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출처=Alesia Kozik/Pexels
비트코인. 출처=Alesia Kozik/Pexels

최근 월스트리트에는 비트코인 포모(FOMO)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란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기회를 나만 놓칠까 걱정하는 불안한 마음을 뜻한다. 올 들어 일부 유명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수익률이 급상승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혹시 내가 새로운 흐름을 놓치고 있나?’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작년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혁신주에 대한 집중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월가의 황금손’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를 비롯해 미국의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 등 투자의 대가들이 2020년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표하며 비트코인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 달러 규모로 비트코인 투자를 공개하며 투자 열기는 정점을 찍었다. 테슬라의 투자는 투자 업계에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기업 내 투자 심사는 엄격하다. 이 심사에서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일반 펀드 투자와는 다르게 여겨진 것이다.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 ‘이제는 비트코인을 소수의 투자자만 관심을 갖는 투기 자산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

비트코인 신탁회사 그레이스케일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자 목록(1월26일 기준, 출처: Fintel.io,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비트코인 신탁회사 그레이스케일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자 목록(1월26일 기준, 출처: Fintel.io,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상황이 이렇자 ‘비트코인을 잠재적 투자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자로서 직무를 다하지 않는 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실제로 레이 달리오(브리지워터 창업자), 하워드 막스(오크트리 캐피털 창업자), 래리 핑크(블랙록 CEO) 등 월가에서 수백조원 자산을 운영하는 투자의 대가들이 잇달아 비트코인에 대한 본인들의 견해를 수정 발표하며, 잠재적 투자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고객이 비트코인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밖에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글로벌 투자 대가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전환(출처: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글로벌 투자 대가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전환(출처: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는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수 창구인 그레이스케일(비트코인 신탁회사)의 비트코인 펀드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그레이스케일 GBTC 펀드의 운용자산규모(AUM)는 360억달러에 달한다. 펀드수수료가 2%로 업계에서 높은 편임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끊이지 않았다. 단순 계산해도 연수수료 수익만 7.2억달러(약 8000억원)가 기대되는 것이다.

그레이스케일의 대성공은 비트코인 상품이 부재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FOMO 심리를 자극했고, 월가는 앞다투어 비트코인 상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피델리티를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ETF를 신청하며 그레이스케일이 선점한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대형 은행 중 첫번째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데스크 운영을 재개했다. 혹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레이스케일 누적 비트코인(BTC) 매수량과 가격(출처: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바이비트)
그레이스케일 누적 비트코인(BTC) 매수량과 가격(출처: 쟁글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 바이비트)

비트코인 포모의 근본적인 이유 중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중앙은행발 막대한 유동성 공급과 낮은 금리 때문이다. 바로 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 투자가 떠오르는 것이다. 

과거 초인플레이션 시기를 돌아보자. 1970년대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금이 헤지 투자자산으로 부각됐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되며 금의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결국 금은 가치 저장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금 가격은 10년 동안 20배가 상승했다. 이 역사가 비트코인에도 유사하게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비트코인보다 더 좋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은 없다”며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1970년대 연간 인플레이션과 금 가격(출처: 쟁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된다면?')
1970년대 연간 인플레이션과 금 가격(출처: 쟁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된다면?')

실제 올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비트코인이 이를 헤지할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레이 달리오는 아직 비트코인의 역사가 짧고, 전통 포트폴리오에 대한 헤지가 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속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시총이 1조달러를 넘어선 현재, 기관투자자들의 인식은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또 얼마나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매료되어 투자하게 될지, 새로운 먹거리 발견에 성공한 전통 금융기업이 등장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장경필 주식을 좋아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관심이 많으며, 디지털 자산 공시플랫폼 쟁글(Xangle)에서 리서치 콘텐츠 생산과 상품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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