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는 왜 리플(XRP)을 미등록 증권이라고 봤을까
[한서희 변호사의 로우킥] SEC 소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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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2021년 4월13일 18:12
출처=Miloslav Hamřík/Pixabay
출처=Miloslav Hamřík/Pixabay

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리플랩스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CEO, 크리스 라슨 공동창업자 겸 전 CEO가 지난 7년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게 SEC의 핵심 주장이다. 

SEC는 리플랩스의 이런 행위가 증권법 제5(a)조 및 제5(c)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투자자 모집 금지와 부당 이득 반환, 디지털 자산 증권에 대한 피고들의 참여 행위 금지, 민사상 제재금 지급 등을 법원에 요청했다. 

소장에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SEC 주장의 내용과 근거를 먼저 살펴보자.

  1. 피고들은 적어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XRP'라고 하는 디지털 자산 증권 146억 XRP를 138천만 달러 상당의 현금을 포함한 대가와 교환, 판매했다. 이를 통해 리플랩스의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라슨과 갈링하우스의 부를 축적했다. 피고들은 연방 증권 관련 법률의 규정을 어기고, XRP 투자자 모집과 판매 과정에서 SEC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등록 요건에 대한 어떠한 면제도 받지 않은 채 (토큰을) 유통했다. 
  2. 리플랩스는 XR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는 리플랩스가 매년 수백만에 이르는 다른 기업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주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신 리플랩스는 큰 내부 지배권을 지닌 라슨과 갈링하우스가 외부 공유를 원하는 정보만을 시장에 공유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와 리플랩스 사이에) 큰 정보 공백이 발생했다. 
  3. 리플랩스는 이미 2012년 XRP가 연방 증권 관련법에 따른 증권에 해당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불법으로 증권 투자자를 모집해 왔다. 
  4. 리플랩스와 라슨은 이런 법률 자문을 무시하고, 필요한 등록 절차 없이 XRP를 대규모로 유통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5. 재무적 관점에서 위 전략은 유효했다. 리플은 수년에 걸쳐 미등록 증권 투자자를 모집함으로써, (증권 신고서를 통해 제공해야 하는) 유형의 재무 정보와 경영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XRP를 판매했다. 이를 통해 리플랩스는 최소 13억8천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리플랩스는 XRP의 실사용 사례를 개발하고, XRP의 2차 유통 시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제3자에게 얼마만큼의 돈을 어떻게 지급했는지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해당 자금을 기업 운영에 사용했다.
  6. 한편, 리플의 초대 CEO이자 현재 이사회 의장인 라슨, 그리고 리플랩스의 현재 CEO인 갈링하우스는 이같은 불법 증권 판매를 지휘했다. 이를 통해 라슨과 갈링하우스는 약 6억달러 상당의 사적 이익을 취득했다. 
  7. 갈링하우스는 XRP 판매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거듭해서 XRP에 "장기 투자했다(very long, 역자 주: 향후 가치가 상승할 걸로 내다보고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고 선전했다. 
  8. 피고들은 상당한 수량의 XRP를 보유한 상태에서, 스스로 만든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XRP를 현금화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했다. 
  9. 피고들은 이 소장에서 명시한 행위에 가담함으로써 1933년 증권법 제5(a)조와 제5(c)조[15 U.S.C. §§77(e)(a) 및 77e(c)]에 반해 증권 투자자를 불법으로 모집·판매해 왔다. 라슨과 갈링하우스는 리플랩스의 법률 위반을 방조했다.

XRP=미등록 증권

SEC의 핵심 주장은 XRP가 증권이라는 것이다. 

SEC는 '호위(HOWEY) 테스트'를 적용해 XRP가 투자 계약 증권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연방 증권 관련법에 의해 XRP를 증권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리플랩스는 이런 등록 절차 없이 XRP를 발행했다는 게 SEC의 핵심 주장이다. 

소장에는 SEC가 XRP를 증권이라고 판단한 보다 구체적인 근거도 담겨 있다. 

 

리플랩스가 심어 준 합리적 기대

우선 SEC는 리플랩스가 이미 2016년 XRP II와 관련해 뉴욕주 검찰청(NYDFS)에 제출한 공식 문서에서, 투자자들이 XRP를 사들이는 목적이 '투기'에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SEC는 또한 "투자자들이 'XRP 가치 상승은 리플랩스의 성공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SEC는 이런 '합리적 기대'를 리플랩스가 직접 투자자들에게 심어 줬다고 봤다. 투자자를 모집할 때부터 리플랩스를 비롯한 피고들이 "XRP에 관한 상당하고 의미 있는 기업가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고, 그 결과 대외적으로 "투자자의 수익이 프로젝트 수익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SEC는 XRP 투자자들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만한 근거도 제시했다. XRP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수록 XRP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가격에 XRP를 매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플랩스의 XRP 관련 사업 전략이 성공하느냐 여부가 XRP 보유자들의 수익 발생 여부와 연결된다고 SEC는 봤다. 

또한 XRP 가격 상승이 특정 투자자에겐 더 큰 효과를, 다른 투자자에겐 더 적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모든 투자자가 가격 인상의 효과를 같은 비율로 누리게 된다는 점도 SEC가 XRP 투자자들이 '공통의 이해관계' 아래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한 중요한 이유다.

SEC는 리플랩스가 XRP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통해 리플랩스를 비롯한 피고들의 사업 결과에서 파생된 이익을 투자자들이 함께 누릴 수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심어 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플랩스는 XRP를 (편집자 주: 거래소 등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고, 가격이 올랐다며, 이를 리플랩스의 사업적 노력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또 특정 기관투자자들에게 XRP를 할인 판매하는 등 XRP 시장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투자 이외 목적 '0'

이외에도 SEC는 △XRP에 투자 이외의 실생활에서 쓰일 만한 목적이 없다는 점, △XRP가 연방 증권 관련 법률이 규정하는 통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도 XRP를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로 들었다. SEC는 갈링하우스가 여러 차례의 법률 검토 과정에서 이를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현재 SEC의 소송은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기돼 있다. 담당 판사인 애널리사 토레스 연방 판사는 3월30일  XRP 투자자들의 소송 개입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소송 참가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동의서를 4월19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SEC는 5월3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SEC 측 변호사는 투자자들의 소송참가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쟁점은 XRP가 증권인지 여부다. SEC는 호위 테스트를 적용해 리플랩스의 XRP 판매가 투자 계약 증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투자 목적성을 검토한 결과, XRP가 유틸리티 토큰으로서 실제 어딘가에 사용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통화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어떤 투자 계약이 증권의 성격을 지니는지를 판단하는 한국과 미국의 판단 기준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증권성 인정 범위가 국내보다 더 포괄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특정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할 때, 가상자산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함께 검토해 유틸리티성을 판단해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XRP 투자자들이 소송에 참여할 길이 열리게 된 만큼, SEC의 공격이 쉽지만은 않을 걸로 보인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편집: 정인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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