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헥슬란트는 계속 진화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⑩]
노진우 헥슬란트 대표
통합 블록체인 개발 솔루션 '옥텟'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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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9월30일 13:00
헥슬란트 팀원 모습. 출처=헥슬란트
헥슬란트 팀원 모습. 출처=헥슬란트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처리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보니 늦었습니다."

강남역에 위치한 헥슬란트 사무실에서 노진우 대표와 23일 2시에 인터뷰가 잡혀있었다. 약속 시각에 맞춰 왔건만, 아무도 없는 빈 미팅룸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서 기다렸다. 어느덧 시간은 30여 분이 지났고, 그제야 노 대표가 숨을 헉헉거리면서 뛰어 들어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노 대표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는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넌지시 위로라도 할 양으로 '무슨 일 때문에 늦었냐'고 물었더니, 노 대표는 "저희가 워낙 이것저것 펼쳐 둔 게 많아서요"라며 금세 여유를 부렸다. 쉽지 않은 상대다. 스타트업이지만 스타트업 같지 않은 블록체인 업계의 '문어발' 헥슬란트의 노진우 대표와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헥슬란트의 창업 스토리는 사실 평범했다. 수없이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러했듯 노 대표도 처음에는 암호화폐 투자를 뛰어들면서 이 판에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타트업 창업의 명가로 꼽히는 삼성전자 C랩 출신답게, 암호화폐 투자에 있어서 문제점을 의식하고 곧이어 해결에 나섰다. C랩은 2012년 말 삼성전자가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2017년 말 이더리움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때 여기저기서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추천받았는데, 주로 암호화폐 다단계였죠. 무턱대고 뛰어들다 보니 손해를 많이 봤어요. 우리처럼 바보 투자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다짐했죠."

노 대표는 암호화폐 '바보 투자자'가 생기는 이유가 부정확한 암호화폐 정보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는 2018년 2월 헥슬란트(Hexlant) 창업과 토큰뱅크(Tokenbank) 서비스로 이어졌다.

토큰뱅크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업계에 떠도는 소문 하나를 물어봤다.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다. 혹시, 헥슬란트라는 이름이 '껍질을 벗겨서 먹는 사각형 모양의 아이스크림 엑○런트'를 먹다가 만든 것이라는데 사실인가요? 노 대표는 껄껄 웃었다.

노진우 헥슬란트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노진우 헥슬란트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아이스크림 엑○런트를 먹다가 헥슬란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실 저희가 퍼트린 거예요. 처음에는 재미로 말하고 다녔는데, 다들 진짜로 알더군요. 사실은 컴퓨터 언어를 의미하는 16진수 헥스(HEX)에 독일어 란트(lant)를 붙인 거에요. 란트는 영어로 랜드(land)거든요. 곧 헥슬란트는 개발자가 모이는 공간을 의미해요."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이자 개발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이름의 헥슬란트에는 '개발 덕후'만 있을 것 같은데 어쩐지 토큰뱅크는 뜬금없는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토큰뱅크는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토큰세일, 에어드랍,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도 있다. 비슷한 서비스로는 코박이 있다. 고도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모인 서비스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섣부른 판단이라는 걸 깨달았다.

"토큰뱅크는 국내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를 지원해요. 또 지원하는 메인넷도 11개나 되거든요. 각기 다른 블록체인 노드를 개발해서 하나로 합친 거죠. 언뜻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근데 지갑과 노드 개발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우린 이걸 이미 2018년에 완성해서 상용화했어요. 국내서 우리보다 기술적으로 나은 곳은 없어요. 특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킹당한 적 없다는 건 큰 자산이죠."

노 대표는 말하는 토큰뱅크는 지금의 헥슬란트를 있게 해 준 '산파'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다. 토큰뱅크의 지갑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마중물이 됐다. 하지만 한때 6000억여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예치가 이뤄졌던 토큰뱅크는 현재 활동이 뜸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토큰뱅크는 지갑뿐 아니라 암호화폐 투자 서비스도 제공했어요. 근데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 거에요. 우리가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세력의 펌핑을 막을 수 없더군요. 토큰뱅크에서 투자하신 분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위기였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토큰뱅크를 전체적으로 뜯어고칠 계획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토큰뱅크 서비스는 힘이 빠졌지만, 지갑 서비스를 만들면서 쌓인 노하우는 '헥슬란트 노드', '헥슬란트 커스터디', '헥슬란트 오딧', '헥슬란트 노드 유니버시티' 등으로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분석팀 '헥슬란트 리서치'도 조직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지만, 헥슬란트는 흡사 대기업처럼 다양한 영역에 문어발식 확장을 해나갔다. 헥슬란트의 전체 인원이 20명에 불과하다는데 견주면 많은 이들이 혀를 내두를 규모와 속도다.

"지갑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노드를 개발하게 됐어요. 암호화폐를 보관하다 보니 커스터디 서비스도 만들었고요. 블록체인의 취약점과 해킹을 예방하려다 보니 스마트계약 오딧(audit, 감사)도 필수더군요. 블록체인 개발을 도와줄 도구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노드 유니버시티도 만들었죠. 암호화폐 트렌드는 정말 빠르잖아요. 리서치팀도 따로 만들 수 밖에 없었죠. 어휴…, 그러고보니 정말 많네요."

이 중 노 대표는 리서치팀은 헥슬란트와 별개로 운영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인 헥슬란트나 그 외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매이면, 블록체인 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라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조치다.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독특한 구조다.

옥텟의 서비스 구조. 출처=헥슬란트
옥텟의 서비스 구조. 출처=헥슬란트

 

최근 헥슬란트는 블록체인 개발, 보안, 운영을 하나로 합친 서비스 '옥텟(Octet)'을 선보였다. 옥텟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등 총 18개 메인넷을 지원하는 종합 솔루션으로, 블록체인 개발과 키관리, 노드 운영까지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제각각 개발한 수많은 서비스를 통합하는 셈이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제공되는 만큼 블록체인 개발 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내부 회의에서도 우리가 너무 욕심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종종 나와요. 그래서 준비한 게 옥텟이에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SaaS로 만들었어요."

워낙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다보니, 헥슬란트의 매출이 기대된다. 대표님 매출 얼마나 나오나요?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 원 정도에요. 외부에서는 토큰뱅크로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토큰뱅크는 수익이 거의 없어요. 대신 헥슬란트 노드 서비스가 효자였죠. 올해는 옥텟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익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끊임없이 문어발처럼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헥슬란트도 탈블을 피할 수 없었다. 한때 25명이었던 인원 중 5명이 빠져나갔다. "암호화폐 시장이 불투명하고, 그 시장 속에 있는 자신이 사기꾼이 된 것 같다"는 말에 탈블을 막을 수 없었다는 노 대표는, 자신도 궁극적으로 탈블을 할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 순간 혼란에 빠졌다. 내가 잘못 들었나.

"저 진짜 탈블 할 거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블록체인 서비스가 완성되면요. 그때가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블록체인은 항상 새롭고, 변화하다 보니 만들고 싶은 게 끊임없이 생겨나요."

블록체인의 발전과 확산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헥슬란트 안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노 대표와의 인터뷰는, "헥슬란트는 새로운 도전과 상상력을 가진 개발자를 환영한다"는 '구인 공고'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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