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고에서 크립토퀀트는 올해 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고가 나갔던 지난 12일 1만83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주중 2만달러선을 압도적으로 돌파하며 19일 현재는 일주일 전에 비해 약 25% 상승한 2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2월 초 전고점을 간신히 뚫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은 한층 더 기세등등해졌다. 이제부터는 미지의 영역이다. 앞으로의 가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얘기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 분석의 기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동안에는 대형 비트코인 채굴자들이나 암호화폐를 오래전부터 투자해 온 오래된 고래(Original Gangster, OG)들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큰 고래들의 움직임을 살펴야 할 시기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비트코인에 돈을 넣기 시작한 전통 금융권의 기관투자자들 얘기다. 이들이 최근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비트코인을 계속 매수한다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온체인 상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볼 수 있는 데이터는 2가지 뿐이다.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이 공시한 비트코인 매수량 집계를 확인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장외(OTC) 거래로 추정되는 온체인 지표들을 추려보는 보는 방법 정도다. OTC 거래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대형 기관 투자자가 매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승 시그널로 간주된다.

기관들이 매수한 비트코인 수량 현황은 비트코인트래슈리즈(bitcointreasuries)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매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매주 수 천개의 비트코인이 기관 매수 물량 목록에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비트코인트레슈리즈 화면 갈무리. 출처=비트코인트래슈리즈
비트코인트레슈리즈 화면 갈무리. 출처=비트코인트래슈리즈

사실 기관 투자자들의 OTC 거래량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온체인 지표의 맥락적 분석을 통해 OTC 거래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앞으로 소개할 3가지 온체인 지표들에 따르면 기관들의 OTC 매수세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코인베이스 비트코인 출금량


현존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중 비트코인 보유량이 가장 많은 코인베이스는 OTC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코인베이스가 한 블록에서 대략 6000 비트코인 이상을 출금할 때가 있는데, 대개 그들의 새로운 콜드 월렛으로 이동하는 물량이다. 이 콜드 월렛에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정책에 따라 6000~8000 개의 비트코인이 보관되며, 커스터디 고객이 발생할때마다 여러 지갑으로 쪼개져 고객별로 관리된다. 

크립토퀀트는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을 대량 출금하여 새로운 콜드월렛으로 보냈다면 OTC 거래를 위해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지갑의 보유분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고 있다. 물론 출금된 비트코인이 어디로 들어가는지까지 확인해야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있다. 코인베이스 대량 자금 이동이 항상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지갑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고객들의 입출금을 담당하는 핫월렛으로 이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인베이스 프로 거래소 출금량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코인베이스 프로 거래소 출금량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기관들이 가장 애호하는 비트코인 간접 투자상품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는 제네시스 트레이딩이라는 회사를 통해서 비트코인을 구매한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코인베이스 OTC 데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비트코인에 약 7억4426만달러를 투자했다고 공개한 영국의 자산 운용사 러퍼 인베스트먼트(Ruffer Investment) 또한 코인베이스의 OTC 데스크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코인베이스 OTC 데스크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와 지갑 관리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암호화폐 거래소 자금 흐름 비율


크립토퀀트 차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모든 거래소의 자금 흐름 비율 (Fund Flow Ratio for All Exchanges)' 차트다. 이 지표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에서의 거래소 입출금량이 전체 네트워크 자금 이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값이 상승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대부분 거래소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 값이 하락하면 거래소 지갑 밖에서 대규모 온체인 거래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OTC 거래량이 없고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일 때 이 수치는 10%에서 14%를 상회하기도 한다. OTC 거래량이 많을 때에는 보통 1%에서 7% 사이의 수치를 보이는데, 현재는 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하루에 이동하는 물량이 260만개(한화 약 62조원) 정도 되는데 그중 95%가 거래소 밖에서 이루어진 거래라는 얘기다. 

최근 모든 거래소의 자금 흐름 비율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모든 거래소의 자금 흐름 비율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이 지표가 지난 2019년 2월에 5% 수준으로 단기 저점을 찍었던 적이 있다. 바이낸스, 비트렉스 등 글로벌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일제히 OTC 데스크를 출범시켰던 때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 토큰 이동량


'비트코인 토큰 이동량'도 함께 확인해야 할 지표다. 이 지표는 말 그대로 네트워크 전체에서 비트코인이 이동한 총량을 말한다. 토큰 이동량이 상승하는데 거래소의 자금 흐름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OTC 거래량이 상승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크립토퀀트는 이런 온체인 독법들을 이용해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 진입이 가시화 되기 전인 9월부터 거래소 바깥에서 대규모 OTC 거래가 일어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마이크로스트레지, 그레이스케일, 러퍼, 원리버 등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했음을 공시했다. 

비트코인 토큰 이동량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비트코인 토큰 이동량 차트. 출처=크립토퀀트

현재 비트코인은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와 전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가격 탐색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고에서 소개한 데이터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 여부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크립토퀀트의 고래/채굴자 지표를 이용해서 조정 시점과 상승장이 끝나는 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기관투자자들의 OTC거래 추정 지표들이 상승장을 가리키고 있는 상태다. 진정한 고래인 기관투자자들이 계속 장외에서 매수를 하는 한, 장기적으로 상승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통적인 고래들과 채굴자 지표는 매도세로 돌아선 상태라는 점이다. 이들에 의한 간헐적인 하락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크립토퀀트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거래소 유입 평균량(All Exchanges Inflow Mean)채굴자 포지션 지수(MPI)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에 고래들이 많아 조정의 시간이 짧고 폭이 큰 편이므로, 큰 조정이 오기 전에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거래를 삼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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