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센터장.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센터장.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KB국민은행이 올해 안에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만 사업 중인 시장에, 국내 제도권 금융기관이 나서는 건 처음이다. 

조진석 KB국민은행 IT기술센터장은 18일 서울 상암동 JTBC홀에서 열린 디파인(D.FINE)2020에서 "(국민은행이 준비하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올해 안에 가능할 것 같다"면서 "은행으로는 하기 어려워서 다른 모습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디지털자산에 대해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실명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던 은행들도 추가적인 사업 확장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다양한 자금세탁방지 모델이 작동하는 법정화폐 기반 금융과는 달리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은 운영상 위험요소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었다.

변화는 해외에서 먼저 일어났다. 조 센터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10월까지 제도권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올해 5월 JP모건이 주요 은행 최초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 개설을 허용했고, 7월 미국 금융감독청(OCC)은 은행이 가상자산 수탁업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했으며, 10월에는 글로벌 규모의 결제기업인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매매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은 "더이상 제도권 금융에서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투기성 자산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하나의 별도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나스닥 기업의 20%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고 국내 금융기관들도 여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연구단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토큰 발행 및 예탁, 암호화폐 담보 원화 대출, 수탁, 장외거래(OT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런 것들은 저희가 처음 제안하는 게 아니라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하고 있는 영역들"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급 성장한 탈중앙지향금융(디파이, DeFi) 역시 전통금융사들과 궁합이 잘 맞는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금융 관점에서 보면 디파이는 분산화된 자산유동화 플랫폼"이라며 "이를 이용하면 주식, 달러 등 전통 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기존에 유동화하지 못했던 가상자산이나 게임 아이템 같은 자산들도 유동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개인적으로는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자산들이 앞으로는 디지털화, 유동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통 금융시장 못지 않게 커질 수 있는 시장인데 여전히 국내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인식이 많다.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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