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지인들에게 '한국 시장이 왜 그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최근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3월에는 거래 규모가 코스피를 넘어섰다.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4일 현재 크립토퀀트 지수 기준 12%를 넘어섰다. 

최근 김치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최근 김치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해외에서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김치 프리미엄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월 터졌던 암호화폐 거품의 역사가 다시 한번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50%에 육박할 정도였으며, 가격 거품이 터지면서 폭락이 발생한 이후 1년간 지속적인 하락과 횡보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초 비트코인 가격과 김치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지난 2018년 초 비트코인 가격과 김치 프리미엄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원화 거래가 가능한 국내 거래소의 구조가 다소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매수-매도 불균형으로 국내 시장에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더라도 재정거래가 가능하다면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비트코인을 한국에 입금하고, 원화로 차익을 실현한 다음 다시 달러화(USD)로 환전해 해외로 보내는 식의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김치 프리미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한국 사람들은 원화로 비트코인을 사는 게 10%가량 비싸더라도 한국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치 프리미엄을 '개미 투자자들의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 지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FOMO는 투자자들이 '지금 매수하지 않으면 가격 상승에 동참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 미국처럼 기관투자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개미 투자자들의 시장 밀집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10%를 훌쩍 넘어서는 김치 프리미엄은 일종의 '이상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현상의 끝에는 2018년 같은 하락장이 또 기다리고 있을까. 주 대표는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자산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인 트레이딩뷰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1일 거래량은 1.7% 정도다. 글로벌 거래량 중 7.9%가량이 한국에서 일어났던 2018년 1월에 비해 21.5%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이 글을 읽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들이 '비트코인 어떻게 사는 거냐'는 질문을 하는 빈도가 확실히 늘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투자자들 중 일부는 이렇게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구매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인간 지표'라는 기준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미숙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표하는 현상 자체가 시장이 성숙기를 넘어서 과열기에 접어들었다는 간접 증거라는 의미다. 

이것이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인지, 세계적인 추세인지 확인해보려면 온체인 데이터를 참고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온체인 데이터 추세에 따르면 전체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된 비트코인 평균 입금량의 7일 이동평균값이 1비트코인 이하로 내려갈 경우 개미 투자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지난 3월 24일 0.74비트코인을 기록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현재는 확실히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된 비트코인 평균 입금량의 7일 이동평균값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전체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된 비트코인 평균 입금량의 7일 이동평균값 추이. 출처=크립토퀀트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에 많은 건 하락 신호일까.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 미국에서의 게임스톱 사태처럼,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며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거래소 내에 묶여있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의 비율이 하락장보다는 상승장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락장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수급적인 측면에서 상승 신호들이 많이 살아있다. 조정은 언제든 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승이다. 그러니 김치 프리미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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