거로 효과 여부 살펴본 것이어서 대조

김태년 원내대표는 17일 “지난해 나온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투입에 따른 지역화폐 발행의 승수효과는 생산유발액 기준 1.78배, 부가가치유발액 기준 0.76배”라며 “지역화폐가 지역 내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사랑상품권 전국 확대발행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는 지역화폐의 실제 경제적 결과를 확인해본 게 아니라, 발행금액이 소비로 이어질 경우를 가정해 일어날 경제적 효과를 따져본 것이다.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지난해 1∼8월 발행된 지역화폐 총액 1조8025억원이 소비됐을 때 파급 효과를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계산했다. 그 결과 낙관적 시나리오에선 생산유발액 3조2128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3837억원, 취업유발인원은 2만9360명,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생산유발액 898억원, 부가가치유발액 387억원, 취업유발인원 820명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선 1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9만원에 샀을 때, 10만원어치 지역화폐와 할인받은 1만원까지 더해 11만원의 새로운 소비가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지역화폐 10만원어치는 기존 소비를 대체한 것으로 보고, 할인받은 1만원의 소비(한계소비성향 0.466)가 가져온 유발효과를 따졌다. 아울로 보고서는 “통상 고용유발 효과 등을 과다 추계하는 경향이 있는 산업연관표 분석의 문제점을 공유하며, 지역 내의 역외소비 유출 감소, 역외소비 유입 등의 다양한 상호관계를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세연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통계청의 2010∼2018년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해 지역화폐의 실제 경제 효과를 따져본 것이다. 보고서는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지역화폐 대부분이 동네 마트, 식료품점 등에서만 사용됐고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마트 매출이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이전되는 효과는 있지만 해당 지역과 특정 업종에서만 쓸 수 있어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는데다 한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인접 지역에서도 발행하는 연쇄 효과가 있어, 할인율을 크게 적용할 수 없는 소규모 지자체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대전의 지역화폐 할인율은 15%인 반면 세종 할인율은 10%여서 세종 주민이 대전 지역화폐를 구입해 대전에서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고려해야 한다”며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져, 특정 시점이나 특정 지역에 한해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 1조3천억원을 들여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15조원과 온누리상품권 3조원어치 발행과 할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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