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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페이팔의 암호화폐 결제 기능을 사용하게 될까? 코인데스크US의 주필 마크 호크스타인은 그간 상거래에서의 실적을 보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인기를 얻을 거란 예측에 일면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다. 출처=Flickr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PayPal)이 이번 주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페이팔의 CEO 댄 슐먼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암호화폐는 매매 자체를 목적으로 한 자산군에서 실제로 수 백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결제 수단으로 변화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표현하는데 ‘과도기’란 단어는 매우 적절하다. 특히 페이팔의 암호화폐 이용자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지난 가을, 페이팔은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ETH) 등 몇몇 암호화폐의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암호화폐를 매매하는 것 이외에 입출금은 할 수 없는 등 서비스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지금까지도 페이팔에서 암호화폐는 가격 등락에 베팅을 하는 도박성 자산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적어도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 있는 이용사례 아닐까 싶다.

여전히 페이팔에선 디지털 자산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없다. 자산 몰수가 난무하고, 은행 채권자 손실 분담이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요즘, 돈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보장해주는 암호화폐 기술의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하는 서비스라 안타깝긴 하나, 그나마 물건 구입 후 결제수단으로서 사용할 수는 있게 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될까? 페이팔의 발표 직후 트위터(Twitter)에선 이례적으로 큰 환영의 말들이 쏟아졌지만,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는데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어온 과거 전력을 살펴봤을 때 일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3년, 결제 서비스가 비트코인의 주 이용사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으로서 내놓는 예측이다.

 

순수의 시대

2013년 당시에도 약간의 의구심은 있었다.

비트코인 결제의 경우, 거래 승인(confirmation)을 받는데 20분가량의 대기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기엔 불편함이 따른다. 상인이 거래 승인을 받기 전 손님이 가게를 떠나게 될 경우 구입액에 따라 상인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신용카드 결제 역시 이런 위험은 있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2~3일이 지나야 손님이 결제한 대금이 상인 계좌로 입금되기 때문에 판매자 관점에서 그 전까진 거래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비트코인은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의 대안이 되거나 또 하나의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먼저, 상인 입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비트코인을 보내는 사람 쪽에서 더 신속한 결제 처리를 위해 몇 페니에 해당하는 거래 수수료를 추가로 낼 수는 있다).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달러 환율이 걱정인 상인들은 환율 리스크를 지지 않고 결제 처리업체를 이용하면, 그 업체가 상인 대신 비트코인을 바로 받아 달러나 유로로 송금해주면 된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수수료 1%만 내면 되며, 2~3% 수수료를 내는 신용카드보다 저렴하다. 상인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걱정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상승장이 이어지며 네트워크 트래픽이 혼잡해지자 몇 페니밖에 되지 않던 수수료는 몇 달러로 껑충 뛰었고, 거래 승인을 받기까지 몇 분이 아닌 몇 시간이 소요되면서 나는 내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 비트코인 시장이 또 한 번 호황을 맞게 되면서 결제 승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더 늘어났고, 거래 수수료 역시 몇 십 달러대로 치솟았다. 신차를 구매하며 차 값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하려 했던 한 테슬라(Tesla) 고객은 길어진 결제 대기시간 때문에 결제를 포기하기도 했다.

[트윗] Kyle Garnick의 트윗: @elonmusk 모델 Y를 비트코인으로 사면 힙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암호화폐 앱에서 송금하는 시간이 테슬라 30분 충전시간 보다 더 오래 걸렸다. 결제는 먹통이 됐는데 도움 받을 곳 하나 없다. 대중화에 적합하진 않다.

더 뛰어난 처리량(throughput)과 낮은 거래 수수료를 내세우는 다른 블록체인들도 물론 있지만 비트코인 만한 보안성과 네트워크 효과, 인지도를 가진 곳은 아직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수준의 경쟁사가 이더리움(Ethereum)인데, 이더리움도 네트워크 확장성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문제이며, 미국 정부에서는 디지털 화폐를 자산(property)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도지코인(DOGE)으로 개 사료 한 캔을 사더라도 신고와 납세의 대상이 된다.

이 모든 문제들이 사람들이 일상적인 상거래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하는데 있어 단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화폐의 가치가 분마다 바뀌고, 20달러 결제를 하는데 1시간을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월마트(Walmart)에서 아기 기저귀를 살 때 왜 암호화폐로 결제를 하겠는가? 그냥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그 시간에 딴 볼일을 보러 가면 될 것을.

출처=Vadim Artyukhin/Unsplash
출처=Vadim Artyukhin/Unsplash

변화의 바람?

여기서 또 한 번 먼 지방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같은 발언을 하자면, 아직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들에서 암호화폐가 교환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또한 디지털 화폐 소액 송금 시 온체인(on-chain) 거래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처럼 제2레이어(Layer 2) 시스템이 거래를 이전처럼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의 전도유망한 기업가 중 한 명이자 비트코인 스타트업의 설립자 잭 말러는 비자와 손을 잡고 라이트닝 시스템을 활용해 비트코인과 달러를 상호 교환해 거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한다는 건 존경 받을만한 투자 전략이지만,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말한 “전자화폐(electronic cash)”로서 성공을 해야, 오늘날 새롭게 제안되는 가치인 “디지털 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인데스크의 리서치 디렉터 노엘 애치슨은 몇 주전 이런 기사를 썼다.

우선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비트코인 자체의 유용성에 달려 있다. 가격과 상관없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쓰려는 잔여 수요가 많다면, 그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투자할 수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새로운 비트코인 블록을 채굴할 때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 개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연이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블록을 채굴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줄어드는 만큼, 채굴자들은 거래 수수료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페이팔은 다행히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페이팔은 고객들이 암호화폐 결제(Checkout with Crypto) 기능을 사용할 때 평소처럼 높은 매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예정이다(페이팔에서는 규정상 상인들이 법정화폐 이외의 다른 화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쨌든 물건을 구매할 때 보유한 암호화폐를 팔아서 사야 한다).

고객들은 온체인 수수료나 거래 승인 시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대신 페이팔과 그 파트너사 팍소스(Paxos)가 굳은 일들을 도맡아 처리한다. 그리고 미국 고객들을 위해 암호화폐 매매 기록을 문서화해 미국 국세청(IRS)에 거래를 신고하는 1099 양식을 제공함으로써 납세 절차상의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커피 한 잔을 사면서도 세금을 내야 하고, 내일 더 비싸게 거래될 지 모르는 코인을 오늘 쓰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게 충분한 보상이 될까? 전 세계 가맹점 수만 2900만인 페이팔에게도 이는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예측이 또 한 번 빗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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