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23일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순위. 업비트에 원화를 입금하려면 케이뱅크 은행계좌가 있어야 한다.
2021년 4월23일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순위. 업비트에 원화를 입금하려면 케이뱅크 은행계좌가 있어야 한다.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떠오르듯, 암호화폐 시장에 무차별적인 광풍이 몰아쳤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투자에 집중하는 ‘욜로(YOLO)’ 심리에 휩싸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22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농담 코인’으로 불리는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363억달러로 암호화폐 중 6위에 올라있다. 올해 들어서만 최고 8000% 넘게 올랐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열풍을 등에 업은 이더리움은 1년 전 180달러에서 지금은 2400달러로 급등했다.

‘대장’ 비트코인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날 고점(6만4870달러)을 찍은 뒤 현재는 5만4천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암호화폐 가운데 시총이 10억 달러 이상인 것만 45종으로 이들을 합하면 2조 달러에 육박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 암호화폐가 탄생해 수십억 달러를 불리고 있다.

도지코인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US
도지코인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US

암호화폐뿐만 아니다. 역시 농담처럼 생각됐던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의 시총은 매출액 대비 1만배 수준이다. 미국 뉴저지주 시골에 있는 한 식료품 가게(HWIN)는 지난 2년 매출이 3만5천달러인데, 장외시장에서 시총이 1억달러에 달했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시총은 지금도 100억달러가 넘는다. 한 금융파생상품 전문가는 “연초 게임스톱 주가가 오르자 과도한 차입투자에 대한 우려로 미 증시가 하락했듯이, 최근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이 하락했다”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 욜로족들이 달려든다는 것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짚었다.

출처=Alesia Kozik/Pexels
출처=Alesia Kozik/Pexels

한 외국계 금융사 직원은 가격 등락이 워낙 심해 게임하는 기분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한다. 그는 “암호화폐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금융지식도 그다지 도움되진 않는다. 다만 시중에 유동성과 돈이 넘쳐나지 않느냐”고 했다.

최근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내려받기가 이뤄진 앱은 틱톡도 유튜브도 아니었다.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지난 주 미국 앱스토어에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가장 많은 앱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4월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2021년 4월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이에 미국의 투자 누리집과 유명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역사상 가장 미쳐있는 시장에서 살고 있다”는 탄식이 나왔다. 이들은 1999년 ‘닷컴 붐’ 당시에도 과도한 거품이 낀 건 분명했지만 최소한 인터넷 산업의 성장률과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 정도는 두드려보면서 투자에 나섰다고 돌아본다.

하지만 지금의 ‘밈’(온라인 입소문 의존)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논리도 찾아볼 수 없어 ‘군중의 광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창시한 윌리엄 번스타인이 사례로 든 ‘자산 버블’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번스타인은 시장의 거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금융시장의 투기가 일상적인 삶을 지배하고 비관론자들의 경고는 경멸과 조롱으로 돌아온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혁신기업 투자로 스타 펀드매니저 반열에 오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굳게 믿는다. 우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지갑은 소비자들이 주머니 속에 작은 은행 지점을 휴대하는 것과 같다”며 “현재 은행들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인베이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ARK)는 코인베이스 상장 첫날 2억4600만달러(75만주)를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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