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와 달리 미 법무부가 '암호화폐'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익명성
[한서희의 로우킥] 미국 법무부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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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2020년 10월21일 18:36
출처=미국 법무부 유튜브 캡처
출처=미국 법무부 유튜브 캡처

최근 미국 법무부 장관 산하의 ‘사이버 디지털 태스크포스’에서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범죄 규제 방법에 대한 연구보고서다.

법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가상통화의 한가지 유형으로서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세이셸에 설립된 비트멕스(Bitmex) 거래소를 자금세탁방지 혐의로 고발하면서 사용한 용어와 다르다.

CFTC는 명시적으로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혁신적 금융상품으로의 발전 전제로서, 디지털자산의 투명화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마찬가지이다. SEC 역시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SEC나 CFTC의 접근과 달리 법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암호화의 속성 중 하나인 익명성에 주목했다. 이 보고서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부정적이라는 건 아니다. 

비트코인 등 우리가 지금 말하는 가상자산, 디지털자산의 속성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암호화폐라는 용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그 속성 때문에 이런 용어를 쓴 것 같지는 않다. 규제 당국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용어 선택일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무부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한다. 

  • 이민법 관리
  • 연방 범죄와 관련된 법률 집행
  • 마약과 약물에 관련된 법률 집행
  • 연방 교도소와 연방 형벌 기관 감독
  • 여러 개 주에 걸쳐 활동하는 불법 마약거래 조직 추적 및 지역 경찰과의 공조
  • 가석방, 사면, 청원조사, 기타 연방법과 관련된 행정 및 백악관에 보고

따라서 이 보고서는 효과적인 규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사전적 연구 보고서라는 전제에서 접근해야 타당할 것이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 출처=미국 법무부 제공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 출처=미국 법무부 제공

 

암호화폐는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지적하는 건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범죄의 효율적인 억지라는 관점에서는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가 많다. 현재 디지털자산 중에서 익명성이 보장된 암호화폐는 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부분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범죄를 억지하기 위해서, 암호화폐 정책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모두 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실현되길 기대한다는 것에 가깝다.)

이 보고서는 불법 사용과 관련해 암호화폐가 악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범죄자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1)다크웹에서 마약이나 무기를 사고 팔거나,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서버를 임대하거나, 테러리스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모집하는 등 범죄의 수수료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하고, 

(2)자금세탁을 하거나 다른 테러 행위를 보조하거나, 

(3)해킹을 통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훔치거나, 자신도 모르게 투자자를 사취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약속을 이용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된 건 우리나라의 ‘N번방’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박사방은 영상시청(채팅방 입장) 대가로 비트코인, 모네로 등 암호화폐를 받았다. 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결국 현실세계로 들어오는 관문인 거래소에서의 실명확인을 통해서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거래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인해 더욱더 강화된 본인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당장 범죄행위에 이용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누가 사용했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이런 점을 이용해서 범죄자를 추적할 수 있다.(하지만 해외 거래소로 도망가버리면 실명확인이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아래의 국제적 공조를 통한 검거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출처=김혜윤/한겨레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출처=김혜윤/한겨레

 

국가간 거래소 정보 공유가 필요해

사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암호화폐 그 자체와 관련된 범죄다. 

즉, 해킹을 통해서 개인지갑이나 거래소에 있는 암호화폐를 탈취해가는 행위, 보이스 피싱이나 파밍 등을 통해서 암호화폐를 전송받은 뒤에 잠적하는 행위를 추적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한다. 

직접 암호화폐 관련 범죄에 대해서 고소를 해보고, 수사에 협조해 본 경험에 따르면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암호화폐가 범죄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범죄자가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요소를 전부 없애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제3국을 근거지로 한 거래소들에서 범죄자금의 환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탈취된 암호화폐가 특정 지갑에 들어간 후 다시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사정을 확인하더라도, 그런 범죄자를 수사기관을 통해 색출하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러자면 해당 국가의 수사기관을 통해서 고소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그러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나 노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국가간 수사 공조가 활발하다면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간 사이버범죄방지협약이 체결된다면 이에 수반하여 반드시 암호화폐거래소에서의 거래계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해킹된 이더리움이 대량으로 탈취된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해킹된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경우에는 사실 국제법적 협력 근거만 있으면 거래소로부터 좀 더 용이하게 신원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절차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믹서. 출처=Ivan Samkov/Pexels
믹서. 출처=Ivan Samkov/Pexels

 

믹싱 서비스는 통제 하에 이용돼야

한편 이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 핀센(FinCEN)은 법무부와 다른 법 집행 기관과의 관계에서, 범죄 예방(자금세탁과 테러활동을 방지하는 준법 요건을 통한 범죄 예방)과 수사 지원(범죄 조사에 대한 도움 제공)의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핀센은 외국 기업 간에 금융정보 정보를 공유하고 수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중요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독립적인 자금세탁방지 기구가 존재하거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기능이 강화돼 미국의 핀센과 같이 외국 거래소로부터 거래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효율적인 범죄 예방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 제24면 참고)

다음으로 암호화폐 수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거의 인정과 관련된 수사기관의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 블록체인 상의 기록을 제출하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독할 능력이 필요한데 직접 수사대응을 해본 경험에 따르면, 아직까지 수사기관의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 블록체인상의 기록을 통해 암호화폐 이전 여부가 확인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리포트가 지적하듯이 믹싱 서비스 등의 발전으로 암호화폐의 오명이 높아지고 있다. 믹싱 서비스 사용이 물론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믹싱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연 믹싱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이 맞는지, 이런 서비스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면 강력한 통제 하에서 이용돼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견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블록체인의 익명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생각한다. 좋게 쓰면 이로우나 나쁘게 쓰면 해롭다. 이런 원리는 대상과 주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결론: 미국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의 내용에 일견 동의한다. 이번 보고서가 암호화폐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단지 현실세계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유의 및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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