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주다. 지난 22일 5만8000달러선을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 만에 25% 하락해 4만500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1일 새벽에는 4만3000달러를 찍고, 반등해 1일 오후 6시 현재는 4만6000달러대를 횡보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4만3000달러로 하락하기 전인 25일과 26일, 4만8000달러 부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총 2만5000개의 비트코인(한화 약 1조4000억원)이 코인베이스 거래소에서 장외 거래(OTC)를 위해 커스터디 지갑으로 이동됐다. OTC 거래로 추정되는 코인베이스 발 대량 비트코인 출금은 큰 폭의 상승을 예견하는 강력한 매수 시그널이다. 조만간 테슬라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상장 기업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뉴스 지면을 장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1개월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출금 추이. 한국 시간으로 2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도합 2만5000개의 비트코인이 출금됐다.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1개월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출금 추이. 한국 시간으로 2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도합 2만5000개의 비트코인이 출금됐다. 출처=크립토퀀트

이렇게 강력한 기관 매수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곧바로 상승하지 못하고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거시(Macro) 시장에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증가하면서 주식을 비롯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투자금들이 빠져나갔다고 보고 있다.

거시적인 변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코인 시장에서 거시적인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투자자들은 보통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고 이들은 코인베이스에서 많이 활동한다. 그래서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거시 변수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한다. 

지난 1주일 내내 가격이 하락하거나 횡보할 때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대체로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앞장서서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4만3000달러에서 바닥을 다진 후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1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일주일간 코인베이스 비트코인 프리미엄 인덱스 추이. 가격이 하락할 때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일주일간 코인베이스 비트코인 프리미엄 인덱스 추이. 가격이 하락할 때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크립토퀀트

이번 하락에는 코인베이스 '고래'들 뿐만 아니라 채굴자들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고점 대비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 정도 떨어졌던 4만8000달러 부근에서 채굴자들의 다량 출금이 있었다. 채굴 풀을 운영하는 업체의 주소는 아니고, 과거 채굴 풀에 참여했던 고래투자자의 주소인 것으로 판단된다. 4시간 동안 9263개의 비트코인(한화 약 4980억원)이 해당 지갑에서 빠져나갔고, 그중 일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 들어갔다. 

최근 20일간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지갑 출금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20일간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지갑 출금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당분간 비트코인 향방은 거시적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 금리 등 거시 변수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박스권 안에서 등락하는 모습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확인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 지점은 두 곳이다. 코인베이스발 대량 비트코인 출금을 기준으로는 4만8000달러다. 10억달러 전환사채를 발행해 총 1만9000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매수 평균가는 5만2000달러 정도다. 이들은 이 가격 위로 비트코인이 올라가야 이익을 낼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기관들도 고점 매수를 할 정도로 거시 변수 악재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앞으로 거시 지표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등 명확한 수급 지표를 통해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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