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상장 벤처 복수의결권 도입해 ‘유니콘’ 키운다
1주에 최대 10개 복수의결권 허용
편법 경영권 승계, 주주이익 침해 고려
발행요건과 절차, 투명성 강화
“향후 완화될 가능성 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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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한겨레 기자
박수지 한겨레 기자 2020년 10월18일 13:05
유니콘. 출처=James Lee/unsplash
유니콘. 출처=James Lee/unsplash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 벤처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창업주의 경영권 희석에 대한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다. 다만 창업주의 편법 경영권 승계 등 악용될 우려를 고려해 발행요건과 절차 등을 강화키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제1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은 1주에 1개’가 원칙이다. 이 원칙에 특례를 부여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는 똑같은 1주를 갖고 있더라도 의결권을 10개까지 부여한다는 뜻이다.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해 흔히 ‘차등의결권’이라는 용어로 논의됐지만,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의 예외인 경우를 모두 가리키고, 복수의결권은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지칭해 차등의결권보다 좁은 개념이다. 중기부는 의미를 명확히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스타트업이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을 때마다 지분이 희석돼, 기업 성장과 별개로 경영권을 고려해 투자 규모도 줄여야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창업과 벤처투자가 활발한 국가에서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도 유니콘 기업 양산을 위해 서둘러 복수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복수의결권으로 창업주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거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중기부는 복수의결권 발행 절차와 요건 등을 강화하면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창업주에게만 주식을 발행하는 것으로 허용하되, 발행요건을 대규모 투자유치로 창업주의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경우로 제한했다. 

공동창업일 경우, 현재 이사로 재직중인 창업주들의 지분을 합산해 50% 이상 최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각각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주식을 발행할 때 발행주식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복수의결권이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의 악용되지 않도록 상속·양도나 이사 사임 때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해당 주식으로 영구적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의 존속기간도 최장 10년 한도로 제한된다. 상장 후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상장 이후 지분이 분산될 때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발행요건, 보유주주, 존속기간 등을 중기부에 3개월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기업은 주주가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발행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관을 공시해야 한다. 

중기부는 복수의결권주식 현황을 투자자 등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발행기업의 명단과 보통주 전환 등 변경사항을 관보에 고시하기로 했다. 보고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기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이달 입법예고한 뒤, 12월 국회에 제출해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안착하면 향후 완화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벤처 성장에 복수의결권이 필요요건은 아닌데, 벤처가 성장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외국 자본 인수 등을 거론하며 또다시 복수의결권 없애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일단 허용하기 시작하면 추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수지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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