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제기사에 담긴 심리를 파악하는 ‘뉴스심리지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논조가 국민의 경제인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국내언론이 ‘위기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뉴스심리지수의 유용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빅데이터 통계연구반은 포털의 정책, 금융, 산업 등 경제 분야에 올라온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주간 뉴스심리지수를 시험분석하고 있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컴퓨터가 기사에 내포된 감성을 읽어 긍정과 부정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웃돌면 긍정적인 기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속보성에 중점을 둔 지표로 정책 입안자 등이 경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지수의 방향성은 소비자심리지수에 1개월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은 쪽은 전했다. 

출처=Kaboompics/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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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행연구들을 보면, 같은 단어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감성 분석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주가 상승은 긍정적으로 읽히지만 환율·유가의 상승은 그렇지 않다. 한 기사 안에서 상반된 입장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한은 관계자는 “어휘는 미묘할 수 있어 문장 단위로 감성을 판단하고,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으면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기사들이 호황보다 불황에 주목하기 때문에 뉴스지수가 경기 하강을 잘 예측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긍희 방송통신대 교수(정보통계학과)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뉴스경기지수’는 경기선행지수보다 경기 수축국면 전환 시기를 잘 맞췄다. 문제는 위기론이 ‘자기실현적 기대’를 통해 실제 경제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 병폐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긍희 교수는 “경제위기 기사→경제주체 심리 악화→환율·주가 급변→소비·투자 악화라는 연결고리가 확인된다“고 짚었다. 

 경제이슈를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언론의 태도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노무현 정부의 경우 경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도 언론 논조가 부정적으로 편향돼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보도에도 이런 성향은 드러난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하자 다수 매체는 ‘일본식 장기불황 위기감’, ‘성장 꺾이고 디플레 우려’ 등의 제목으로 비관적 심리를 전달했다. 반면 앞서 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내렸던 2016년 6월엔 ‘이주열의 승부수, 연착륙 선제 대응’, ‘경기부양 지원사격’ 등으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완수 교수는 “미국은 소비자심리를 조사할 때 미디어 이용 여부에 따라 표본집단을 나눠 분석하는데 국내 소비자동향조사에는 이런 항목이 없다”며 “뉴스와 심리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언론의 위기담론은 경제권력에 의해 생산된다”며 “뉴스심리지수가 다시 뉴스가 되는 자기복제가 일어나면 경제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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