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사기”라던 투자기관은 왜 달라졌나?
4년만에 다시 돌아온 암호화폐 광풍 ① 현상
꿈의 자산? 투기자산?…‘뜨거운 감자’ 부상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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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한겨레 기자
이경미 한겨레 기자 2021년 5월4일 22:40

2021년 세상이 암호화폐(가상자산) 광풍에 힙싸였다. 4년 전인 2017년 1차 광풍 때보다 열기가 더 뜨겁다. 과연 4년 전과 오늘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4년만에 다시 찾아온 암호화폐 광풍을 현상과 진단, 미래 등 세 차례에 나눠 진단해본다.

암호화폐(가상자산)가 2021년 세계를 달구고 있다. 꿈의 자산이냐 투기자산이냐 논란도 뜨겁다. 한차례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쳤던 지난 2017년엔 가격 급등과 폭락을 겪으며 많은 투자자를 실의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이제 암호화폐는 투자자산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4년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뀐 현실을 꼽을 수 있다. 각국 정부는 투기 과열을 우려하면서도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성격을 지우고 ‘통제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투자자들도 암호화폐의 통화 기능보다는 ‘투자상품’으로서 가치에 자연스레 주목한다.

암호화폐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출처=한겨레신문
암호화폐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출처=한겨레신문

 

거래규모 급성장에 주식시장과 어깨 나란히 

암호화폐의 대표주자 비트코인은 2일 현재 개당 6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8년 12월 360만원대로 떨어졌을 때보다 가격이 20배가량 폭등했고, 2017년 광풍 당시 최고치(2100만원)와 비교해도 3배 이상 올랐다. 이만한 자산 증식 속도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암호화폐 투자에 자금이 쏠리면서 거래규모도 급성장했다. 암호화폐 시황 안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금액은 1차 급등기였던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평균 1조6978억원가 2조5654억원이었다가 2019년 1조3367억원, 2020년 9759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거치며 자금이 빠르게 몰리기 시작해, 이제는 하루 거래대금이 무려 12조5702억원(4월30일 기준)에 이른다. 4년 전보다 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는 당일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19조2080억원)의 65% 수준이고, 코스닥 시장 거래금액(9조5300억원)을 훌쩍 웃돈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데는 비트코인이 향후 안정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부터 미국 주요 투자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입했고, 최근에는 테슬라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일반 기업들마저 비트코인을 사 모으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도 암호화폐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대체 투자수단으로 주목

2017년 투자 열풍 때만 해도 미국 월가 투자기관들은 대체로 비트코인에 부정적이거나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17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최근 제이피모건은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인식 변화의 주요 변수라고 언급한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었고,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눈에 비트코인이 대체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폴 튜더 존스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매입 중이라고 일찌감치 공개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 예방을 위한 비대면 경제가 활발해진데다 산업 질서가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기관들은 이런 디지털 경제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에 더욱 주목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 열풍이 과거와 조금 다른 점은 암호화폐가 미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인식이 금융 컨설팅 회사나 대기업에서 개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Harrison Kugler/Unsplash
출처=Harrison Kugler/Unsplash

탈중앙화 속성 희석…투자 안정성 높이기도

거대 투자기관들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 건, 역설적이게도 암호화폐에서 초기의 탈중앙화 성격이 약해지고 정부의 통제 영역으로 편입되는 흐름의 방증이다. 애초 암호화폐는 중앙은행 중심의 기존 통화체제에 반발해 탄생했다.

일방의 통제를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게 발행과 유통에 참여해 거래하자는 게 암호화폐의 기본 취지였다. 비트코인이 초기에 눈길을 끈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었다. 국가의 개입 없이 참여자들의 자율적 행위를 통해서도 거래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믿을 만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자금세탁 방지 목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제재를 가하면서 고유의 탈중앙화라는 속성은 차츰 옅어지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2019년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때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원과 거래내용을 가상자산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은행 실명계좌를 통해서만 암호화폐를 사고팔아야 한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정부의 통제권으로 들어올수록 암호화폐의 본래 성격은 옅어지기 마련이다. 암호기술을 통한 정부 검열에 반대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가들은 이를 암호화폐의 변질로 인식하고 비판한다.

암호학자였던 고 티머시 메이는 지난 2018년 미국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를 페이팔이나 비자카드의 아류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암호화폐를 규제의 틀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흥미로운 건 기존 투자기관 입장에서는 이런 규제 강화가 외려 암호화폐의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금융상품처럼 안전한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정부에 관리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각국 중앙정부의 행보는 ‘투트랙’에 가깝다. 한편으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며 “암호화폐는 화폐로서 가치가 없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암호화폐의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해 디지털 경제에 대비하는 식이다.

2021년의 암호화폐 열풍 속엔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유동성 장세, 그리고 탈중앙화 속성의 약화라는 여러 갈래의 흐름이 한데 뒤엉켜 있다. 훗날 2021년은 암호화폐의 역사에서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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