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차상진 변호사는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다.

2008년 9월15일 자정을 막 넘어선 무렵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날 뉴욕 다우지수는 504.48포인트(4.42%) 주저 앉았으며 기존 금융시스템은 신뢰를 잃었다. 

그리고 약 1달 뒤인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기존 법화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모델을 선보였고 이후 가상자산산업은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한편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규제 공백을 이용하여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뒤따라 피해예방 및 구제,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기법이나 대응방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상자산 범죄 유형

가상자산 범죄는 "마약 또는 음란동영상 거래, 자금세탁 등 다른 범죄행위를 위하여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유형"과 "가상자산의 발행 또는 거래 자체가 범죄를 구성하게 되는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 유형의 경우, 가상자산은 주로 범죄행위와 관련된 경제적 가치의 이전을 위하여 사용되므로 가상자산사업자가 스스로 범죄행위를 하려고 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유형은 성실하게 사업을 운영하려는 기업으로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두번째 유형의 경우에는 기업이 적법하게 사업을 운영하려고 하여도 기준이 될 만한 규범이 없다 보니, 어떠한 행위를 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이며, 어떠한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동안 가상자산 형사사례 중 두번째 유형은 주로 사기 또는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이 쟁점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가상자산을 발행하며 백서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 "가상자산취득은 투자이므로 손실발생 가능성이 있다", "사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가상자산을 판매하면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손실가능성을 언급했다 할지라도 "설명한 사업의 구조상 절대로 손실이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설명하면 손실가능성의 언급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반드시 원금 및 이익을 약정했다고 판단되어 처벌될 수 있다.

또한 "백서 내용의 부실함" 또는 "프로젝트 팀의 현실적인 사업수행능력 부존재"를 근거로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의사도 없이 자금을 조달"했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자의 환급 요청에 응하여 환급을 하여 준 것에 대하여도, 별다른 손익거래에 의한 이익 없이 다른 투자자에게 가상자산을 발행 내지 판매하여 취득한 자금으로 지급할 경우 "돌려막기"로 판단될 수 있다.

 

백서와 사업 가능성

가상자산사업 형사사건을 진행하며 알게 된 최근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질적인 사업의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각 수사 담당자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나 생각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실질적인 사업의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질문한다. 

특히 애초에 설명한 내용 자체가 "사업자 본인은 성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라도 "객관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판단할 경우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 

둘째, 백서와 사업 진행상황 기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백서는 투자자에게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적 비전을 제시하고, 법적책임이 없음을 투자자에게 안내함으로써 사업팀의 법적책임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사업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백서에 기재된 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판단하기도 하므로 백서의 작성이 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실질적인 사업의사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되었는지는 사업추진을 위한 여러 노력이 기록된 이메일, 회의자료, 기획안, 검토자료, 필요시에는 외부 전문가의 검토자료와 연구기관의 리포트를 첨부자료로 마련해 둠으로써 사업이 얼마나 진지한 고민과 노력으로 진행되었는지 증명할 수도 있다.

물론 "실질적인 사업의 가능성"을 가상자산 산업계의 전문가가 아닌 수사기관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꼭 수사기관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백서부터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후의 경영 관리 및 효율적인 사업기획을 위해서도 위와 같은 자료들을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당연히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며, 혹시나 외부적으로 형사적 이슈가 발생할지라도 최소한 "실질적인 사업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충분히 증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