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들면 보험료 자동 지급되는 세상, 체인링크가 연결합니다"
[디파이 연쇄인터뷰④ 체인링크]
이영인 체인링크 한국 담당 매니저
"온체인-오프체인 데이터 잇는 탈중앙화 미들웨어 서비스"
"탈중앙은 목표가 아닌 수단...우린 블록체인 프로젝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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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0월6일 08:44

최근 탈중앙지향 금융(디파이, DeFi)의 성장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4억달러(한화 약 4740억원)수준이었던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전체 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은 1년만에 72억달러(한화 약 8조 532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겨줄 로켓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이번 디파이 연쇄 인터뷰에서는 초고속 성장중인 디파이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현재 업계의 쟁점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디파이의 속 뜻은 '탈중앙지향 금융'이다. 현존하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처럼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 참여자 없이도 금융이 작동하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아직 이런 세계를 구현한 디파이 프로젝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탈중앙 수준이 높지 않아도 향후 계획이 탈중앙을 지향하고 있으면 디파이라고 부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파이의 경계는 상당히 애매한 측면이 있다. 디파이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프로젝트가 디파이가 맞느냐 아니냐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체인링크(LINK)는 이런 논쟁을 부르는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암호화폐 데이터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이었다. 코인마켓캡은 지난 7월 20일 체인링크를 디파이 토큰 분야 시가총액 1위로 공지했다. 곧바로 트위터에서는 체인링크가 디파이 프로젝트냐 아니냐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체인링크가 디파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체인링크는 스마트계약을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나 결제API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디파이도 물론 금융 플랫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코인마켓캡 측은 '엄격한 방법론을 거쳐서 디파이 토큰 자격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런 논란은 역설적으로 디파이 업계에서 체인링크가 갖는 무게감을 잘 보여준다. 금융 플랫폼을 탈중앙화 시키려면 스마트계약 사용이 불가피한데, 스마트계약을 폭넓게 쓰기 위해서는 오라클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아래 기사 중에 상세하게 설명한다) 체인링크는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현재 아베(Aave), 신세틱스(Synthetix), 1인치(1inch) 등 주요 디파이 프로젝트 21개에 이더-미국 달러(ETH/USD) 표준 가격을 공급하고 있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에게 탈중앙화는 수단이자 이뤄야 할 목표다. 그러나 체인링크에게 탈중앙화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다. 여기에서 미묘한 미끄러짐이 발생한다. 지금의 디파이 프로젝트들에게는 체인링크를 이용하는 게 당장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최선에 가깝지만 그게 탈중앙화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풍경들에 대한 당사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이영인 체인링크 한국담당을 만났다. 그는 "체인링크는 디파이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체인링크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문득 어떤 프로젝트가 디파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물음이 들었다. 소비자는 탈중앙화라는 가치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금전적 효용을 주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아래는 이영인 한국담당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체인링크 개념 도식도. 체인링크는 스마트계약을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 혹은 결제API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출처=체인링크 홈페이지
체인링크 개념 도식도. 체인링크는 스마트계약을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 혹은 결제API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출처=체인링크 홈페이지

 

―최근 한국에도 디파이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체인링크를 한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한다면?
=체인링크는 탈중앙화 오라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프레임워크 서비스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체인링크를 많이 쓰긴 하지만 사실 체인링크를 그들과 비슷한 성격으로 보기는 어려운데, 요즘 디파이가 워낙 선풍적인 관심을 끌다보니 커피랑 설탕 같은 느낌으로 같이 유명해진 것 같다. 

―탈중앙화 오라클 네트워크라는 말이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어려울 수 있는 표현인 것 같다. 하나씩 풀어보자. 우선 오라클은 무슨 뜻인가.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밖에 있는 어떤 데이터를 해당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들이 오라클 데이터를 사용하나. 
=오라클은 스마트계약을 사용해야 하는 팀에게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자동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을 말하는데, 이 계약의 기준 역할을 오라클 데이터가 해 준다. 가령 어떤 보험회사에서 'ㅇㅇ지역의 9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하이면 해당 지역 농민에게 냉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치자. '9월 평균 기온'이라는 데이터를 정확히 계량할 수 있어야 이 디지털 계약을 운용할 수가 있다. 믿을만한 오라클이 없으면 스마트 컨트랙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 오라클을 제공한다. 

―앞에 붙은 '탈중앙화'는 어떤 의미인가.
=위에서 든 예를 이어서 설명하면, 기온이라는 게 ㅇㅇ지역의 어느 지점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나. 측정 과정에 실수가 있어서 실제와 다른 값이 집계될 수도 있다. 스마트계약은 이런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에 맞으면 바로 실행되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중앙화된 하나의 데이터 제공자에게 데이터를 받으면 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체인링크는 해당 지역의 기온을 측정할 수 있는, 믿을만한 데이터 제공자 여럿에게 동시에 기온 데이터를 취합해서 오라클 데이터를 도출한다. 이게 탈중앙화의 의미다. 

―프레임워크라는 단어도 생소하다. 어떤 뜻인지 설명해달라. 
=프레임워크는 파워포인트에서 문서를 만들 때 사용하는 템플릿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오라클 네트워크 생태계를 만들어놓고 필요한 데이터를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일종의 접속 프로그램이 체인링크라고 보시면 되겠다. 

―누가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체인링크에서 가져다 쓰나. 실제 사용 사례가 궁금하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주로 암호화폐 가격 오라클을 많이 가져간다. 알다시피 암호화폐는 정해진 기준 가격이 없고 각각의 시장에서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그런데 이 가격 데이터를 사용하는 스마트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기준값이 있어야 한다. 이게 오라클이다. 가령 미국 달러로 환산한 이더리움 가격이라는 오라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치자. 체인링크는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더리움 가격을 집계하고 가중치를 적용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이더리움의 실시간 가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말로는 약간 설명이 어려울 수 있는데, 오라클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체인링크의 '가격 근거자료(Price Reference Data)'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체인링크가 어떻게 실시간으로 각각의 기초 데이터 제공자(노드, node)들에게서 암호화폐 가격데이터들을 받아서 처리한 후 고객사들에게 보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체인링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들어가 보시길 권한다. 

체인링크 '가격 근거자료(Price Reference Data)' 사이트를 설명하는 이영인 한국 담당. 몇 개의 노드에서 데이터를 취합해 오라클 데이터를 만드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체인링크 '가격 근거자료(Price Reference Data)' 사이트를 설명하는 이영인 한국 담당. 몇 개의 노드에서 데이터를 취합해 오라클 데이터를 만드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체인링크 이외에도 오라클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 기업들과 체인링크의 차이는 무엇인가.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데이터의 질이다. 보통의 오라클 솔루션 업체들은 퍼블릭 API처럼 아무나 접속할 수 있는 곳의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경향이 있다. 체인링크는 비용이 들더라도 오라클의 품질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검증된(credentials)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각각의 노드에게 상당한 보안성과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체인링크의 노드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노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빡빡한 보안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한 노드가 여러 개의 아이디를 생성해서 오라클을 교란하기 위해 시빌(sybil) 공격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자회사인 T시스템도 이런 과정을 통과해서 최근 체인링크 노드 운영사(operator) 중 하나로 합류했다. 

세 번째는 우리가 이미 오라클 데이터 시장에서 1년 넘게 100곳 이상의 사용처에 실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오라클 서비스도 일종의 데이터 산업이기 때문에 활용한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음 작업을 할 때 실수를 보완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들의 능력치가 높다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런데  특정 오라클 데이터를 만들 때 거기에 필요한 최적의 노드들이 있지 않나. 체인링크가 이 노드 묶음을 구성하고 설정하는 과정에 개입하기도 하나.
=우선 말해둘 것은 체인링크라는 오라클 솔루션이 우리의 개입 없이 알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는 점이다. 다만 어떤 기업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성하면서 상당히 질적으로 뛰어난 노드들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유연성을 가지고 맞춤형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한다. 

―디파이 자체가 '탈중앙화 지향 금융'이라는 뜻인데 체인링크가 여기에 핵심 역할을 하는 오라클 제공자이다보니 체인링크 역시 비슷한 탈중앙화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품질 좋은 오라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체인링크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그리고 여러 개의 노드를 확보해서 데이터를 탈중앙화 시키는 것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유력한 수단이다. 사실 체인링크는 디파이는 물론이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체인링크가 디파이 프로젝트가 아닌 것은 잘 알겠다.(웃음) 그런데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체인링크는 온라인 상의 블록체인과 실제 세상의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는 일종의 미들웨어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런 기조를 유지해왔고,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긴 하지만 지금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라고 볼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ERC-20 기반인 링크(LINK) 토큰을 발행하지 않나. 토큰 시가총액도 33억달러 정도로 전체 암호화폐 중 8위 정도인데. 
=링크 토큰은 체인링크와 노드 운영사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링크 토큰 생태계는 어떻게 구성되나.
=우선 데이터 생산자 역할을 하는 노드 운영사들이 있다. 이들은 기초 데이터를 찾아서 블록체인에서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다른 노드들의 데이터를 검증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링크 토큰을 받는다. 디파이 프로젝트들이나 스마트계약을 운용하는 데이터 소비자들은 노드들이 만든 오라클 데이터를 쓸 때 선택한 체인링크 노드에게 사용료를 링크 토큰으로 지불한다. 체인링크 플랫폼에서 오라클 데이터 사용료는 오직 링크 토큰으로만 지불할 수 있다. 이게 링크 토큰을 만든 가장 큰 이유다.

―그런 거라면 이더나 비트코인이나 미 달러로 지급해도 되지 않나. 
=이더나 비트코인이나 미 달러로 지급하다가 해당 플랫폼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나. 체인링크 네트워크에는 문제가 없는데 해당 토큰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생태계도 영향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따로 토큰을 만든 측면도 있다.  

―링크 토큰의 다른 사용처는 없나.
체인링크는 노드들의 평판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사용할 수 있다. 노드가 링크 토큰을 예치(staking)하면 평판이 높아져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채택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다만 토큰을 예치한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에는 예치금이 삭감된다. 잘 하는 노드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잘못하는 노드에는 금전적 손실을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다. 이런 측면 때문에 체인링크에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노드들은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요즘 얘기를 좀 해보자. 최근 이더리움의 거래 수수료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는 체인링크 구조상 오라클 데이터 결정 과정에서 노드들과 빈번하게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 문제는 없나. 
=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어서 스레숄드 시그니처(threshold signature)를 도입했다. 

―어떤 방식인가. 
=각 노드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고 별도의 오프체인에서 데이터를 모아서 최종 집계된 오라클 데이터 하나만 블록체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오라클 데이터 하나를 확정하는데 드는 가스비가 블록체인만 이용하는 것 보다 최대 1500분의 1로 줄어든다. 

―기초 데이터를 오프체인에서 모으게 되면 데이터가 조작될 가능성은 없나. 
=스레숄드 시그니처를 이용하는 체인링크 오라클 네트워크는 어떤 노드들이 어떤 데이터를 제출했는지 전부 식별할 수 있다. 그래서 위에서 설명한 토큰 인센티브가 작동하게 된다. 어떤 노드가 데이터 조작을 하면 평판도 깎이고, 미래수익 뿐만 아니라 예치해놓은 예치금도 잃어버리기 때문에 조작의 위험이 없다. 

―체인링크가 블록체인 업계를 넘어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성공사례를 늘려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현재 블록체인 이외의 분야에서 체인링크 오라클을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연재해 위험을 보상하는 파라메트릭(Parametric) 보험 분야에서 체인링크 오라클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 부류의 보험들은 풍속이나 온도, 지진 강도 등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보상 여부가 결정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중남미 농업 지역에서 농부들과 기업들에게 작물 보험을 제공하는 알볼(Arbol)이라는 보험회사가 있다. 체인링크의 날씨 오라클 데이터를 이용해 월 평균 기온이나 강우량이 미리 설정된 값을 벗어나면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지급한다. 분산형 보험 플랫폼인 이더리스크(Etherisc)는 체인링크와 함께 비행기 연착 보험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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