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라고 진짜로 탈중앙화된 건 아니다
금융이 아닌 탈중앙화가 디파이 혁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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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it Tripathi
Ajit Tripathi 2021년 5월9일 09:05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코인데스크US의 칼럼니스트 아지트 트리파티는 현재 에이브(Aave)의 기관 비즈니스 부문 헤드로 활동 중이며, 과거 코센시스(CosenSys) 핀테크 파트너를 역임하고 PwC의 영국 블록체인 프랙티스 부문을 공동 설립했다.

엔터프라이즈 디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언스트앤영(EY)의 폴 브로디는 엔터프라이즈 디파이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활용하는 기업들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코르다이트(Cordite)의 리차드 크룩은 컨소시엄 환경에서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분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들이라 한다.

필자는 ‘거버넌스’가 엔터프라이즈 디파이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즉, 엔터프라이즈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웹 스케일 엔터프라이즈 구조 및 법인과 자연인 간 인터넷 기반 조율 체계를 형성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폴과 리차드의 주장도 나름 타당하고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기존 기업구조에서 디파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엔터프라이즈를 탈중앙화시키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내 관점이다.

 

핵심 키워드는 금융이 아닌 탈중앙화

월가는 1970년부터 2008년까지 많은 수학, 물리학 박사들을 채용했다. 그들이 수많은 상품을 개발한 탓에 이제는 새로운 금융을 만들어내기가 너무나 어려워졌다. 플래시 론(flash loan) 등 극히 예외적인 사항을 제외한다면 어느 계량투자자라도 기존 금융 혁신 상품과 디파이를 1:1로 매핑할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 말인즉슨, 디파이의 핵심은 탈중앙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탈중앙화마저도 유구한 상업과 금융의 역사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토큰 보유자의 투표에 의한 의사결정은 주주총회 위임투표와 완전히 다르다 볼 수 없다. 고전 인도와 중세 이탈리아의 길드 조합도 유사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상호 대출, 무역, 보험, 자금운용,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했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은 상호 신뢰나 교류가 필요 없는 익명의 참여자 간 탈중앙화를 인터넷 스케일로 구현했는데, 이 또한 엄청난 진전이었다. 따라서, 웹 스케일 탈중앙화라는 핵심을 놓친 엔터프라이즈는 ‘디’파이라 할 수 없다. 중앙화 금융인 ‘씨’파이(CeFi)나 ‘레거시’파이로 불러야 할 것이다.

정확히 무엇이 탈중앙화인가? 나는 지난 몇 년간 탈중앙화에 대한 글을 써왔다. 탈중앙화에서는 ‘거버넌스’, 즉 ‘누가 얼마나 의사결정권을 갖는가’가 핵심이다. 여기서 기술과 경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탈중앙화를 살펴봐야 한다.

 

기술적 탈중앙화

기술적 탈중앙화란 누구나 탈중앙화 상품 및 서비스용 소프트웨어나 기술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디파이에서 소프트웨어 설치, 개선, 운영은 특정 법인이나 자연인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디파이의 오픈소스 속성과 퍼블릭 블록체인 배포는 당연한 일이다.

공공 개방형 블록체인은 이를 연구하거나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능을 노출,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탈중앙화가 충분치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공공 개방형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구축 운영한다고 해도, 블록체인 활용인의 95%가 거래소 직원이거나 계약자라면 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거래소가 의도적으로 블록체인을 재편할 수 있다면 해당 디파이 앱이 디파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리눅스나 MySQL이 이런 분산응용 댑스들보다 더 분산되어 있다. 이와 유사하게, 디파이 프로토콜을 만든 팀이 임의 코드 변경에 쓰이는 어드민 키를 통제한다면 해당 프로토콜도 탈중앙화됐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모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동일한 건 아니다. 어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특별권이나 통제권을 부여하는 라이선스를 붙이기도 한다. 디파이 소프트웨어에 개발자 권한이 적을수록 소프트웨어의 탈중앙화 수준은 높아진다. 아파치 라이선스보다는 MIT라이선스가 탈중앙화 수준이 높고, MIT라이선스보다는 GNU라이선스가 탈중앙화 수준이 높고, GNU 라이선스보다는 아예 라이선스가 없는 편이 탈중앙화 수준이 높은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내포된 법적 권한 및 제한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기술적 탈중앙화를 달성하려면 타협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거둘 만큼의 니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종 기업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문제에 책임을 떠맡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이더리움 노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게스(Geth) 가 GNU라이선스를, 하이퍼레저 베수 (Hyperledger Besu)가 아파치 2.0 라이선스를 쓴 것이다.

출처=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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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탈중앙화

경제적 탈중앙화는 통제와 책임이 핵심이다. 프로토콜의 통제나 책임이 분산될수록, 탈중앙화 수준은 높아진다.

1인 기업, 파트너십, 기업을 막론하고 기업 구조는 제공서비스 운영을 관장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누군지,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흔한 기업 구조인 유한책임회사는 주체들, 즉 오너와 주주에게 유한책임을 부여한다.

많은 경우 대리인, 즉 주주가 대신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고용한 대리인, 즉 경영진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 경영진의 인센티브가 주체인 오너와 주주들과 어긋나는 경우,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월가 임원들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자신이 수령할 보너스 금액을 최대로 부풀리는 의사결정을 하는 행태가 비슷한 예이다.

중앙화된 기업 내에도 탈중앙화 요소들이 존재한다. 경제적 탈중앙화 수준은 이해관계자 의결권의 중앙화 수준에 달렸다.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기 전 이해관계자 총회를 인터넷 스케일로 조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주주들은 자신을 대표할 이사진을 선출해야 했다. 이런 기업 구조에서 CEO는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사진의 반발없이 임의로 의사결정을 밀어붙일 수 있다면 중앙화된 기업이다.

마찬가지로 디파이 프로토콜에서도 중앙화 요소가 존재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헤스터 페어스 위원이 제안한 ‘토큰 세일 규제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법안에 따르면, 거의 모든 디파이 프로토콜은 중앙화로 시작된다. 최초의 디파이 프로토콜인 비트코인(BTC)도 한 명의 프로그래머를 필두로 가빈 앤드레센 등 소수의 개발자가 코드를 짜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몇 년간 비트코인은 널리 확산되어서 핵심 채굴자 수도 3명에서 수백명으로 늘었다. 초기 비트코인이 가능성에 비해 가치가 낮았던 이유는 사람들이 사재기하거나 미친 듯이 채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초기 탈중앙화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백배 상승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점점 중앙화되어 가고 있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경우 시작 대비 탈중앙화 수준, 탈중앙화 증가율이 관건이다.

고래들 사이에서 토큰이 분산되고 있는가? 자금을 활용하여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의사결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드민 키를 통제하는가? 소수 고래들이 결정을 내리는가?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거래소에서 토큰을 사야 하는가? 아니면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커뮤니티에 투표 위임을 요청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탈중앙화를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엔터프라이즈 디파이란?

디파이와 기업은 서로 배울 구석이 많다. 기업은 디파이를 통해 공공개방형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탈중앙화를 달성하고 경제활동의 공정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가령, 기업은 공공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주주 의결을 진행할 수 있고 갈등을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수호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지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주들이 사회의 다른 이해관계자에 투표를 위임하게 하여, 주주 자본주의의 외부효과와 부정적 요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기술혁신과 프랙티스 공유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많은 부분이 보안,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이뤄진다. 디파이 세상에서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우수한 인재들이 구축한 검증된 스마트 계약이 무한대로 존재한다. 기업은 쉽게 채택하고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강력한 소프트웨어 개발, 시험, 배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므로 디파이 프로토콜 구축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기업들은 디파이에 발만 담궈도, 자산 유동성 증가와 수익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2P, 피어 투 프로토콜 웹 3 커머스 등 전 부문이 온라인화, 대체불가능한 토큰(NTF)화되는 상황에서 디아피 엔터프라이즈는 여러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의 경우,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위한 법적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규제 혁신을 촉발시킬 수 있다. 최근 와이오밍 주의 '탈중앙자율조직(DAO)법’ 상원 통과 소식만봐도 앞으로의 혁신 방향을 짐작케 한다. 디파이가 기업으로 확산될수록 수직계층형, 지대추구 기업의 탈중앙화 기술을 규제하기보다는 기업 자체를 탈중앙화시킬 법적 혁신이 더욱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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