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leksi Räisä/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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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스타는 트릴리엄 골드마인(Trillium Gold Mines Inc.)의 사장이자 CEO 겸 이사로, 캐나다 니켈 컴퍼니(Canada Nickel Company)의 이사, 디파이 테크놀로지(DeFi Technologies)의 선임 고문을 지내고 있다. 5월 24~27일 열리는 코인데스크 컨센서스 행사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여러 결정을 내릴 때 ‘모 아니면 도’의 태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지는 것처럼, 어느 한 쪽에 이로운 것은 분명 다른 쪽에 그만큼 해로울 것이라고 가정한다. 마찬가지로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할 수 없고,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노우보드를 좋아할 수 없으며, 복도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창가 자리를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투자의 세계는 복잡하고 다각적이며, 무엇 하나 그리 단순하지 않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 오늘의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내려지는 결정들은 대부분 ‘양자택일’과 거리가 멀다.

암호화폐와 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암호화폐가 금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즉, 암호화폐가 앞서가면 금은 그만큼 퇴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금전적 손실 등 혹독한 대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투자를 할 때 가장 이상적인 자산 조합은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최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조합이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가치저장 수단으로 암호화폐와 금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금 시장 규모는 1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환의 매개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2500년 앞선다. 한편 비트코인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달러 정도다.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물 금의 양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시장 규모의 몇 배에 이른다. 2020년 일평균 금 거래액은 1250억달러로, 비트코인 일일 현물 거래액인 40억달러의 30배에 육박했다. 이렇듯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금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둘 다 높은 유동성을 보유한다. 두 시장 모두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암호화폐와 금을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바라보기 보다는 암호화폐를 금의 산물, 또는 금에서 파생된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둘은 여러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다.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적고, 인플레이션에 민감하며, 다각화를 위한 훌륭한 자산이고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 금은 오랜 세월 신뢰 받아온 가치저장 수단이며, 암호화폐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차세대 자산이다. 암호화폐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세월의 지혜는 부족한 편이다.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면서 금을 이미 한물간 투자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세계 대다수의 지역에서는 그동안 금 투자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잘못된 시기에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순식간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자산이라도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나면 그만큼 급격한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것도 보장되는 것은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몇몇 국가에서는 암호화폐를 수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암호화폐는 사실상 금지돼 있고, 한국 정부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암호화폐, 그 중에서도 특히 디파이(DeFi)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는 나는 북미 지역의 금 가격이 역대 고점인 2200달러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암호화폐를 포함한 투자 다각화를 가로막진 않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그럴 일 없다고 얘기하지만, 인플레이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계속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금, 비트코인, 이더리움, 그리고 특히 디파이에 유리한 상황이다.

유로 퍼시픽 캐피털(Euro Pacific Capital)에서 수석 경제학자와 전략 담당으로 있었던 피터 시프는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며,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는 이유는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화폐를 비롯한 모든 화폐의 운명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금융기관과 신용카드 기업 등에 달려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발전할수록,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힘을 잃게 된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디파이 만으로 견인될 수 있으며, 그 가치는 제도권 금융 시장 전체가 지니는 가치와 맞먹게 될 수 있다.

투자 심리학에서는 투자자들이 합리적이면서 이상적인 태도로 행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발 빠른 기관투자자들과 전설적인 대형 투자자들이 암호화폐가 미래라고 믿는다. 암호화폐 기반 경제는 지금까지 경제 운영을 독점해 온 정부의 개입 없이 작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이메일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을 생각해보자. 1990년대 중반, 이메일은 겨우 존재하기 시작했다 (물론 페이스북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신생 기술이었던 이메일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메일로 법적 효력이 있는 내용을 주고받는 날이 올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고, 인터넷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도 없었다. 그랬던 우리는 오늘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많은 것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빠르게 변한다. 암호화폐와 함께 변혁을 불러올 디파이 프로토콜이 앞으로 우리와 늘 함께 하게 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암호화폐와 디파이,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로움은 막대하다. 고객신원확인(KYC)부터 테러자금 및 범죄수익 획득 차단까지, 그 이로움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추적이 어려운 금에 비해 디파이 프로토콜은 상당히 큰 이점을 갖는다. 사람들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나치 세력의 금 보따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금이 테러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란 주장은 반박하기가 어렵다.

나는 향후 금과 암호화폐 가격이 서로와 동조돼 상관관계를 갖고 함께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추세에 빗대어 봤을 때, 중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이 8만~10만달러 수준으로 오르고 금도 3500~500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경우, 사람들은 금과 암호화폐에 동시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의 가치는 수십만 배 증가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금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둘은 동전의 양면, 또는 아비와 자식 같은 관계를 갖는다. 서로가 서로의 경험과 관점을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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