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와 서브프라임의 닮은 점
칼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용진
권용진 2021년 5월3일 14:51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경제학자나 미래학자가 아니라서 시장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결국 투자를 결정할 때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을 해야 하는 만큼, 이번 칼럼이 발생 가능한 한 가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글에 앞서, 나는 개인적으로 블록체인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또한, 이 둘은 혁신적인 시스템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칼럼에선 디파이가 2009년 경제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사태 등으로 불리는 2009년 금융위기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혹자는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고도 이야기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 담보 대출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 대출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출이다.

그동안 닷컴버블, 블랙먼데이, 대공황 등 수많은 버블을 겪었던 자본주의에 이런 문제가 왜 또 생겼을까?

출처=Cindy Tang/Unsplash
출처=Cindy Tang/Unsplash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

투자은행(IB)의 과도한 파생상품 남발과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이런 열망이 반영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함께 작용하면서 큰 버블을 만들어냈고,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이어지면서 연쇄 부도를 낳았고 결국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짚어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떨어진 것이 2009년 경제위기의 도화선이었다.

2000년대 초 연준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안정적인 수익률로 돈을 버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 당시 옐런 그린스펀 의장은 "충분한 경제 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이상, 매우 협조적이고 조절 가능한 정책을 고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금리를 대폭 낮출 테니 다른 곳에 투자하라는 의미였다.  

이러다 보니 국채로 수익을 내기보다 대출을 끼고 투자를 하는 쪽이 이득이었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행태가 크게 유행했다. 담보 대출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도 담보물을 매도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담보대출권을 서로 거래하기 시작했고, 이를 주택저당증권(MBS)라고 불렀다. MBS 가운데 저신용자에게 빌려준 담보대출은 이율이 높은 대신 파산 확률이 있었고, 고신용자에게 빌려준 담보대출은 이율이 낮은 대신 안전했다.

은행은 여러 MBS를 합쳐서 새로운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었다. 고위험 MBS와 저위험 MBS를 합쳐 높은 이율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이러한 상품이 인기를 끌다보니 은행은 보다 많은 MBS를 만들어내야 했다. 신용이 거의 없는 사람, 심지어 강아지 이름으로도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이를 이용해서 CDO를 만든 것이다. 은행은 더 나아가  NINA(No Income No Asset)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출 신청자에게 수입과 재정 증명서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CDO 중 수익이 높은 것들을 모아서 다시 CDO로 만드는 파생상품의 파생상품까지 나왔다. 슈퍼 컴퓨터로도 위험 분석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은행이 너무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바람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고객 유인을 위해 '마이너스 이자' 상품까지 제공했다. 즉, 돈을 빌리면 오히려 돈을 주는 상품이었다.

은행과 투자자들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며, 설령 대출자들이 이자를 내지 못해도 담보로 잡은 주택을 매각하면 원금과 이자가 보존되는 만큼 매우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원히 상승하는 자산은 없었다.

부동산 상승이 꺾이면서 이자 부담이 있는 사람들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도난 MBS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 급격하게 디폴트 비율이 높아지자 여러 담보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시장에 풀린 결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추락해 MBS와 CDO들이 대거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결국 CDO를 대량으로 들고 있던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를 시작으로 전 세계가 엄청난 경제위기를 겪게 됐다.

디파이에 예치된 자금 규모. 출처=디파이펄스 웹사이트 캡처
디파이에 예치된 자금 규모. 출처=디파이펄스 웹사이트 캡처

 

디파이, 2009년 경제위기와 흡사

나는 2009년 경제위기가 현재 디파이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디파이 서비스인 스왑, 리퀴디티풀, 렌딩 플랫폼 등은 적게는 연 이율 5% 내외에서 많게는 1000%까지 제공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디파이의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메이커다오나 컴파운드 등 담보대출이 있다. A라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넣고 B라는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플랫폼이다. B 코인을 받으면서 이자를 내게 되는데, 이는 디파이 상의 메커니즘에 의해서 결정된다. 유니스왑(Uniswap)을 필두로, 스왑 풀(Swap Pool)이 생기면서 담보대출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편리하게 두 코인을 블록체인 상에서 교환해주는 스왑이야말로 디파이의 꽃이다. 스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주는 코인 풀이 있어야 하고, 스왑에 돈을 넣은 사람에게는 스왑이 일어나는 수수료 일부를 배당하는 시스템을 채택한다. 결국 아직 유동성이 낮은 풀에 코인을 넣게 되면 수수료 수익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이를 연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이율이 나오게 된다.

다만, 스왑 풀의 단점은 스왑을 사용하기 위해 두 코인을 짝을 지어서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 코인으로는 스왑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스왑 풀에 코인을 직접 사거나 담보 대출을 받아 스왑 풀에 넣게 된다. 스왑 풀은 투자자에게 집어넣은 코인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 'LP 토큰'을 제공한다. 이 LP 토큰이 있으면 수익을 배당 받게 된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디파이 서비스. 출처=디파이펄스 웹사이트 캡처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디파이 서비스. 출처=디파이펄스 웹사이트 캡처

재미있는 점은 LP 토큰 자체가 수익을 담보로 하기에 기존 담보 코인과 LP 토큰을 합쳐 새로운 풀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B 코인을 예치한 풀과 C-D코인을 예치한 풀을 합쳐서 E라는 새로운 채권이 형성되고 이는 더욱 높은 이율을 제공한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단순히 가진 암호화폐를 스왑 풀에 예치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스왑으로 얻은 수익이나 보유한 암호화폐를 담보대출 플랫폼에 맡겨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하고, 이를 다시 풀로 넣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여기서 디파이 플랫폼은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디파이 플랫폼 이용 대가를 암호화폐로 주게 된다. 이런 암호화폐는 디파이 플랫폼 방향성을 정하는 거버넌스 토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시, 컴파운드와 같은 암호화폐가 대표적이다. 와이언파이낸스(YFI)는 디파이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입장표처럼 사용된다.

돈을 빌리거나, 예치를 하면 이자뿐 아니라 디파이 플랫폼 코인까지 받게 되고, 이런 코인을 담보로 더 많은 코인을 대출해 풀에 넣어 몸집을 키우게 된다. 이렇게 급속도로 이용자예치금(TVL, Total Value Locked)도 늘어난 것이다.

결국 담보 대출 플랫폼에서 돈을 빌린 투자자가 오히려 이자를 지급받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LP 토큰이나 디파이 토큰을 묶어서 투자를 하는 상품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과거 서브프라임과 디파이가 어떤 부분에서 흡사한지 알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부동산 가격의 끊임없는 상승이 CDO, CDO의 CDO와 같은 파생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었고, 투자자들은 부동산이라는 안전자산을 담보로 잡은 만큼 안전하다는 생각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이 복잡하게 연결된 바람에 어느 누구도 위험을 쉽게 측정하지 못했고, 결국 아무런 신용이나 기술이 없는 곳에도 대출이 진행됐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CDO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등장'으로 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도 정말 많았다. 최근 디파이의 20~30% 연이율을 정당화하는 의견들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분명 탈중앙화된 거래 플랫폼이자 대출 플랫폼으로서의 디파이의 혁신은 정말 대단하고 생각한다. 또한, MBS의 위험에 대한 논의가 2006년부터 있었으나 실제 버블이 터진 것은 2009년이기에 디파이 버블도 빠른 시일 내 터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매우 안전하고 고이율인 투자는 없듯이 '디파이 연쇄 부도' 시나리오를 언제나 유의해야 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 응용수학을 복수 전공한 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자산 운용사 비브릭에서 전략이사로 일하고 있다.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를 썼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100프로해야본전 2021-06-08 20:17:1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창근 2021-05-04 16:07:10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부분인 연준의 금리인상 부분을 쏙 빼놓고 그냥 파생상품 남발로 망했다는식으로 써놓으시네요.
현재 디파이 시장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으신점은 이해합니다만 아무거나 가져다 붙이고 비슷하다! 하시네.
디파이 참여자들이 대거 탈출해 버리거나 코인시장이 몰락하거나 할만한 이유 제시 하나 없이 그냥 파생상품이 많으니(사실 많지도 않습니다. 당장 보험이나 주식 파생상품이나 보고오시지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각난다니. 코인 시장이 서브프라임들을 의도적으로 대거 유치한것도 아닌데 뭔... 어느부분에서 공감을 해야하는건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