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태생적 한계
블록체인상 기록 ≠ 물리세계
블록체인상 기록 =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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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Glazier
Martin Glazier 2021년 4월7일 16:43
출처=Hitesh Choudhary/Unsplash
출처=Hitesh Choudhary/Unsplash
 마틴 글레지어는 함부르크 대학에서 형이상학과 과학, 논리,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다.

블록체인은 2008년 비트코인의 원천 기술로 화려한 데뷔를 한 이래 거듭 발전해왔다. 오늘날 세계 여러 기업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화폐 유통 말고도 실제 세계의 사물과 사건을 기록하고자 한다. 허나, 실제 세계에서의 적용은 쉽지 않으며 이 점이 엔터프라이즈(기업용) 블록체인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려면, 블록체인의 탄생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보통 이런 반응이었다. “누가 어렵게 번 돈을 비트코인과 교환하려고 하겠어?” 이제는 누구나 다 안다. 비트코인은 가치가 있기에 소유할 만하다는,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느 정도 보유할 만하다는 것을. 게다가 모든 사람들의 비트코인 보유상황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그러나 이는 특이한 경우다. 대부분의 기록은 기록 자체와는 무관하게 발생한 실제 사건을 기록한다. 출생증명서를 예로 들어보자. 출생증명서는 당신의 출생이라는 실제 사건을 기록하며, 이는 증명서와는 별개로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당신의 출생증명서가 애초부터 부정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태어난 날과 장소에 대한 정보가 잘못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의 비트코인 보유 상황을 기록하며, 비트코인 보유는 블록체인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여러분의 비트코인 보유상황은 전적으로 블록체인이 기록하는 바에 달렸다.

출생증명서의 정보가 틀렸다고 당신이 실제로 태어난 날짜와 시간이 바뀌지 않지만,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은 보유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블록체인에 보유 기록이 없으면 보유상황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학자들은 이러한 상관성을 ‘메타과학적 근거’로 말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모든 이의 비트코인 보유 상태 기록이라고 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블록체인 외 비트코인 보유량에 관한 실제 사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블록체인이 모든 참여자의 비트코인 보유량을 결정짓는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은 표현이다. 정하는 대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블록체인의 놀라운 특징이 드러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보유상황을 정확히 알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보유를 결정하므로, 블록체인 상의 기록도 잘못될 리도 없다는 것이다.

 

현실세계는 블록체인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지금까지 나는 대부분 블록체인의 암호화폐 적용 사례만 다뤘다. (이중지불이나 기타 드문 케이스를 제외하고) 암호화폐와 같은 경우에서만 블록체인의 정확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는 다른 경우도 많다.

출생증명서처럼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경우를 살펴보자. 출생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우리는 출생이라는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출생 그 자체는 블록체인과 별개로 발생하는 일이다.

비트코인 보유와는 달리, 어떠한 블록체인도 당신의 출생일과 출생장소를 결정할 순 없다. 즉, 출생 정보에 따라 블록체인도 부정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보가 잘못되어도 블록체인이 이를 막을 길은 없다.

물론 블록체인 기반 비트코인 거래 원장을 건드는 일이 매우 어렵듯이, 출생증명서 블록체인에 기재된 출생기록 변경 또한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처음부터 출생기록의 정확성 여부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활용도 마찬가지다. 공급망관리를 예로 들어보자. 광산에서 보석상까지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블록체인은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이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기록한 곳에 실제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출처=Chris Pastrick/Unsplash
출처=Chris Pastrick/Unsplash

의료서비스는 어떤가. 코로나 백신 접종 사실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는 있으나, 기록 자체가 실제 접종 여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대해선 주장이 상반된다. 한쪽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의 정확성이 거의 보장된다는 주장이고, 다른 쪽은 출생증명서처럼 처음부터 블록체인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첫번째 그룹의 블록체인 활용이 ‘정확’하다고 하고, 두번째 그룹은 ‘부정확’하다고 치자.

블록체인의 ‘정확’한 활용만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부정확’한 활용도 다른 정보로 잘 보충한다면 정확할 수 있다. 가령 출생증명서가 블록체인에 추가될 때 그 정확성을 담보할 방법이 있다면 블록체인 자체가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아도 출생 기록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또 정확성이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정확성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부정확’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정확한 활용에 있다. 출생처럼 블록체인과 별개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이 정하는 대로 적시하는 데이터를 담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블록체인은 (거의) 부정확할 일이 없다.

오랫동안, 암호화폐만이 블록체인의 유일한 정확한 활용 사례였다. 그러나 그것도 변하고 있다. 현재의 NFT(대체불가능토큰) 붐이 단적인 예이다.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기업가 메타코반(MetaKovan)이 비플(Beeple)의 NFT 기반 디지털 예술작품 '매일: 첫 5000일' 에 6930만달러를 지불했다는 사실은 블록체인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NFT 보유는 전적으로 블록체인에 달렸다. 블록체인이 누가 NFT를 보유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정확한 활용 방법이 있을까? 앞으로 NFT사례를 저작권이나 상표권 같은 지적재산권, 또는 땅이나 집 같은 부동산 소유에까지 확대 적용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집은 블록체인과 별개로 존재한다. 그러나 당신이 집을 소유했다는 그 사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부동산법 개정이 곧 일어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블록체인 활용처는 투표가 될 것이다. 선거 때 블록체인이 투표용지를 대신해 투표 기록으로 인정될 수 있고 정확한 개표도 보장할 수 있다.

애초에 블록체인이 정확하려면, 물리세계에 실체가 없이 블록체인상 기록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비트코인 기록은 마치 블록체인이란 기술의 그림자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은 그 그림자보다 더 멀리 실제 세계로 뻗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의 보장하는 정확성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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