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같은 투자’…주식·코인 열풍에 투자중독 2배 늘었다
상담센터 1∼3월 통계 보니 올해 1362건, 지난해 659건
정신과에도 매일 환자 발길…“일상 어려우면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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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한겨레 기자
이재호 한겨레 기자 2021년 5월7일 10:19
출처=Andre Francois Mckenzie/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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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40·가명)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초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허망한 마음에 그는 퇴직금 일부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들였다. 순식간에 8000만원을 벌어들인 뒤 김씨는 본격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에는 퇴직금을 거의 다 털어 메타디움·메디불록·도지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1억원치를 사들였다.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란 대박의 꿈은 금세 무너졌다. 4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이며 -60%에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암호화폐 그래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김씨에게 ‘행위중독’ 진단을 내리고 투자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방했다.

최근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나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겨레>가 6일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상담을 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박문제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3월 사이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한 건수는 13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담건수(659건)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문제센터는 주로 카지노, 온라인 배팅, 경마 등 도박 중독문제를 상담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식과 비트코인 중독을 호소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1251건이었던 주식·코인 중독 상담건수는 2019년 3540건으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5523건이었는데 1~3월 증가 추세를 보면 올해는 더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에 뛰어들지 않으면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상실공포’(FOMO·fear of missing out·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등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부추기고 심한 경우 중독으로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24시간 거래가 이뤄지고 등락폭이 큰 암호화폐 투자의 경우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정신건강학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2시간, 주말에는 4시간 정도 코인과 관련된 정보를 찾고 거래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31살 회사원 장아무개씨), “코인 투자를 시작한 뒤 잠드는 시간이 더 늦어져 건강이 안 좋아진 것 같다.”(31살 대학원생 박아무개씨)

전문가들은 두 사람처럼 암호화폐 투자 과정에서 일상이 바뀌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런 변화가 과몰입에 빠지는 전 단계로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박종석 원장은 “비트코인이 5300만원으로 폭락했던 2월 말부터는 거의 매일 평균적으로 두명의 환자가 비트코인 중독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며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고 중독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선물옵션이나 레버리지, 알트코인처럼 사행성이 강한 투자에 몰입할수록 중독 위험은 커진다고 한다. 최근엔 이런 시류에 발맞춰 암호화폐·주식중독 클리닉을 전면에 내세우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도박문제센터 안상일 예방팀장은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빚을 많이 내거나 ‘영끌’을 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라며 “투자로 인해 학업이나 직업, 대인관계가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익명으로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1336 센터’로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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