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1년… 부자를 구원한 금융자본주의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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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1년 3월2일 17:20
금융과 현실 간 간극이 점차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돈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출처=Chris Li/Unsplash
금융과 현실 간 간극이 점차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돈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출처=Chris Li/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은 오랜만에 겪어보는 깊은 하락장이었다. 비트코인이 25% 하락할 정도로 강한 매도세가 나왔다. 최근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들 중에선 투자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를 해왔던 이들에게선 이렇다 할 공포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공개(ICO) 열풍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바로 이듬해인 2018년 부터 1년 여 동안 비트코인(BTC)이더(ETH)를 비롯한 수많은 토큰이 최악의 시간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 그때와 비슷한 일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격 폭락을 장기 하락장의 시작보다는 가격 조정 내지는 잠시 쉬어가는 상승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왜 이런 생각들이 나올까. 이게 이번 주 칼럼의 주제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암호화폐가 새로운 대안으로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과 실물경제의 격차는 금융 시스템이 실패했단 방증

다음은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 관련 지표들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 254만 명

■ 코로나로 사라진 세계 총 노동시간: 정규직 일자리 2억5500만개 상당(국제노동기구, ILO)

■ 세계 경제 성장률: -4.3%(세계은행, World Bank 추정)

■ 연방준비제도(연준) 긴급부양자금: 3조4000억달러

■ S&P 500 총 시가총액: 6조8000억달러 증가

■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수익률: 21%

■ 미국 주택가격: 10.4% 상승(케이스-쉴러, Case-Shiller지수)

■ 비트코인 가격 상승: 60%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2월 6일.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나는 사이 미국에서만 누적 사망자 수가 50만명을 넘었다. 이 질병은 미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위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엔 믿을 수 없이 큰 격차가 존재한다. 보건과 경제 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렸던 실물경제는 그간 막대한 타격을 입은 반면, 실제 금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엄청난 이익을 봤다.

이 지면을 통해 뻔하디 뻔한 불공평함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미국을 비롯한 서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의 실패에 관해 말하려는 것이다.

이 실패야말로 지금 우리가 돈과 관련해 중대한 변화기를 맞고 있는 이유이자, 이번 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이 기술에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쏠리게 될 이유인 것이다.

 

효율시장이란?

우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이 자본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분한다고 배웠다. 정부는 시장 효율성을 증대시킬 목적으로만 시장에 개입할 수 있으며, 특별한 이해관계의 특권 없이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했다.

정부의 개입 원칙은 규제가 경쟁에 불필요한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되며, 반독점과 관련된 일부 경우엔 독점기업들이 그런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장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시스템적으로 일부 기업들에게만 유리하게 편향되지 않도록 규제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이른바 ‘효율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근거한 것으로, 이 가설에서는 시장이 가용한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서 가격을 전 세계 상황을 반영해 신속하게 책정하고, 자본 배분을 위한 귀중한 신호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정보 왜곡이 없는 상태에서 자산 가격은 긍정적 뉴스가 나오면 오르고, 부정적 뉴스엔 떨어지게 된다. 하나의 정보에 대해 쏟아진 다양한 반응들이 합의를 이뤄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최선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장실패

이 효율시장가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에 금융 정보와 가격 사이의 모순 관계를 보고 또 한번 가설이 틀린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야 할 주식 가격이 무섭게 급등하며 연일 신고점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시장에서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원인이 있었다. 바로 ‘대규모 통화확대’란 강력한 정보 변수가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 실시 발표 이후 주식을 비롯한 여러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는데,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여러 종류의 부채 금리를 거의 0에 가깝게 떨어뜨렸다. 따라서 기업들의 미래 명목수익률이 급감하더라도 채권 수익률보단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연준에서 이른바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통화 확대 프로그램의 종료일을 못박지 않음으로써 공급량이 제한된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를 물리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시중에 새롭게 풀린 돈은 공급이 늘지 않는 가치 저장수단으로 향했다. 유동성을 이유로 주식이 각광을 받았으며, 부동산이나 예술품, 그리고 최근엔 희소 가치가 있는 디지털 아트까지 유동성은 주식보다 떨어지지만 공급량은 훨씬 적은 여러 자산으로 돈이 몰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폐를 무제한으로 빠르게 찍어내는 통화 확대 정책은 각기 다른 형태의 비금융 정보들을 모조리 잠식했다.

투자자들의 안목은 날이 갈수록 떨어졌으며, 각 자산은 다른 자산과의 차별성을 잃고 획일화돼 갔다. 레딧(Reddit)의 개미 군단이 힘을 모아 경영난에 허덕이던 게임스톱(GameStop) 같은 이른바 ‘밈(meme) 주식’의 가격을 치솟게 만드는 등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요소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늘어났다.

때문에 제로금리 시대를 살게 될 젊은 투자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Avid Commentator 트윗: 형편이 좋지 않아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이 재무상 신중하게, 충분히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라고 하는 것이 아닌, 미래에 벌게 될 자본을 담보로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으라고 한단다. 그렇게 되면 본인이 이겼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엄청난 리스크를 지는 행위이다.

Sitiveni 트윗: 제게 경제학 수업을 듣는 어린 친구들 중 다수가 자산에 올인하는 것만이 남들보다 더 잘 살 수 있고,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들에게 주었던 삶을 똑같이 본인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잃을 게 뭐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이는 곧 우리가 운용하고 있던 금융자본주의가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가진 시스템 속에서 대안이 되는 투자상품들을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자본배분이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진리

물론 중앙은행에서는 자신들의 정책이 경기침체 국면을 안정화시키고 경제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는 이유로 가격 데이터가 경제적 기대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하지만 대부분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 정보와 현실간의 괴리(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는 우리에게 간단하지만 냉혹한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중앙은행에서 단행한 정책들이 실은 자산을 보유한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정책이었을 뿐, 대다수 국민을 위한 정책은 아니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 같은 주장을 더 잘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바로 지난 3월말부터 급등세를 보인 비트코인 가격이다.

비트코인은 수익형 자산이 아니다. 법정 화폐가 아닌 곳에 투자하기 위해 코인을 사는 것이다. 보다 나은 결제 플랫폼이나 탈중앙화금융(DeFi) 솔루션이 등장하지 않는 한, 적어도 한동안은 그게 비트코인 투자의 주요 목적일 것이다.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경제 회복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상황에 베팅하는 것일 테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정책 입안가들에게 대중이 금융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 신호가 된다. 이번에야말로 정책 입안가들은 이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자리걸음하는 고용 증가세 vs 고공행진하는 증시

이 같은 정보의 괴리를 설명해줄 지표로, 월가에서 월간 경제지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를 한 번 살펴보겠다.

총 고용자 수 측면에서 볼 때 미국 노동시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충격 시점을 기준으로 여전히 한참이나 회복이 안 된 상태다. 하지만 S&P 500지수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S&P 지수와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미국 노동통계국
S&P 지수와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 출처=세인트루이스 연준, 미국 노동통계국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첫 3개월 간은 소폭 상승한 총 고용자수와 증시의 움직임이 궤를 같이 했으나, 그 후 고용 증가세는 계속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잃어버린 1000만개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증시는 마치 날개를 단 듯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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