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처=Sharon McCutcheon/Unsplash
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처=Sharon McCutcheon/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또 한 주가 지났고, 또 한 번의 NFT(대체불가능토큰) 열풍이 불었다. 이번엔 글로벌 경매회사 크리스티스(Christies)가 개최한 NFT 경매에서 디지털아트 작가 마이크 윈켈만(활동명: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이란 작품이 역대 디지털 작품 중 최고가인 6930만달러에 낙찰됐다.

'현재 NFT 열풍이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Gartner hype cycle)에서 정점이 아니냐’는 논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NFT 열풍은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보다 큰 문제인 ‘공급이 한정된 투자상품에 얼마나 많은 달러 유동성이 모일 것인가?’는 문제를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수장들이 이런 유동성 흐름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게 이번 주 칼럼의 주제다.

 

뉴 노멀

우리는 지금 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고 있다.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 확대 발표로 연준은 지금 무제한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싶어도 종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는 비트코인 입장에선 희소식이며, 실패의 길로 접어든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암호화폐 혁신가들이 꿈꾸는 대안이 더욱 필요해졌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중앙은행인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무능함이 드러나게 됐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후 연준에서 대규모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속에 지난달 말 미국 국채수익률은 급등했다.

그로 인해 달러의 가치는 올랐고 주식, 채권, 암호화폐 가격은 떨어졌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잡서밋(Job Summit)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상승 완화 조치에 대한 언급을 삼가므로 이런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고, 이 뉴스가 보도되자 비트코인(BTC) 가격은 또 다시 하락했다.

파월과 연준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실제 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유럽중앙은행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국채수익률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 1조85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 소식으로 유럽 증시와 채권뿐 아니라 미국 S&P 500 역시 신고점을 달성하며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장에서 이를 연준의 긴축정책 실행능력이 약화됐다는 신호로 읽었기 때문이었다.

 

달러화

이렇듯 미국과 유럽의 정책결정이 서로 연관성을 보이는 이유는 전례 없는 수준의 글로벌 자본 통합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은 그 어느 때보다 달러화돼 있다. 해외 여신과 채무증권의 절반 가량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을 당시 달러화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 있는 은행에서 보유한 달러 부채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돼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인 12조4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무역이 줄어 달러 수요가 줄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조바심을 느낀 해외 은행 고객들은 현지통화 예금을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바꿨다.

심화되는 달러화에 따라 미국에서 내리는 정책결정이 유럽 금융 여건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커지게 됐으며, 국내 경제의 영향력을 감소시킨다. 때문에 백신공급 지연과 높은 부채로 유럽연합(EU)의 경제 상황이 미국보다 안 좋아졌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유로존의 차입비용 역시 증가하게 됐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런 현실적 괴리를 해결해야만 했고, 달러 금리를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유로환율은 낮출 수 있었다.

즉, 이번 ECB의 국채매입 조치가 유로-달러 환율을 통해 미국에 정반대되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월과 연준에 딜레마를 안겨준 것이다.

예상되는 문제는 이렇다. 연준에서 언젠간 긴축 정책의 신호를 내보내야 할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 미국과 유로존 국채수익률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유로에서 달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더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인들 입장에서 미국산 상품 가격은 비싸지고, 미국인들 입장에서 유럽산 수입상품 가격은 달러화 기준으로 저렴해지게 된다.

평소라면 자유무역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에서 자국 수출업체나 저렴한 수입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또 달러 가치의 인위적인 조작이나 기업들의 이익을 생각하는 정계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연준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다르다

그 이유는 첫째, 앞서 예상한 문제는 유럽이 미국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린 조치로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로 인해 환율이 다른 경제적 요소들과 분리될 수 밖에 없다.

둘째, 미국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전망이 유럽에 비해선 나을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그리 낙관할 만큼 좋은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직면하고 있으며, 지난주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이 추가로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자영업자들 역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에서 어떤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달러 강세에 대한 경제적 여파를 당연히 우려할 것이고, 긴축정책을 펴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이다.

지난 11일, 달러화가 의외로 약세를 보였던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보통은 통화 완화정책을 펴면 해당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이번 ECB의 발표 이후 유로가 아닌 달러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 이는 증시에 추가 자금이 유입될 거란 기대로 투자자들이 고위험 자산으로 옮겨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준에서 지금의 양적완화 기조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손발이 묶인 중앙은행

그렇다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연준, 아니면 유럽중앙은행? 둘 다 아니다. 연준과 ECB의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현저히 줄었다.

겉보기엔 중앙은행이 마치 전지전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에서 국채를 매입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단기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아래 차트 참조). 그들은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를 끌어 올렸고, 시장들 간 상관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조그마한 정책 변화에도 과민 반응을 하는 투자자들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연준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가 조금이라도 전해지는 순간 시장은 혼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돈을 찍어내는 기계의 속도를 최고 속력으로 올린 중앙은행들이 속도를 다시 줄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엔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법정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서서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화폐 공급량은 무한정 늘어나고, 일반 대중이 아닌 헤지펀드와 소수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을 계속해서 끌어 올리며, 그 과정에서 대중의 삶은 나아지는 것 없이 제자리일 때 신뢰는 바닥나게 돼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비트코인 관점에선 호재라 할 수 있다. 희소성 있는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은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으며, 돈을 다시 생각하려는 이들에게 불공평하고 고장나 버린 현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될 자산을 찾아 나설 이유를 제공해 준다.

 

제로금리로의 수렴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아래와 같은 차트는 약 20년간 이어져 온 중앙은행의 눈부신 성공을 나타내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는 표현과 함께 중앙은행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1980년대 초 연준 의장을 맡은 폴 볼커는 초고금리 정책을 펼쳐 물가를 잡았으며, 그 후 단기 기준금리는 지속적으로 우하향했다. 대출비용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에 자본이 풀렸다.

하지만 저렴한 신용으로 인해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금리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은 채 안정세를 유지했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제로금리가 됐기 때문이다(물론 스위스나 일본, 유로존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긍정적인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위기 국면에 대출 장려를 목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제로금리 하한’까지 내렸으며,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이 1990년대 시작한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에서 장기 국채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채권과 기타 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말하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투자상품에 대한 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이전 칼럼에서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를 집계한 차트에서 볼 수 있었듯, 이런 자산매입은 그 후로도 계속 됐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제로금리 기조는 국가와 화폐뿐만 아니라 자산과 자산군 사이에서 획일화를 불러왔다. 기준금리가 제로인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장기 금리를 내리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자산을 차별화를 할 여유는 사라지고, 가치투자나 종목 선정이란 말 역시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돼버렸다.

투자자들은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는 신호가 없는 한,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차별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 동일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위 차트는 앞서 말한 중앙은행의 딜레마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한 때 대안정기를 이룩했던 전지전능한 중앙은행들의 권위와 손에 쥔 총알이 바닥나버린 오늘날 현실 사이의 딜레마 말이다.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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