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코인베이스 제공
출처=코인베이스 제공
토마스 메이어는 코브 마켓츠(Cove Markets)에서 마케팅 부서를 총괄하고 있다. 앞서 그는 피크6(Peak 6)와 스파이어 트레이딩(Spire Trading)에서 주식옵션 트레이더로 있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가치를 1천억달러로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의가 필요하다.

최초의 코인이 탄생한 지 11년이 넘은 지금, 암호화폐는 총 가치가 1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자산군으로 성장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스퀘어, 테슬라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 성장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세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미국의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직상장은 암호화폐의 혁신 정신이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월가의 전통과 충돌하는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코인베이스가 과연 실질적으로 1천억달러의 가치를 지니는지는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코인베이스의 가치 평가를 옹호하는 기사가 수 차례 보도됐지만, 미식축구 해설가 리 코르소가 했던 유명한 말처럼, “친구들이여, 너무 앞서가지 말자(Not so fast, my friends).”

 

주의가 필요한 이유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매우 성공적일 수 있고,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적을 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투자에 앞서, 코인베이스가 지니는 리스크에 대해 알아야 한다. 거래수수료에 집중된 수익 구조, 타 거래소 또는 투자 플랫폼의 강도 높은 경쟁, 그리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의 위협 등이 잠재적으로 코인베이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코인베이스가 제출한 S-1 서류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다소 우려스러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 플랫폼 거래 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7장, 리스크 요인)

■ 2020년 12월 31일로 끝난 한 해 동안 거래 수입이 순매출의 96% 이상을 차지했다. (92장, 사업모델)

지난달 비트코인(BTC)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본질적으로 가격변동성이 크고,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이론은 아니지만, 암호화폐 시세가 4년 주기로 움직인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암호화폐 가격이 한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다가, 약세장으로 돌아선 후, 저가 매수가 이뤄지는 시기가 지나면 시장이 회복되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주기를 이룬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본질적으로는 주기에 따라 움직이고, 어느 정도 성숙한 시장이 될 때까지는 그 주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다.

코인베이스는 2019년 매출 5억3370만달러에 순손실 3천4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약 130억달러의 매출과 3억223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예상됐던 바와 같이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코인베이스의 평가 가치 1천억달러를 2020년 매출로 나누면, 코인베이스의 평가 가치가 매출에 비해 76배 정도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나오는 내용이니, 기억해두자.)   

코인베이스가 공개한 바와 같이 매출의 96%가 거래 수수료에서 창출되는 것이 맞다면, 암호화폐 시세가 오르고 거래량이 급등하는 환경에서는 굉장히 높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초부터 매우 강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만큼,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상장을 위한 최적의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암호화폐 주기설이 말하는 것처럼, 빠르면 올해 여름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약세장 때의 상황을 되돌아본다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출처=코인데스크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출처=코인데스크

 

왕좌를 탐하는 자들 

현재 미국에서는 규제의 틀 안에서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는 업체 중 코인베이스에 대적할 만한 경쟁 상대가 없다. 따라서 당장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수중에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서라도 코인베이스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경쟁 상대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암호화폐 예금 서비스다.

제도권 금융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대체로 0%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암호화폐 계정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맡기면 5%, 스테이블코인은 8% 이상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블록파이(BlockFi), 셀시어스(Celsius), 보이저(Voyager)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아직은 코인베이스와 같은 대형 거래 플랫폼 수준의 폭넓은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지만, 장기투자 목적을 실현하기에는 충분하다. 지금부터 5년 동안 비트코인을 보유하면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도 챙기고, 매년 5%의 이자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아이디어에 대한 호응은 뜨겁다. 지난달 초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는 암호화폐를 맡기면 연이율 7.4%의 이자를 주는 제미니 언(Gemini Earn)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미니를 설립한 윙클보스 형제는 이미 수년간 암호화폐 혁신을 이끌어 온 인물들이다. 이들이 암호화폐 예금 서비스에 나섰다는 것은, 상당한 이윤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코인베이스도 이와 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 비슷한 서비스를 개시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디파이의 엄습

코인베이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규제를 받는 중앙화 거래소만이 아니다. 최근 전체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이 약 400억달러까지 상승한 디파이도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디파이 전체예치금은 그야말로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디파이 플랫폼 유니스왑(Uniswap)은 최근 누적 거래량 1천억달러를 달성했다. 물론 코인베이스의 누적 거래량은 4천500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아직도 한참 뒤처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코인베이스는 2012년에 설립된 반면 유니스왑은 한참 후인 2018년부터 운영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유니스왑 창립자 헤이든 아담스가 트위터에 올린 그래프를 보면, 유니스왑 거래량이 지난해 여름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헤이든 아담스 트윗: 유니스왑이 디파이 플랫폼 최초로 누적 거래량 1천억달러를 달성했다. 디파이가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한 날이다.

유니스왑 거버넌스 토큰인 UNI의 현 시가총액은 172억달러에 이른다. 유니스왑은 연간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니스왑의 평가 가치가 매출보다 14배 정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특정 기업의 수익에 대한 권리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에 대한 투표권을 주는 주식의 가치와 토큰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많은 정보가 확보되기까지는,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SushiSwap) 등의 디파이 플랫폼이 코인베이스와 같은 중앙화 플랫폼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란 주장은 그저 추측에 불과하다. 모두가 함께 공존할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은 유니스왑이 코인베이스 몫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가치 평가는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작업이다.

한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코인베이스는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로, 최근 강세장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는 전쟁터에 가깝고, 전투적인 속도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1천억달러라는 가치 평가에 걸맞은 기업의 모습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다소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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