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라, 백서엔 없는 1조5천억원 '프리마이닝'
테라 기축통화 '테라SDR' 10억개 사전발행
백서엔 기재 안해… 일부 기관투자자 "알고 있었다"
테라 "채팅방에서 수차례 설명… 문제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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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11월19일 19:23
테라는 미디엄 공지를 통해 지난 4월 테라폼랩스 2주년, 메인넷 출시 1주년을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테라는 미디엄 공지를 통해 지난 4월 테라폼랩스 2주년, 메인넷 출시 1주년을 자축하는 글을 올렸다.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인 테라가 메인넷을 가동하면서 생태계 내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테라SDR(SDT) 코인을 1조5600억원 어치 사전발행(premine)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라는 이 사전발행 물량을 백서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수의 기관투자자들에게는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테라는 "사전발행이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며 소각 등의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테라는 2019년 4월 테라 블록체인의 첫번째 블록인 '제네시스 블록'을 만들면서 플랫폼 운영을 맡는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PTE.LTD) 재단 앞으로 10억개의 SDT 코인을 발행했다.

SDT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가격이 연동된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19일 현재 1SDR은 약 1.4달러이며, 1SDT도 이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실질적인 가치는 어떤 집단의 선언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통상 현재 업계에 존재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통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코인 가치에 해당하는 다른 자산을 지급준비를 위해 보유(예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환금성이 있는 자산을 보유한 만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서 코인 가치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테라는 이들과는 달리 초반부터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을 주창했다.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테라의 유통 수량을 조절해서 테라 가격이 1SDR을 벗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테라 유통량 조절은 루나(Luna)라는,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만든 토큰을 이용한다.

시장에서 SDT 가격이 내려가면, 테라 이용자는 테라 시스템에 SDT를 보내고 1SDR 만큼의 루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시장의 SDT 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회복된다.

반대로 SDT 가격이 1SDR 이상일 때, 이용자는 테라 시스템에 1SDR만큼의 루나를 보내고 SDT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엔 시장의 SDT 수량이 늘어나면서, 올라간 SDT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원리다. 

테라 생태계의 기축통화인 테라와 거버넌스 토큰 루나. 출처=테라
테라 생태계의 기축통화인 테라와 거버넌스 토큰 루나. 출처=테라

[쟁점①] 투자자 "테라는 사실상 재단 소유"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만난 복수의 테라 이용자들은 대부분 10억개의 SDT 코인이 재단 앞으로 사전발행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황당해하는 지점은 테라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라는 것이다.

테라 투자자 A씨는 "10억개의 SDT가 그냥 남아있다면 사실상 테라 플랫폼은 재단 소유나 마찬가지"라며 "이걸 퍼블릭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SDT는 테라 생태계의 기축통화이고 거버넌스 토큰 역할을 하는 루나와 교환(swap)이 가능해요. 테라는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의 블록체인이라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네트워크에 루나를 스테이킹한 지분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SDT 10억개가 재단 소유면 재단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죠."(테라 투자자 A씨)

테라 플랫폼에 공급되어 있는 코인 총 공급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스테이크아이디를 보면, 19일 현재 SDT 총 공급량은 약 9억2250만개다. 사실상 테라 기축통화 전체를 재단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셈이다. A씨는 "가지고 있는 루나는 다 처분했다"며 "사전에 알았다면 당연히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 측은 이런 시각이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권도형 테라 공동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저희(재단)이 루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재단이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사전발행 물량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피머니같은 (사기업의 결제용) 포인트들도 해당 기업의 서버에서 발행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해피머니가 회사 이득을 위해 시장에 이걸 팔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도형 테라 공동대표.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권도형 테라 공동대표.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쟁점②] 테라 "사전발행 숨긴 적 없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가 10억 SDT 사전발행을 숨긴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메사리(messari) 등 암호화폐 공시 사이트에 직접 관련 내용을 올린 적은 없지만 테라가 운영하는 채팅방 등에서 여러차례 해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테라 재단이 운영하는 디스코드 채팅방 등에서 10회 정도 이 얘기가 나온 적이 있고, 그때마다 사전발행 물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사전발행된 SDT는 재단이 관리하며 테라 생태계 내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수수료나 코인 발행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된다.

지금은 사전발행 물량으로 이러한 비용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추후 비슷한 성격의 비용이 더 필요할 경우에는 추가 발행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테라 사용자들이 테라스테이션과 테라파인더를 많이 사용합니다. 테라스테이션 첫 화면에서 발행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도 나오고 기관투자자들에게도 공유했던 내용입니다. 해당 코인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론칭 이후 여러차례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권도형 테라 공동대표)

테라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엔젤투자자로 참여했던 액셀러레이터 기업 해시드(Hashed) 관계자는 "권 공동대표의 말이 맞다"고 했다. 메인넷 가동 전에 해당 사전발행 물량에 대한 언급을 미리 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 과정에서 시장에만 맡겨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서로의 공감대가 있었고 계획에 대한 공유도 받았다. 해시드도 사전발행 물량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단 10억개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투자금을 입금한 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라는 일반 투자자들의 주요 참고자료가 되는 공식 백서에는 사전발행 물량에 대해 적시하지 않았다. 이 이유에 대해 권 공동대표는 "테라 백서는 투자자 참고자료 형식이라기 보다는 좀 더 학구적인 성향이 짙은 내용"이라며 "지금까지의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가 대략 어떤 형태이고, 테라는 이런 매커니즘을 이용해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SDT가 10억개 사전발행된다는 것은 백서에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희는 그 부분이 백서에 들어갈 만큼 본질적인(essential)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고 답했다.

 

[쟁점③] 차이 사용자의 원화 입금액은?

19일 현재 테라 플랫폼에 올라가 있는 자산 총공급(Total Supply)을 보면, 원화가 약 1223억원, 루나 9억9663만개, SDT가 9억2168만개, 1110만달러(124억원), 5억4692만투그릭(Tg) 등이다. 투그릭은 몽골 화폐로, 546만 투그릭은 한화 2억1천만원 정도다.

테라의 대규모 SDT 사전발행이 확인되면서, 같은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테라KRW에 대한 주목도도 더욱 올라가는 모양새다. 테라는 원래 IMF SDR 가격에 연동되는 SDT를 기축통화로 삼는 플랫폼이었지만 지금 플랫폼에 올라있는 SDT는 거의 전액이 사전발행 물량인데다, 실제 결제로 사용되는 유통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테라를 사용한 대부분의 거래는 테라KRW(KRT)로 이뤄진다. 테라와 관련이 있는 간편결제서비스 차이(Chai) 때문이다. 

차이는 높은 할인율로 국내 사용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원화 기반의 선불지급수단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원화 계좌에서 차이로 돈을 이체하면, 차이머니가 충전되고 스마트폰 앱과 직불카드(차이카드)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충전 과정의 뒤편에는 사용자는 인식하지 못하는 추가적인 거래가 있다. 우선 차이는 사용자의 은행계좌에서 가져간 원화로 테라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인 KRT를 사 온다.

그러면 테라는 플랫폼에 있던 SDT를 소각하고, 그만큼 KRT를 발행해 차이에 넘긴다. 차이는 차이머니를 KRT로 보유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상점 등에서 결제를 하면 이걸 다시 원화로 바꿔서 상점에 지급한다. 

소비자가 차이로 물건을 사면 벌어지는 일. 은행 계좌에 있는 원화가 일단 테라KRT로 바뀌었다가, 정산 과정에서 다시 원화로 바뀌어서 지급된다. 정산을 테라KRT로 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소비자가 차이로 물건을 사면 벌어지는 일. 은행 계좌에 있는 원화가 일단 테라KRT로 바뀌었다가, 정산 과정에서 다시 원화로 바뀌어서 지급된다. 정산을 테라KRT로 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어차피 고객이 결제할 때는 원화로 다시 바꿔야 하는데 차이는 왜 중간에 고객 돈으로 KRT를 구매할까.

언뜻 보면 무의미해보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테라는 KRT의 실수요를 얻게 된다. 그리고 차이 고객이 차이머니로 충전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잔액이 테라 플랫폼 위에 묶이게 된다. 앞서 설명했던, 테라 자산 총공급에 있는 원화 1223억원이 그런 성격의 돈이다. (이 원리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 바란다)

차이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테라와 연결돼 있다. 만약 테라 플랫폼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경우, 엉뚱하게도 차이 고객이 차이머니로 바꾼 원화를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18일 기준 차이의 일 결제액은 약 45억원, 총 사용자는 209만명이 넘는다.

권 공동대표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는 "차이가 원화를 주고 KRT를 사는 것은 단순한 매매계약이 아니다"라며 "원할 때 원화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와 테라는) 회사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계약관계가 있고 얽힌 인물들이 같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테라를 설립한 신현성 공동대표와 권도형 공동대표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차이코퍼레이션에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나란히 올리고 있다. 신현성 공동대표는 현재 국내에 있는 차이코퍼레이션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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